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간식 만들기 도전 백종원, '황당 미션'에 숨은 뜻
[김상화 기자]
▲ 지난 11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 CJ ENM |
tvN <백패커>가 열한번째 출장지에 도착했다. 한주전 어린이집을 찾아 '저염식+저자극 식사 만들기'라는 사상 초유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백종원이 120인분의 대규모 요리를 위해 지난 11일 동물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육사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하기로 한 것. "나는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 가봤었는데..."라고 말하는 백종원에게 세대 차이를 느낀 멤버들은 제각기 어린 시절 동물원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규모의 요리 도전에 성공한 <백패커>였지만 이번엔 무더위, 그리고 다소 황당할 수 있는 미션이 추가되어 당사자들에게 당혹감을 선사했다. 또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동물원에 대한 정보도 이날 방송에서 소개됐다.
▲ 지난 11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 CJ ENM |
이번에 동물원을 찾게 된 건 사육사 팀장님의 간곡한 부탁에 따른 것이다. 넓디 넓은 이곳에서 일하는 120명 정도의 사육사들에게 제일 바쁜 시기는 다름아닌 여름이라고 한다. 동물들도 지칠 수밖에 없는 무더운 날씨에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자신들이 보살피는 각종 맹수, 조류 등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로사항도 존재했다. 워낙 장소가 넓다보니 식당까지 오는데 가장 먼 곳에서 걸어오면 30-40분 이상이 소요된다. 밥 먹고 다시 근무지로 이동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도시락으로 간단히 때우는 사육사 분들도 있다고 한다.
백종원은 여름 날씨에 걸맞은 요리를 구상하느라 주방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방문객들을 위한 구내식당을 특별히 조리 장소로 사용할 수 있었다. 확실한 화력, 각종 조리기구가 완비되어 멤버들을 만족시켰다.
돈가스, 우동, 짜장면 등 식당 판매 메뉴 조리에 최적화된 시설을 확인한 백종원은 이내 낙우새(낙지+우삼겹+새우)라는 맵고 뜨거운 주메뉴에 냉동고 속에 있던 돈가스, 우동 육수를 활용한 시원한 묵사발로 사육사들에게 한끼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2시간 남짓 뿐.
▲ 지난 11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 CJ ENM |
재료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조리만 남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백종원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동안 숱하게 애를 먹였던 튀김(돈가스) 쪽은 초대손님 앤디(신화)의 도움 속에 착착 완성되어 갔지만 메인 메뉴인 낙우새가 말썽을 일으켰다.
배식 시작 20분 전까지 음식 만들기를 시작도 못했기 때문. 묵사발에 들어갈 시원한 냉국 준비와 고명으로 쓸 삶은 달걀 준비 등에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이 사용됐다. 기존 우동 국물 등을 조리하던 기구를 활용해 완제품 육수를 넣은 후 파, 간장 등 온갖 야채와 양념을 배합해 즉석에서 묵사발용 냉국을 완성시켰다.
수십 개의 삶은 달걀을 반으로 나누기 위해 칼 대신 실을 사용하는 생활 속 지혜도 등장했다. 마늘이 부족해 다진 생강을 활용해 매콤함을 더했다.
백종원의 우려대로 이날 배식은 역시나 실패로 끝났다. 오전 11시 30분으로 정해진 시간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득이 사육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8분 정도 지난 후에야 정상적인 배식이 시작되었다.
비록 제 시간을 맞추진 못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맛 만큼은 의뢰인들의 미각을 사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과제가 하나 추가되었으니 다름아닌 코끼리 간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 지난 11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 CJ ENM |
수박을 얇게 썰어 코끼리가 먹을 수 있도록 사육사들의 일손을 돕는 일이었다. 물놀이 연못에 수박을 화채처럼 띄워 놓으면 코끼리들이 수박을 먹기 위해 나름의 지혜를 총동원해 해동에 나선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서만 지내다 보니 활동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식으로 먹이를 제공하면서 놀이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내 수박을 썰던 <백배커>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그 속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존재한다는 걸 이번 미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수많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단순히 맛있는 먹거리를 대접하는 기본적인 목적 외에도 <백패커>가 찾아간 장소 에서 근무자들의 고충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간이었다. 지난주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응원에 이어 사육사들과의 만남은 이런 의도의 연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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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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