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출 챌린지'에 빠진 MZ_돈쓸신잡 #56

김초혜 2022. 8. 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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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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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뭔가요?” 어떤 경제학자에게 물어도 대답은 ‘금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금리가 왕이다. 현재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그동안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지만, 그 결과 물가가 폭등했다. 이젠 돈을 회수할 차례다.

급등한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이런 결정에는 비용이 따른다. 이자 비용이 늘어난 개인은 소비 여력이 팍 줄어든다. 비용이 늘어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축소한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거대한 흐름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기업은 애플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애플마저 최근 긴축 경영을 발표했다. 내년 채용 규모를 줄이고, 투자 역시 감축하기로 했다. 애플도 경기 침체를 대비해 긴축 모드로 돌입한 것이다.

몸 사리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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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경영을 선포한 건 애플뿐만이 아니다. 미국 상위 기업 대부분이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테슬라는 전체 직원 중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10명 중 1명은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나가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년 만에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구글과 아마존 역시 채용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잘 나가는 기업들마저 조만간 닥칠 수 있는 토네이도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개인 차원에서 생각해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마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저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과연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개인 역시 기업들처럼 어느 정도는 준비해두는 편이 좋다. 적어도 줄줄 새는 돈부터 점검해보자.

구독 서비스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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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에 많은 사람이 집콕을 하면서 급성장한 분야가 구독 서비스다. 넷플릭스처럼 영상 콘텐츠만 구독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것들 대다수가 구독경제 안에 들어왔다. 차, 꽃, 속옷, 면도기 등 다양한 것들을 구독하는 시대다.

지금 시점에서 한 번쯤 자신의 구독 서비스를 꼼꼼하게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매달 내가 내는 돈보다 효용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구독을 해지해야 한다. 일단 내 경우엔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쿠팡 로켓배송, 리디북스, 애플뮤직,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 중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매달 대략 10만 원이다. 플랫폼 하나하나 따지면 구독료가 크게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만, 모아놓고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나는 과연 한 달 동안 저 플랫폼에 돈을 지불하면서 어느 정도의 효용성을 얻을까?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2개 정도의 서비스는 구독을 해지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글을 쓰는 와중에 해지했다.

이렇게 자잘하게 내 지갑을 갉아 먹는 소비는 이참에 확실하게 잡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돈을 아끼는 노력이 결국 큰 지출을 줄이는 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지출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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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치솟다 보니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무지출 챌린지’라는 키워드가 부쩍 많이 등장한다. 하루에 돈을 한 푼도 쓰지 않는 삶을 이어가면서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하면 짠내 나는 도전기가 줄줄이 등장한다. 다만, 어디에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무지출 챌린지 동영상을 몇 개 봤다. 절약을 넘어서 고문 수준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가장 손쉽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분야는 음식이다. 물론, 잦은 외식과 배달음식은 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서 하루 한끼는 그냥 거르거나 저녁을 컵라면으로 대충 해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걱정이 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아끼는 건 사실상 자해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지속해서도 안 된다.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혹사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절약 챌린지'에 한 번쯤 도전해보는 건 바람직하다. 이 챌린지를 통해서 '내게 꼭 필요한 지출'과 '내게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구분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생각보다 우리는 돈을 많이 쓴다. 월말에 카드 명세서를 받으면 '내가 이렇게 돈을 썼다고?'라고 생각하며 지출 내역 하나하나를 살펴보지만 실제로 본인이 다 쓴 게 맞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이다.

너무 잦은 저녁 약속, 대중교통이 다니는 시간에도 택시 타기, 냉장고에 식재료가 있어도 배달음식 시키기 등등. 이런 지출만 조금 줄여도 지갑이 가랑비에 젖는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물론 본인이 이미 돈이 많다거나, 앞으로 많이 벌 가능성이 매우 높다거나, 혹은 금수저라면 이 조언들은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객관적으로 자신의 재무제표를 파악해보는 편이 좋다. '나는 이렇게 써도 되는 사람인가?' 세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들마저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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