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함과 우울함 그 사이의 최정윤 #2주의뮤지션

성채은 2022. 8.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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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이 먼저 가는 우주> 로 던지는 희망.
최정윤 프로필

2017년에 자작곡 4곡이 담긴 미니앨범 〈Embrace〉로 데뷔해 꾸준히 〈사라져〉, 〈시간이 부족해〉와 같은 싱글 앨범을 발매해 온 싱어송라이터 최정윤(@moodyoon_ ). 지난 7월 15일에 발매한 ‘착한 사람들이 먼저 가는 우주’는 희망적인 가사에 발랄한 멜로디로 소중한 존재를 잃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곡이다. 때로는 발랄한 곡, 때로는 차분한 곡을 오가는 그는 지난 6월, Mnet의 〈뚝딱이의 역습 (Any Body Can Dance)〉에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대 길거리 오디션에서 과감하게 ‘뚝딱’거리며 합격한 최정윤은 칸토, 조미녀, 이권호, 신유리와 함께 ‘하모니카’팀으로 감동적인 댄스 성장기를 보여주었다. 알쏭달쏭한 매력의 최정윤이 전하는 위로와 할 수 있다는 용기.

〈착한 사람들이 먼저 가는 우주〉 커버 이미지

Q : 신곡 ‘착한 사람들이 먼저 가는 우주’는 4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떠올리며 쓴 곡이다. 그런데도 가볍고 발랄한 곡으로 만든 이유가 있을지

A :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일본에 사는 친한 친구였다. 세상을 떠났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이미 장례식을 치른 뒤라 제대로 보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왜 먼저 떠났는지 이유도 몰랐기에 그 아쉬움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쌓이는 슬픔 속에서 문득 친구가 슬퍼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속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함께 보냈던 시간처럼 밝게 보내주자는 생각이 들어 슬픔을 밝음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또, 친구가 늘 빠른 템포의 음악을 좋아했기에 그 친구가 좋아하는 느낌의 곡을 써주고 싶었다. 선물하는 마음으로.

Q : 작업 과정은

A : 처음 작업할 때는 후련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널 꼭 만나러 갈 거야’라는 가사가 있어 많은 위로가 되었을지도. 친구의 소식을 들은 뒤, 바로 작업한 곡이라 4년 동안 데모로 있었다. 편곡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곡이 발매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곡을 설명할 때에 웃지 않고 이야기하면 마음이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

Q : ‘마음껏 그리워하되 너무 슬퍼하지 말고, 그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길’이라고 곡 소개에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 말을 전했다. 요즘 최정윤을 웃게 하는 것은

A : 제일 첫째는 강아지 ‘오고’. 오고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소중한 존재이다. 함께 산책할 때, 잘 때나 밥을 먹는 소소한 모습들이 모두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두 번째로는 텍사스에서 온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은 친구. 그 친구와 함께 집에서 두 달째 지내고 있다. “언니 혹시 혼자 있고 싶으면 내가 없어져 줄게” 같은 어이없는 말실수를 할 때가 많아서 웃는다(웃음). 그리고 최근에 자두청을 2kg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는데 다들 반응이 좋아서 웃음이 났다.

Q : 최정윤에게 음악 작업이란

A : 예전에는 음악을 일기를 쓰듯 작업했다. 감정을 풀어내고, 위로도 받고, 다 쓰면 시원해지는 기분으로. 요즘은 그렇지 않다. ‘내가 이걸 쓰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렇게 멜로디를 쓰는 게 좋은 건가?’라는 고민이 많아졌다.

Q : 엉뚱한 매력과 인라인스케이트, 볼 풀장 같은 소품들이 눈에 띄는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처음 감상했을 때의 기억은

A : 처음에는 감독님이 자꾸만 아련하게 콘티를 짜셨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도 ‘조금이라도 아련하면 안 된다. 굉장히 밝고, 엉뚱하게 연출해서 보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슬프지 말자는 게 목표였기에. 그래서 처음 감상했을 때 우리의 의도대로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Q :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은 혼자 막대 폭죽을 들고 있다가 드넓은 하늘에서의 화려한 폭죽놀이로 마무리된다. 어떤 의미일까

A : 뮤직비디오 전체적으로 보면 표지판이 연속적으로 나온다. 그 표지판이 친구를 찾아가는 표지판이다. 중간중간 엉뚱한 연출들과 함께 표지판으로 향하고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폭죽놀이 장면이 나온다. 내 생각에는 예쁜 하늘에 폭죽을 터트리면서 친구를 추모하는 느낌이 들었다.

Q : 최정윤의 곡은 ‘Dance with me baby’와 같이 아주 밝거나 ‘Tokyo Tower’같이 아주 차분하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A : 개인적으로는 ‘Bloom’, ‘Nowhere’, ‘욕심’ 같은 느린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데 밝은 분위기의 ‘사라져’를 발매한 이후로 신나는 템포의 음악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신나는 무대에서 부를 노래나 기분이 좋을 때 부르고 싶은 노래를 상상하며 쓴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우울한 곡이 나와서 밝은 곡을 쓰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Dance with me baby’도 신나기 위해 작정을 하고 만들었다.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흥이 많은 사람이 아닌지라 곡에 몰입하려고 노력한다. 연기하듯이.

Q :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거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는

A : 0순위로는 항상 김동률.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을 한 점이 존경스럽다. 관현악 연주를 위하여 작곡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이나 현악기 위주로 작곡하는 스트링 작업을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영화음악 작업도 상상하게 된다. 다양한 자극을 주는 인물이다.

Q : Mnet의 프로그램 〈뚝딱이의 역습 (Any Body Can Dance)〉에서 ‘하모니카’팀으로 멋진 도전을 보여줬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A : 시작은 장난이었다. 매니저 언니에게 장난으로 “나 춤 좋아하는데 이거 해보는 거 어떨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언니가 회사에 진지하게 전달해 갑작스럽게 미팅이 잡혔다. 미팅 후 받은 연락에서 홍대 길거리에서 32곡에 맞춰 춤을 춘 뒤 리더들에게 뽑혀야 합격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와중에 본부장님이 “정윤아, 네 직업이 아닌 것을 못하는 건 창피하지 않은 일이지 않니. 배우고 싶어서 나가는 거면 그 창피한 마음을 버려. 못해도 괜찮아. 뭐 어때?”라고 해서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다.

Q : 출연 후의 주변 반응은

A : 이제는 춤을 잘 추느냐고 묻는다. “진짜 미안한데 ‘될 대로 되라고 해 (느낌 So Good)’(최정윤이 결승 무대에서 춤을 선보였던 곡)이 노래밖에 못 춰”. 이렇게 백 번은 이야기했다(웃음).

Q : 〈뚝딱이의 역습 (Any Body Can Dance)〉 출연 이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 내성적인 성격의 나에게 정말 어려운 도전이었다. 윷놀이도 싫어한다. 윷을 던질 때 모두가 나를 쳐다보니까. 이런 내가 춤을 추는 방송에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40명 앞에서, 그것도 2~30대의 카메라 앞에서 자랑스럽게 뚝딱거리면서 춤을 췄는데 못할 게 뭐가 있어?’라는 용기가 생겼다.

Q : 이번 신곡을 듣고 리스너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는지

A : 이 노래를 처음 썼을 때는 오로지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뿐만 아니라 소중한 존재를 잃어 슬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이 곡을 듣고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존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담기 힘들만큼 소중하고, 특별하고, 착한 사람들이어서 먼저 다른 나라에 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Q : 2022년의 하반기 계획은

A : 앨범 단위로 곡을 발매하고 싶기에 EP를 준비할 예정이다.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지 않을까. 그리고 뉴욕을 한 번 더 여행하고 싶다. 집에서 머물고 있는 텍사스 친구의 집에 가도 좋겠다. 미국에 가면 제일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은 ‘판다익스프레스’의 오렌지 치킨과 프라이드 라이스에 누들 반반씩!

Q : 우주로 떠난 착한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말은

A : 스물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왜 이렇게 일찍 떠났느냐고 물어볼 것 같다. 그리고 잘 지냈는지, 노래는 잘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친구가 살던 도쿄에 간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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