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의 빛 잃어가는 가정에 은혜의 빛을 비춰 주소서

최경식 2022. 8. 12. 03: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밀알의 기적] 서산제일감리교회 이구일 목사가 만난 기현이네 가족
이구일(오른쪽) 서산제일감리교회 목사가 지난달 14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기현이네 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현이의 아버지, 어머니, 기현이, 이 목사.


겉보기엔 그 누구보다 활달해 보이는 기현이(가명·9)는 가수의 꿈을 품고 있다. 평소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를 즐겨하며 나름대로 가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꿈을 이루기엔 기현이 앞길에 놓인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현재 기현이는 성장 부진 뿐만 아니라 안구 진탕(안구가 떨리면서 초점을 잃는 질병)과 망막 질환인 가족성 삼출유리체 망막병증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시력 저하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기현이는 영영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치료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희망만 가득해야 할 기현이 가족에게 절망은 일상이 됐다.

지난달 14일 충청북도 청주의 13평 남짓 되는 작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기현이를 찾아갔다. 문을 열자 기현이가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오랜만에 방문객을 맞이해 매우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이구일 서산제일감리교회 목사도 환한 표정으로 기현이와 인사했다. 이 목사의 방문은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의 일환이다. 서산제일감리교회는 기현이를 비롯해 질병과 가난 속에 있는 국내외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밀알의 기적 예배를 드리고 지원을 시작했다.

“왜 이렇게 활달해? 우리를 보니 반가워?” 이 목사의 물음에 기현이는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하염없이 밝은 기현이와 달리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기현이와 본인들이 처한 육체적, 경제적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기현이 어머니도 현재 안구진탕으로 시력을 거의 상실했다. 빛 정도만 구별할 수 있다. 해당 질병은 대대로 유전이 됐고, 기현이에게까지 마수를 뻗쳤다. 아버지도 한쪽 눈으로만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상 기현이 가족은 스스로 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운 처지다. 어머니를 위해 파견된 생활보호사가 음식을 마련해줘 간신히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활보호사가 오지 못하는 날에는 세 식구가 식사를 해결하기도 힘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경제적 여건도 따라주지 않는다. 기현이네 가족은 조건부 수급가정에 해당돼 아버지가 근로를 해야만 수급비를 받을 수 있다. 아버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장애인 축구회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소득은 5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아버지의 식비로 지출돼 손에 쥐는 돈은 10만~20만원 뿐이다. 수급비 60만원을 합치면 70만~8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기본적인 생활비에 치료비까지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기현이네 가족의 현실을 접한 이 목사의 얼굴도 다소 어두워졌다. 그는 기현이 어머니에게 소망하는 바를 물었다. 어머니는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기현이가 건강하게 잘 성장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전능하신 주님, 우리 기현이와 부모님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 가정이 치료를 잘 받게 해주시고 경제적 문제도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무엇보다 앞으로 기현이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기현이네 부모는 큰 소리로 “아멘”하며 화답했다. 기현이 부모는 현실이 힘들어도 믿음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집을 나서기전, 이 목사는 기현이를 다시 안아주면서 “언제나 기현이를 위해 기도할게”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복음화 초석 닦은 ‘서산의 모교회’
서산제일감리교회는
1904년 사역 첫 발… 선교·교육 앞장
주민 아우르는 신앙·문화 터전으로


충남 서산제일감리교회는 이 지역 복음화의 초석을 닦은 모교회다.

1904년 감리교회 본부에서 파송한 홍승문 전도사와 교인 7명이 현재 읍내동에 위치한 '마사리'의 개인집에서 예배를 드리며 출발했다. 이후 활발한 전도활동으로 교회는 빠르게 성장했다. 1929년 중앙로 56번지에 약 440평의 대지를 마련했고, 1932년 20여평의 함석지붕 교회를 건축했다. 1937년에는 병설유치원을 개원해 초창기부터 교육사업을 통한 계몽운동과 구제, 선교활동에 주력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속에서 교회 활동이 일시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신앙의 끈을 놓지 않았고 해방 후 교회의 문을 다시 열었다. 서산지역 모교회라는 자부심을 기반으로 서산지역 복음화에 매진한 결과, 수많은 성도들이 모이고 교회가 크게 부흥되는 역사가 임했다. 2007년 3월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5번째 대형 예배당을 완공했고, 체력단련실과 북카페, 커피숍 등도 마련해 지역민과 교인들의 신앙 및 문화활동 터전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9월엔 21대 윤춘병 목사의 시비와 교회 출신인 이태선 시인의 시비를 세워 문학의 전당임을 알렸다. 2017년부터 전세대 통합예배와 선교원 운영, 비영리 사단법인 '서산제일 CBA' 개원으로 지역 교육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구일(사진) 서산제일감리교회 목사는 "서산시 최초의 개신교회인 본 교회는 앞으로도 지역과 대한민국 복음화의 첨병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