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IS] '소나타' 결국 그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하는 음악
아들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10대가 돼서야 알게 됐다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장애 사실을 몰라 여태껏 자신에게 적합한 조치를 받지 못 해 더 힘든 길을 걸어야 했던 당사자의 마음은 어떨까.
11일 개막한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개막작인 폴란드 영화 ‘소나타’는 청각장애를 가진 음악가 그제고즈플론카에 대한 작품이다. 청각장애를 일찍이 진단 받지 못 해 자폐인 줄 알고 살았던 플론카는 12살 무렵에서야 자폐 아동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사의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자폐가 아닌 청각장애인임을 알게 됐다.
물론 부모도 의심했다. 아들이 듣지 못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몇 차례 검사에도 병원에서는 청력에는 문제가 없으며 자폐가 있다는 동일한 진단을 내렸다. 장애에 대한 무지, 무관심은 한 가족에게 너무나 큰 짐을 안겼다.
플론카는 뒤늦게 보청기에 의존해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기 전부터 좋아했던 피아노. 피아노 음의 소리를 처음으로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음악인의 길에 들어섰다. 5~6세 시절 음성 언어적인 자극을 거의 받지 못 해 말은 어눌하지만 음악만큼은 누구보다 유려했다. 그는 청각장애인 음악 대회에서 우승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영화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음악이다. 장애를 문제로 만드는 세상과 편견 어린 시선 탓에 발생한 그 모든 문제들과, 결국 그것들을 극복하게 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제고즈플론카라는 본능적인 재능을 가진 음악가를 통해 장애인을 향해 세우는 세상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또 음악 이전의 ‘소리’ 그 자체의 성질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그동안 주로 시나리오 작업에만 집중했던 바르토즈블라쉬케 감독은 ‘소나타’를 통해 입봉작인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연출력을 뽐냈다. 배우 미하우 시코르스키의 혼신을 다한 열연은 관객마저 그가 실제 그제고즈플론카가 아닌지 착각하게 한다. 118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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