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벨 위페르, 미아 와시코브스카, 레아 세이두가 이 감독과 작업한 이유는?

이마루 2022. 8. 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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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히만 아일랜드의 미아 한센 러브가 말하는 친밀함에 대해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가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나이 차가 있는 감독 커플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오랜 연인이었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당신의 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요

사람들은 제 영화가 자전적이라고 말해요. 그러나 영화 자체가 제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는 그와 함께 포뢰(Fa°ro..) 섬에 가본 적 없거든요. 당연히 영화 속에 묘사된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고요. 감독으로서 저는 영화가 제 삶보다 더 보편적인 무언가가 되길 바랍니다. 재미있는 건 글을 쓰는 일이 제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주인공 크리스(비키 크립스)를 통해 묘사한 이 영화가, 실제의 제게는 가장 쓰기 쉬운 작품이었다는 거예요.

스웨덴 포뢰 섬은 잉마르 베르히만이 살고, 일하고, 묻힌 곳이죠. 한국의 김태용 감독은 배우 탕웨이와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렸고요. 거장의 흔적이 묻은 섬에 가는 것은 감독인 당신에게 어떤 경험이었나요

10여 년 전부터 베르히만의 삶과 작품에 열렬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포뢰 섬에 강하게 이끌렸죠. 처음 섬에 갔을 때는 2014년이었던 것 같아요. 2016년에는 그곳에서 영화를 썼고, 2017년 촬영 준비를 위해 방문한 이후, 2018~2019년의 여름을 촬영으로 보냈죠 영화처럼 베르히만 재단은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베르히만 집에 머물면서 프로젝트를 작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하루는 베르히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에 제가 앉았던 부엌 자리에 앉은 그의 유령을 보기도 했죠. 유령을 이렇게까지 믿게 된 건 처음이에요(웃음).

영화는 액자식 구성을 따릅니다. 포뢰 섬을 찾은 ‘토니-크리스’ 커플의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가 토니에게 자기가 쓰고 있는 작품을 들려주는 과정에서 극으로 재현된 ‘흰색 드레스(The White Dress)’가 있죠

포뢰 섬은 연애와 예술 창작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제 욕구를 충족시켰어요. ‘두 명의 감독’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 외에 아무것도 구체적이지 않았던 때 〈에덴: 로스트 인 뮤직〉(이하 〈에덴〉)에서 함께했던 그레타 거윅을 만났죠. 노아 바움백 감독과 포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그녀는 이틀 동안 저와 파리에서 시간을 보냈거든요. 두 사람이 경험한 여행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베르히만 아일랜드〉가 시작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빌려 베르히만의 작품과 삶에 대한 여러 평가가 등장합니다. 베르히만에 대한 당신의 감상으로 봐도 될까요

잉마르 베르히만이 2007년 세상을 떠난 이후에 그의 영화를 알게 됐어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사라방드〉(2003)에 감명받고, 〈모니카와의 여름〉(1953)에 매료됐죠. 관능과 젊음에 관한 그의 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만약 〈제7의 봉인〉(1957)을 통해 그를 알게 됐다면, 지금과 같은 마음을 갖진 않았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크리스가 토니의 노트를 보는 장면이 있어요. 짧은 메모와 함께 포르노를 연상케 하는 장면과 여성의 나체가 잔뜩 묘사된 노트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아이를 가졌고, 여러 면에서 매우 친밀해요. 하지만 둘 모두 작가이자 영화감독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요. 절대로 공유할 수 없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죠. 여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투명하게 드러내려고 하지만, 둘 사이 영화에 대한 진정한 소통은 없어요. 토니의 공책은 두 사람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자벨 위페르가 우아하게 삶을 수용하는 철학 교사를 연기한 〈다가오는 것들〉. 미아 한센 러브에게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안긴 이 작품은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다.

토니는 정작 눈앞의 크리스 육체에는 더 이상 관심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요소가 크리스가 젊은 현지의 남성과 만나 바다에서 수영하는 장면 그리고 ‘흰 드레스’ 속 젊은 연인을 통해 재현되는 섹스 신과 대비를 이뤄요

이 영화는 관능에 대한 여성의 욕망 이야기이기도 해요. 베르히만의 영화가 제게 매력적이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매우 엄격하고 내성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관능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였으니까요. 크리스가 창조한 캐릭터인 에이미(미아 와시코브스카)는 관능의 필요성을 드러냅니다. 관능은 항상 스토리텔링의 원동력입니다. 관능과 에로티시즘은 제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에덴〉은 DJ로 활동한 오빠의 이야기였죠. 201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다가오는 것들〉은 어머니의 이야기고요.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관심을 갖는 편인가요

제 모든 작품은 지인들에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필연적으로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내 직업이 어떤 대상을 불편하게 노출시킬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조율하는 게 매우 어렵지만요. 부모님은 제가 20대일 때 헤어졌고, 어머니의 새로운 삶과 의미에 대한 탐색은 영화 속 이자벨 위페르에 의해 새롭게 표현됐습니다. 어머니는 이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했으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어요.

인간관계에서 지적인 교류가 중요하다고 느끼나요

전 가까운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걸 좋아합니다. 토니와 대화를 시도하는 크리스를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결국이 과정에서 우리는 고독하고, 그 고독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요. 자신의 관점을 지우고 타인의 시점에서 작품을 보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칸에서 수상한 〈원 파인 모닝〉.

좋은 뉴스가 있어요. 신작 〈원 파인 모닝〉이 2022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유럽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첫 영화 〈내 아이들의 아버지〉(2009) 이후 10여 년 만에 칸에 초대받았죠. 심지어 두 영화 사이에 연결점이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져요. 〈원 파인 모닝〉 또한 아빠와 딸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주연인 레아 세아두의 연기가 호평이더군요. 당신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이 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배우로서 활동했던 경험이 배우들을 택하는 데 영향을 미칠지

제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인물상이 잘 드러나기에 그 점이 많이 언급되는 것 같아요. 여전히 영화계는 남자 배우들이 중심이니까요. 17~19세 사이 짧게 단역을 맡은 것뿐이지만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섰던 경험이 영화를 연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배우들에게 연기를 요청할 때 나라면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을지를 먼저 자문하죠.

당신의 작품에서 아이들은 커플과 가족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지

관객으로서도 영화 속에서 아이가 어떻게 등장하고 소구되는지 굉장히 예민하게 보는 편입니다. 제 원칙을 아이에게 전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 12세가 된 딸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지금 세대는 스크린을 통해 즐거움을 찾고 성장하는데, 읽는다는 행위는 그를 넘어선 영향력과 상상력을 선사하니까요. 딸은 K팝에 관심이 많아서 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면 꼭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답니다(웃음).

여자 감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베르히만 아일랜드〉는 잉마르 베르히만이 생의 후반부를 보냈던 스웨덴 포뢰 섬에서 촬영됐다. 여성 창작자로서 살아온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영화는 8월 4일 국내 개봉한다.

당신의 작품에는 혼자 조용히 눈물 흘리는 여자들이 자주 보입니다.

이유는 의식적으로 연출한 바는 아닙니다. 다만 큰 소리로 우는 것보다 조용히 흐느끼는 여성이 훨씬 우아하다고 생각해요. 〈원 파인 모닝〉에도 레아 세이두가 옆에 딸이 있는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죠. 고통을 드러내기보다 속으로 감내하는 여성을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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