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를 택시처럼 타는 셀럽이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기후 악당으로 지목된 이유

라효진 2022. 8. 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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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불타고 있는데도.

30년 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국제연합(UN) 주도 하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이 체결됐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폭발적으로 언급되는 기후(변화)협약입니다. 자연적으로 발생 및 유지되고 있던 기후 시스템이 인류의 간섭 탓에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방출을 제한하자는 것이 1차 목적이었죠. 물론 기후협약에서 말하는 '위험'은 지구를 함께 쓰는 다른 생물보다 궁극적으로 인류의 위험이겠지만요.

5년 후인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교토의정서를 통해 산업화의 혜택을 누린 38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거죠. 하지만 교토의정서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돼 왔습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해 감축 의무가 주어졌던 몇몇 선진국은 교토의정서를 탈퇴했거든요. 당시의 개발도상국이나 극빈국은 의무 부담이 없었고요. 그땐 한국도 개발도상국이었지만, 문제는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도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는 사이 기후 변화에는 오히려 속도가 붙었습니다. 결국 2015년 채택된 파리협약에선 당사국 모두가 보편적으로 노력을 부담하기로 했죠. 선진국이 그렇지 못한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처에 도움을 주기로도 했고요. 교토의정서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가 강화됐다는 점인데요. 당초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자기 조절 능력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파리협약의 핵심은 이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유지하되,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는 노력을 하자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 때 협약 공식 탈퇴 후 바이든 정부에서 재가입한 미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관련 정책을 세우고 있고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세계의 시민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고기를 덜 먹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등의 크고 작은 노력들을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최근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 세계 셀럽들의 탄소 배출량이 공개된 건데요.

영국의 지속가능성 마케팅 회사인 야드(Yard)는 유명 인사들의 전용기 사용량 공개 정보에 기반해 올해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10인을 꼽았습니다. 1위를 차지한 건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였습니다. 그가 1월부터 7월까지 전용기를 탄 횟수는 무려 170번. 거의 매일 탔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약 8293톤입니다.

그게 어느 정도인지 살펴 봅시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7개월 동안 전용기로 지구에 찍은 탄소 발자국은 평범한 사람 한 명이 1년 동안 만든 탄소 발자국보다 1184배 진합니다. 일반인이 상업적 비행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은 평균적으로 1년에 7톤 선이거든요.

투어나 스케줄 때문이 아니냐고요? 네, 아니었습니다. '기후 악당'으로 지목되며 전 세계의 비판에 직면한 테일러 스위프트 측은 해명을 내놨는데요. 해당 기간 다른 사람들에게 전용기를 빌려준 적도 있다면서, 막대한 탄소 배출량을 기록한 것이 전부 자기 탓은 아니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비행기가 2만2923분(15.9일)을 공중에 떠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가장 짧은 비행은 미주리에서 테네시까지, 고작 36분 짜리였습니다. 그가 남친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친구 공연 가려고 비행기를 띄우는 동안 개인의 작은 노력들은 무시 당한 셈입니다.

심지어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 기록이 공개된 후 해명을 내놓고 하루도 채 지나기 전에 또 전용기를 띄웠습니다. 그 다음날도 띄웠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어 탄소 배출량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한 플로이드 메이웨더(약 7076톤)와 제이지(약 6981톤)도 마찬가지였어요. 지구를 혼자 쓰는 것도 아닌데, 눈치도 보지 않고 비행하는 모습이네요.

전용기 탑승량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요트를 띄우는 셀럽도 있습니다. 친환경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죠. 온갖 환경 문제에 발언을 하고 막대한 금액을 기부하는 그를 환경운동가로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의 취미는 초호화 요트 타기예요. 비행기 만큼 탄소 배출량도 높은 데다가 해양 오염의 주범이기도 한 그 요트 말입니다.

헬기를 타고 친구 요트에 내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화 시대 이전보다 1도가 올랐습니다. 국제환경운동단체 기후시계(Climate Clock)는 6년359일 후 0.5도가 더 오를 것이라고 계산합니다. 또 글로벌 생태 발자국 네트워크(GFN)은 인류가 지난달 28일부로 지구가 한 해 동안 탄소를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다 써 버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인 즉슨, 우리는 7월29일부터 미래 지구의 탄소 자정 능력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겁니다.

기후 악당들의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량은 너무 충격적이라 의욕을 잃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됩니다. 그건 극단적으로 말해 인류의 고통스러운 멸망을 막는 것이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쁜 지구를 물려주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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