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는 계속된다" 지금 농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이태윤 2022.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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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섭 KB자산운용 본부장이 4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일 옥수수를 실은 우크라이나의 ‘라조니호’가 오데사항을 떠났습니다. 지난달 22일 국제연합(UN)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선 덕분! 러시아 침공으로 농산물 수출이 막힌 지 5개월여 만인데요. 그래서 전쟁과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등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농산물·곡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상품의 성적이 주춤해졌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농업과 곡물 관련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있어서 앤츠랩이 만나고 왔습니다. 바로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 본부장인데요. 퇴직연금의 일부분을 조금씩 투자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셔터스톡

Q : 최근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에 관련 상품 수익률이 많이 내렸는데요,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애그플레이션·콘플레이션(밀·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미래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이슈가 잦아들고 있으나 아직 위험은 잔존해 있고 기후위기에 따른 곡물 수급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계속 문제가 튀어나올 수 있어요.
A : 다음으로 농업 관련 산업의 구조적 성장도 주목해야 합니다. 기존 투자자들은 농업을 1차 산업 혹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인식했는데요. 최근 농업에도 4차 혁명, 신기술이 붙어서 성장 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거든요. 자율주행 트랙터, 스마트 팜 이런 식으로요.

KB자산운용


A : 또 현재 가격이 안정화 된 시점이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엔식량기구(FAO)에서 만든 글로벌 농업경제지수(MVMOO)가 있습니다. 글로벌 농업 기업의 주가와 실적은 이 지수와 상관관계가 대략 0.92 정도로 높습니다. 최근 실제 세계 식량 가격을 지수화한 FAO의 세계 식량가격 지수는 전고점에서 3.4% 빠졌지만, 글로벌 농업경제 지수는 15% 정도 내렸습니다. 낙폭이 과하다고 판단할 수 있죠.

Q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애그플레이션'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최근 곡물 합의로 수출이 재개한 점을 보면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솟지는 않을 듯합니다. 다만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죠. 또 농사를 위한 핵심 투입 요소인 비료 생산량을 늘리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려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이슈로 판단하는데요. 농업이나 농산물 관련 투자를 할 때 비료 가격은 아주 중요합니다. 비룟값이 오르면 농산물 가격도 줄줄이 오르니까요. 근데 암모니아와 탄산칼륨, 요소 등 비료 성분의 주요 수출국이 바로 러시아예요. 미국 농무부 발표 자료를 보면 러시아산 비료 공급량 해결에는 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변동성이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신흥국의 식량 보호무역주의가 빠르게 퍼졌다. 셔터스톡


식량 자급에 대한 전 세계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요?
전쟁으로 식량 쪽에 문제가 생기면 정치·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다들 다시 깨달았습니다. 과거 ‘아랍의 봄’ 같은 정치혁명도 식량값 폭등과 연관이 있었잖아요. 신흥국의 경우 정치적 불안을 막기 위해 수출 제한을 빠르게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농산물 분야에서 자국 보호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죠. 보호주의가 퍼지면 식량 공급 측면에서 변동성이 커지겠죠. 한국은행에 따르면 밀 식량 보호주의를 도입한 국가 비중(교역량 가중 평균)이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국제 밀 가격이 2.2%포인트 오른다고 합니다.

Q : 기후위기 문제는 농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A : 사실 전쟁과 같은 단기 이벤트 외에 기후위기야말로 장기적으로 식량 공급량과 농업과 관련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입니다.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6차 기후변화 진단평가 보고서를 보면 가장 ‘온건한’ 시나리오에서도 폭염과 가뭄 발생 빈도가 2050년까지 현재보다 각각 46%와 18%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요. 세계적 기후위기가 전 세계 70% 이상 지역에서 농업 생산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식량공급과 농업 관련 산업에 핵심 변수다. 셔터스톡


반대로 식량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할 전망입니다. UN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2020년 78억명에서 2050년 95억명까지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식량 수요는 58~98% 증가가 예상되고 농업 생산량도 69%의 증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농업 인력이나 농경지는 감소할 전망이라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분석한 거죠. 더불어 농업의 효율성이 더욱 부상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Q :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요?
A : 해외 농산물 거래소에서 직접 선물을 투자할 수도 있지만 여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선물 상품의 특성상 장기 투자하기 적합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농산물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걸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종자 기업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청양고추를 재배할 때도 글로벌 기업 ‘몬산토’에 로열티를 지불합니다. 이런 종자 기업을 소유한 회사에 투자하는 거죠. 몬산토는 아스피린을 개발한 제약회사로 유명한데 이 회사를 소유한 곳이 ‘바이엘’이라는 기업입니다. 제약회사에서 세계 최대 종자 보유 기업으로 부상했는데 이제 전체 매출에서 농업·종자 과학 분야 매출이 57.7%로 농업 관련 매출이 가장 커요.

자율주행 트랙터의 모습. 셔터스톡


A : 농기계 제조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겠죠. ‘디어(Deere & Co.)’라는 곳은 농기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자율주행 트랙터 등도 연구 중이고요. 농산물 가격이 비룟값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동물의약품, 비료 종자 개발 기업 등에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곡물유통 기업도 대안 투자가 될 수 있고요. 전 세계 곡물유통 시장은 상위 4개 기업이 전체 교역량의 80%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거든요. 이 4곳 회사 가운데 상장된 곳은 2곳뿐이고요. 개별 기업을 고르기 어렵다면 농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찾아 투자해도 좋습니다. 글로벌 농업경제 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거죠.

Q : 반대로 피해야 할 업종도 있을까요?
A : 아무래도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단가 상승으로 피해를 볼 가공식품, 외식 업종은 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자동화 기계와 AI가 도입된 '스마트 팜'의 모습. 셔터스톡

투자 비중은 얼마나 가져가야 할까요?
A : 농업에 유망한 회사가 많긴 하나 글로벌 산업군에서 메인은 아닙니다. 시장 변동이 있을 때 가치 변화도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고요. 자산의 5~10% 정도 분산 투자를 추천합니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 등을 이용해 꾸준히 사 모으길 권합니다. 농업의 발전에 참여한다는 느낌으로요. 산업 자체의 성장성을 누리려면 장기투자가 정답인데 농업도 충분히 매력적인 장기투자처라고 판단해요. 또 장기적으로 자산군에 넣어두면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고요.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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