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에 나온 충격적 장면, 직접 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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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스더 기자]
▲ 영화 '브로커' 속 베이비박스 장면 |
ⓒ 영화사 집 |
"베이비박스."
한 번쯤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사람에 속한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베이비박스가 있다
내 커리어가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룬 후부터 나의 관심은 사회적 책임이었다. 꽤 가난한 어린 시절을 거쳐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꽤 행복하게 살게 된 나는 봉사와 기부를 통해 사회에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박처럼 지니고 있었다.
▲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2009년부터 운영중. |
ⓒ 장에스더 |
▲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2009년부터 운영중. |
ⓒ 장에스더 |
보육사들의 안내를 받아 아기방에 들어서니 현재 6명의 신생아들이 보호를 받고 있었다. 생후 19일이 된 가장 어린 아기부터 며칠 전 100일이 된 아기까지 말 그대로 핏덩이 같은 아기들이었다. 아기들 중 2명을 배정받아 돌보았다.
우리 집 강아지보다 더 작은 생명체가 겉싸개 속에서 팔다리를 꼬물거리며 입에 물려준 분유를 빨아먹는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건만 분유통 젖꼭지를 입에 대면 본능적으로 입 속에 쑥 집어넣고는 힘차게 쪽쪽거리면서 꼴딱꼴딱 잘도 먹는다. 내 한 팔에 다 차지도 않는 작은 아기가 아무것도 담기지 않아서 투명하게 맑은 눈을 껌벅거리면서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먹는다.
살려는 거겠지.
그러니 살려야 하는 거겠지.
이곳 베이비박스는 그저 신생아들이 잠시 보호받다가 지나가는 곳이다.
▲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2009년부터 운영중. |
ⓒ 장에스더 |
가장 안타까운 것은 생모가 아기의 출생신고조차 거부하고 말 그대로 버리는 경우다. 그 경우는 결국 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통계를 보면 엄마에게 돌아가는 아기들이 15%, 입양을 가는 아기들이 17% 정도이고, 나머지는 결국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2009년부터 운영중. |
ⓒ 장에스더 |
그래서 다음 주에도 아기들을 돌보러 간다. 내가 일개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 정도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답을 찾기 위해서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가 전파되어, 좀 더 큰 논쟁들이, 좀 더 자주 일어나서, 우리 사회가, 정치가, 문화가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시기가 더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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