식물청장일까 소신파일까..윤희근 청장이 답해야 할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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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 취임 후 국회 데뷔전…쟁점들은
윤 청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는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무부의 대통령령(시행령) 개정 추진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으로 오는 9월부터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되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수사권 등 상당 부분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복원하는 내용의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윤 청장은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궁극적으로 수사·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수완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선 ‘업무량만 대거 늘어났을 뿐 권한은 늘지 않았다’는 인식이 심해 베테랑 수사관들이 현장을 떠나가고 있다. (수사관들이) 다시 돌아오는 수사로 만들어야겠다는 게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런 윤 청장의 발언은 사실상 검수완박 취지에 동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10일 윤 청장이 취임하고, 바로 그다음 날 법무부로부터 사실상 기습적인 ‘선전포고’를 당했다는 게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일반 출신 한 경사는 “법무부 시행령 개정 발표는 경찰청장에게 보란 듯이 선수를 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다음 쟁점으로는 경찰청장 취임 직후 이뤄진 경찰 인사가 거론된다. 윤 청장 취임 당일 치안정감, 치안감 승진·전보 인사가 난 데 이어 이튿날엔 293명의 총경 전보 인사가 실시됐다.
이번 인사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직무정지)의 성 접대 의혹,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과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 등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연루된 각종 중요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대장(강일구 총경)이 교체됐다. 강력범죄수사대(최진태 총경)와 금융범죄수사대(조창배 총경)의 책임자도 8개월 만에 인사 대상이 됐다.
주요 수사라인 지휘부 등이 대거 ‘비(非)경찰대’ 출신으로 교체된 상황에서 윤 청장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입맛에 맞춘 인사를 한 것 아니냐(일선의 한 경찰관)”는 일각의 의심이 나온다. 윤 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0일 통화에서 “윤 청장이 소신을 갖고 수사 라인 쇄신 등 인사 조처한 게 맞는지 조직 안팎에서 의문점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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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청장이냐 소신 청장이냐…국회 발언 주목
지난 8일 후보자 신분이었던 윤 청장은 임명(지난 10일) 일주일 만에 청장 신분으로서 직면한 과제들에 대한 입장을 국회에서 밝히게 됐다. 경찰 안팎에선 “윤 청장의 공개석상 발언은 그가 식물 청장이 될지 소신파가 될지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웅혁 교수는 “임기 2년이 보장된 만큼 지위가 불안정했던 후보자 때와는 달리 (윤 청장은) 소신에 찬 발언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 등에 대해 경찰청장으로서 구체적인 의견과 입장을 국회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선의 한 간부급 경찰은 “윤 청장은 과거 ‘역량과 인덕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국회 발언을 통해 그런 평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향후 조직을 잘 추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정치 편향적이란 일각의 우려를 끝내 해소하지 못한다면 내부 반발 및 혼란은 계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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