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히말라야 산맥 관통 中·네팔 철도 터널 측량 연내 개시”
중국과 네팔이 세계 최고봉이 밀집한 히말라야 산맥을 관통하는 국제 철도 건설에 동의했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0일 칭다오(靑島)에서 카드가 올리 네팔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국은 장차 네팔에 주는 원조 금액을 사용한 중국·네팔 국제 철도 타당성 연구를 지지하고, 올해 안에 전문가를 네팔에 파견해 측량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11일 중국 중앙 관영 매체와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과 네팔 양국은 수준 높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공동 건설하고, 국제 철도 타당성 연구를 속도를 내어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네팔의 전력 등 기초설비 협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카트만두 내부 순환도로 업그레이드 등 중요 네팔 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할 것”이라며 “중국은 네팔 수출품 98%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해 네팔의 찻잎, 중의약재, 농·목산품의 수출 확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네팔 선물 리스트는 지난 2015년 대지진으로 타격을 받은 네팔 경제를 지원해 갈등 관계인 인도를 견제하고, 최근 스리랑카·파키스탄 등에서 과도한 국가 채무로 인해 난관에 직면한 일대일로를 되살리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
티베트 시가체에서 네팔 카트만두까지 516㎞
중국·네팔 양측은 히말라야를 관통하는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지만, 건설 시기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네팔 철도는 지난 2014년 중국이 개통한 라싸·시가체 철도의 연장선이다. 중국 영토 내 노선 443.8㎞와 네팔 경내 노선 72㎞로 구성된다. 네팔 시가체에서 지룽(吉隆)을 잇는 중국 노선은 올해 중 완공 예정이라고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중국과 네팔을 연결하는 철도는 역사적으로 유래를 갖고 있다. 지난 1973년 마오쩌둥(毛澤東)이 당시 중국을 방문한 네팔 비렌드라 왕을 만나 중국은 장차 칭짱(靑藏, 칭하이·티베트) 철도를 건설할 것이며, 최종적으로 네팔 카트만두와 연결 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질적인 중국·네팔 철도 프로젝트는 지난 2016년 시작됐다. 당시 샤르마 올리가 네팔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체결한 10개의 협정 중 하나에 포함됐다. 이어 2018년 6월 중국·네팔 정부는 국제 철도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시가체와 카트만두를 연결하는 철도 계획을 확정했다. 2019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네팔 국빈 방문 당시 발표된 공동성명에 이미 지룽에서 카트만두를 잇는 국제 철도 프로젝트 타당성 연구가 포함됐다.
GDP 310억불 네팔, 철도 건설비 27억불
중국·네팔 철도는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을 통과해야 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지리·기후 등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교량·터널 등 완공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다. 허우옌치(侯艶琪) 주네팔 중국 대사는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는 200㎞ 미만의 구간에서 고도차가 1000m 이상인 히말라야 산맥을 관통해야 하며 복잡한 지질 조건과 빈번한 자연재해와 같은 많은 기술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초보적인 추산에 따르면 전체 노선 중 교량·터널 구간이 90%를 넘고, 1㎞당 공사비가 2억 위안(388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걸림돌은 인도다. 현재 네팔로 통하는 철로는 인도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인도는 네팔과 베이징의 밀착을 경계한다. 지난 1989년 인도는 철로를 막아 네팔 경제를 13개월간 봉쇄한 선례가 있었다고 대만 왕보가 14일 보도했다. 네팔이 중국·네팔 철도를 건설하려는 목적은 중국과 인도 사이의 내륙 교통 허브로 자리매김해 어느 쪽의 봉쇄로부터 탈피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과도한 비용도 문제다. 네팔 노선 72㎞ 부분 건설비만 해도 27.5억 달러(3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네팔의 연간 국내총생산(GDP)는 310억 달러에 불과해 막대한 철도 건설 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 중국의 차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네팔에서는 아시아투자은행(AIIB)로부터 저리 대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빈·손예진 결혼 8개월만에 득남…"산모·아이 모두 건강" | 중앙일보
- "2명 탄다" 신고했는데 사망자 5명…양양 추락 헬기 무슨 일 | 중앙일보
- 살구색 그 옷 벗었다…야쿠르트 아줌마 옷 힙하게 바뀐 이유 | 중앙일보
- "내가 뭘 본거지?"…코에 여성용품 꽂고 뛴 캐나다 '노장의 투혼' | 중앙일보
- 낮엔 해설 밤에는…박지성 누른 '해설천재' 이승우의 이중생활 | 중앙일보
- 욱일기 펼치자 곧장 제지한 FIFA…서경덕 "日 국제적 망신" | 중앙일보
- 4.5m 폭포위 목숨 건 셀카…인도 여성들 추락해 4명 숨졌다 | 중앙일보
- 가나 감독 "제자 손흥민 훌륭하게 성장…팀으로 막겠다" | 중앙일보
- 가나, 한번 리듬타면 무섭지만...한국 스피드가 먹힐 그들의 급소 | 중앙일보
- "잠깐만, 그런 말 한 적 없다"…'김민재 출전' 해프닝의 진실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