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다고 하니.. 퇴근 않고 기다린 박물관 직원들

오문수 입력 2022. 8. 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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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기13] 카자흐족이 대부분.. 몽골에서 이슬람문화가 살아있는 곳

[오문수 기자]

 바얀 오르기 박물관에 전시된 사진으로 오른쪽 인물이 카자흐족 전통의상을 입고 왼쪽은 동몽골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박물관 문화해설사 설명에 의하면 사진 속 인물은 몽골에서 유명한 스포츠맨으로 동일 인물이다. 카자흐족 전통의상과 동몽골 전통의상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촬영한 사진이라고 한다.
ⓒ 오문수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몽골 서쪽끝 도시 '바얀 오르기(Bayan Ölgi)'에 도착했다. 알타이산맥에 둘러싸여 있는 '바얀 오르기'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1800여km나 떨어져 있다. 높은 고도, 건조한 날씨, 험한 지형, 원초적인 자연환경을 지녀 몽골 속에서도 별난 느낌을 주는 도시다.

몽골알타이 산맥은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중가리아 분지의 황야까지 펼쳐져있다. 바얀 오르기에는 해발 4천미터가 넘는 산이 많다. 그래서인지 고비사막의 한 여름 더위에 시달린 일행들은 눈쌓인 산과 추위가 반갑기까지 했다.

산에는 만년설과 빙하가 덮여 있지만 계곡에는 푸른 목초지가 많아 약 2백만 마리의 가축과 곰, 여우, 늑대 등이 서식한다. 인구 구성을 보면 카자흐족, 할흐족, 드르브드족, 오리앙하이족, 투바족, 호쇼트족 등이 살고 있다.
   
 바얀 오르기를 중심으로 한 알타이산맥에는 4천미터 급의 높은 산이 여럿있어 한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다.
ⓒ 오문수
 
 일행이 탄 차가 고장나 수리하는 동안 바얀 오르기 시가지를 돌아보던 중 만난 이슬람사원 모습.
ⓒ 오문수
 
몽골의 다른 지역에는 할흐족이 많지만 바얀 오르기에는 인구의 80%가 카자흐족이다. 때문에 동몽골계는 한국인과 비슷하지만 서몽골계(튀르크계)인 바얀 오르기 주민의 얼굴은 우리와 생김새가 다르다.

학창 시절 한국어가 우랄 알타이어군에 속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알타이산맥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등 네 나라에 걸쳐있는 총연장 1600km의 광대한 산맥을 가리킨다.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비스듬히 뻗어있는 이 산맥은 때로는 동서남북 지역을 차단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경계지대이자 완충지대로서 상호 이질적인 민족이나 국가와 문화 등이 교류하는 통로 역할도 했다.
 
 몽골 서쪽끝 도시 '바얀 오르기'는 겨울철이면 독수리축제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인지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이 바얀 오르기 근처 강가에서 야영을 하자 고기냄새를 맡은 독수리들이 상공을 날고 있다.
ⓒ 오문수
 
 바얀 오르기를 중심으로 알타이산맥 인근에는 수만 점의 암각화가 그려져 있다. 이곳은 인류 문화 역사의 보고이다. 때문에 알타이산맥 인근의 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있다.
ⓒ 오문수
 
바얀 오르기는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카자흐족의 전통 언어와 스포츠,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카자흐족이 알타이 산맥에 있는 이 지역으로 넘어온 시기는 1840년대이다. 여름에는 이곳 고산지대에서 가축을 방목하고 겨울에는 카자흐스탄이나 중국 신장으로 돌아갔다. 1921년 몽골 혁명 이후 중국, 구소련, 몽골 사이의 협약체결로 국경선이 영구적으로 확정되었다.

'카자흐'는 '자유로운 전사'나 '초원의 방랑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카자흐족의 게르는 몽골족의 게르보다 더 높고 넓으며 더 많은 장식이 되어있다. 카자흐족은 이슬람교 수니파에 속하지만 그다지 독실한 신자들은 아니다.

알타이 유목민족의 늑대숭배와 샤머니즘의 텡그리 사상
  
 체체를렉 박물관 석비에는 돌궐제국의 왕족이었던 '마한 테긴'의 기념비가 있다. 582년에 세워진 높이 2.45m 석비의 맨 윗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늑대가 어린아이에게 젖을 빨리는 모습이 보인다. 알타이를 중심으로 한 서몽골계통(튀르크계) 몽골인들은 늑대 토템신앙이 있다.
ⓒ 오문수
 
알타이지역에 사는 몽골인들은 서몽골계(돌궐족)로 돌궐족은 6~8세기경 몽골고원과 알타이산맥을 중심으로 유목 생활을 하던 튀르크계 민족이다. 돌궐의 기원에 관한 단서는 체체를렉 박물관 석비를 보면 알 수 있다. 582년에 세워진 높이 2.45m 석비(부구트비)는 돌궐제국의 왕족이었던 '마한 테긴'의 기념비다. 머리 부분에는 늑대가 어린아이에게 젖을 빨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인에게는 늑대 토템신앙이 있다. 푸른 늑대 '버르테 치노'와 하얀 암사슴 '코아이 마랄'이 만나 몽골인을 낳았다는 <몽골비사>의 이야기, 푸른 늑대와 흰 사슴을 해치면 안 된다는 <몽골원류> 이야기, 몽골족 영웅 '장가르'가 황야에 버려졌을 때 늑대가 젖을 먹여주었다는 전설 등은 몽골족의 늑대 토템신앙을 말해준다.

일찍이 돌궐, 위구르, 몽골 등 알타이 지역 초원에서 활동한 유목민족은 하늘을 섬겼으며 점복과 예언과 주술, 치병을 담당한 샤먼이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다. 이 지역 사람들이 가장 믿고 오래 믿은 종교는 샤머니즘이며 튀르크와 몽골어에서 '하늘'의 의미를 지닌 '텡그리'는 가장 중요한 믿음의 대상이었다.
  
 몽골에서 가장 높은 타왕복드산 인근 부리야트 샤먼이 푸른 옷을 입고 오보를 돌고있다. 오보에는 '푸른색' 하닥이 걸려있어 몽골인들이 '푸른색'을 얼마나 중시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 오문수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이나 카자흐족의 창문은 푸른색으로 칠하고 있고 초원의 몽골족도 오보에 푸른 하닥을 걸었다. 푸른색을 의미하는 단어 '쾩(KÖK)'은 고귀하고 신성한 생명의 색이었다. 고대 돌궐인들은 '퀵 튀르크(KÖK TÜRK)'라고 했는데 '푸른 돌궐' 즉, 강대하고 신성하며 고상한 하늘과 관련된 민족이라는 의미다. 몽골 역시 '쿠케 몽골(KÖK MONGOL)'이라 하여 하늘과 연관지었다.
몽골은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지만 종교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푼 나라이다. 1254년 프란체스코회 수도승이었던 '루브룩(Lou Brock)'이 기독교를 선교하고 이슬람교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청하자 몽케 칸은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성직자들에게 종교 토론을 시켰다. 이때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성직자가 한편이 되어 불교에 맞서 토론을 벌이자 몽케 칸은 루브룩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몽골인들은 세상에 오직 한 분의 신이 계시고 그가 모든 인간의 운명을 주재하신다고 믿는다. 하지만 신은 인간의 손에 서로 다른 다섯 개의 손가락을 주셨듯이 서로 다른 곳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신앙을 갖도록 허락했다."
 
현재도 바얀 오르기에는 이슬람사원이, 몽골의 옛 수도인 카라코룸에는 불교사원이, 현 수도인 울란바타르에는 라마불교인 간당사원이 건재하고 있다.

여수에서 맺은 인연으로 바얀 오르기 박물관장의 따뜻한 환대를 받다

몽골 여행을 떠나기 전 몽골 다큐를 촬영해 KBS와 EBS 등에서 방영했던 성준환 PD가 "바얀 오르기에 가시거든 꼭 박물관장을 만나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으시라"는 말을 하며 전화번호를 건네줬다. 홉드에서 바얀 오르기로 떠나며 "대한민국 여수에서 왔었고 지난번 미술전시회에서 같이 만났었다"고 하자 "늦더라도 퇴근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답변이 왔다.
  
 바얀 오르기 박물관장 '아즈맽' 여사가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이 박물관을 방문해준 것에 대해 환영인사를 한 후 문화해설사로 하여금 박물관을 안내해주도록 했다. 바얀 오르기 박물관장은 몇년 전 여수미술관에서 바얀 오르기 지역 화가들이 그린 그림전시회를 열어 필자와 만난 인연이 있다.
ⓒ 오문수
     
 바얀 오르기 박물관 견학을 마친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이 박물관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맨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아즈맽' 박물관장이다.
ⓒ 오문수
   
바얀 오르기로 가는 도중 차가 고장나 오후 6시 반에 박물관에 도착해 약속시간에 늦었는데도 그녀가 반갑게 악수를 청한 후 박물관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하니 모든 직원이 퇴근하지 않고 환영의 박수와 선물을 전해준다.
거의 모든 박물관 전시자료는 촬영금지다. 하지만 박물관장의 지시로 촬영이 허락되었고 3층까지 해설을 해줬다. 서쪽 끝이라 외국인이 박물관을 거의 방문하지 않는지 몽골어로만 적힌 박물관 자료집만 받아 읽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영어로 쓰인 몇 단어에는 알타이 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기록만 있었다.
  
 바얀 오르기 박물관에 전시된 석인상들 모습. 제주도 돌문화공원에서 본듯한 모습이다.
ⓒ 오문수
 
여행의 즐거움이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멋진 인연을 만나는 것이다. 박물관장과 헤어지며 "코로나가 없어지면 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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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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