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폐기 수순..복지부 "MRI 건보 확대 늦추겠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영상촬영 위주에서 중증질환으로 바뀐다. 전 정부가 내세운 건보 보장성 강화(일명 문재인 케어)가 폐기 수순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1일 문 케어의 핵심 정책인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건보 확대를 늦추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올해 3월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심한 척추질환에 한해 제한적으로 MRI 검사 건보를 적용한 데 이어 연내에 어깨·무릎·목 등 근골격계 질환의 MRI 검사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MRI 검사의 건보 확대 정책의 재검토에 들어갔다”며 “확대 속도를 늦추자는 게 새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MRI 검사 건보 확대 일정이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꼭 필요한 게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근골격계 질환 적용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대신 수술 등의 고난도 의료행위나 중증·희귀질환에 재정 투입을 집중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골격으로 한 새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마련해 조만간 대통령실에 보고할 예정이다.
복지부 다른 관계자는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아이를 받을 산부인과 의사가 점점 줄어든다. 분만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하고 있어 건보 확대 정책도 여기에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에서 드러난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건보 재정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수술 수가의 원가 보전율은 81.5%(2020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검체 검사(135.7%)나 MRI 등의 영상 검사(117.3%)는 원가보다 훨씬 높다.
전 정부는 문 케어라는 이름으로 2018년 10월 뇌 질환 MRI 건보 적용을 시작으로 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MRI에 건보 적용 대상을 줄줄이 확대해왔다. 이로 인해 건보 재정 지출이 급격히 늘었다. 문 케어의 핵심은 의학적 비급여를 모두 건보 급여로 전환하는 것인데, 건보에 등재된 비급여가 2017년 6월 3498개에서 올해 6월 3705개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자료).
복지부의 새로운 건보 정책은 새 정부의 공약 이행에 맞춰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0대 국정과제에서 재난적 의료비 부담 완화, 중증·희귀질환 부담 경감, 필수 분야 의료인력 확충, 필수과목 지원 확대, 공공정책 수가 도입 등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이를 이행하는 데 건보 적용 확대를 집중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최근 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흉부심장혈관외과·산부인과·감염 등의 학회와 중환자의학회를 잇따라 만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또 필수의료지원 전담조직(TF)을 신설했다. 복지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케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 또 한시 조직으로 설치돼 문 케어를 거의 전담해온 의료보장심의관실(2개 과로 된 국)도 올해 말 기한이 끝나면 다른 조직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RI 건보를 확대하면서 의료기관들이 과도하게 검사를 늘리는 바람에 이들의 수익이 증가하고, 건보 재정 지출은 크게 늘었다. 이런 정책이 제대로 된 것인지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MRI 대신 중증질환이나 고난도 의료행위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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