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노리던 은행털이범, 땅속서 '굴욕의 SOS'친 사연
이탈리아 로마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던 땅굴 도둑들이 되레 지하 굴에 갇혀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전날 오전, 터널에 갇힌 사람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112 응급 전화에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무너진 도로 밑에서 희미한 남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구조대는 8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11일 오후 7시 30분쯤 안드레아라는 이름의 35세 남성을 터널에서 빼냈다.
안드레아를 포함한 4명의 일당은 일주일 전, 인근 상점을 임대해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내린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땅굴 위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파놓은 지하 굴에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매체는 땅굴에서 빠져나온 일당 중 한 명이 아직 갇혀있는 안드레아를 살리기 위해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조된 안드레아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나머지 일당 3명을 일단 공공시설물 훼손 혐의로 체포해 범죄 목적으로 땅을 팠는지 조사하고 있다.
일당 4명 중 2명은 로마, 2명은 나폴리 출신으로 대부분 강도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무너진 도로에서 200m 이내에 은행 2곳이 있는 점으로 미뤄 이들이 은행 금고를 노리고 땅굴을 팠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광복절인 15일은 이탈리아에서 대형 휴일인 성모 마리아 승천 대축일 '페라고스토'다.
따라서 현지 언론들은 이들 일당이 은행이 휴업하고 로마인들이 대거 휴가를 떠나는 이날을 디데이로 일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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