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는 왜 여성에게 돈줄 맡길까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메타)의 곳간 살림을 30대 아시아계 여성이 맡는다. 미국 포춘지는 “메타의 재무 담당 부사장(VP)인 수잔 리(37)가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임명됐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신임 CFO로 지명됐다. 2014년부터 8년간 메타 CFO로 일해온 데이브 웨너(53)는 11월 신설되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자리로 옮긴다.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수잔 리 부사장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뉴욕·멘로파크·홍콩에서 ‘뱅커’로 일하던 그는 2008년 페이스북에 재무 담당자로 합류했다. 당시 창업 5년 차였던 페이스북은 직원 1000명 미만의 스타트업이었다(현재는 8만3500명). 당시 그의 업무는 페이스북의 수익을 예측하는 것. 2016년 재무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리는 메타에서 14년이나 일한 만큼 직원들을 폭넓게 알고, 또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미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리의 가장 큰 강점은 업무상의 깊이와 철저함”(피지 시모 인스타카트 CEO), “대부분 강한 의견을 주장하는 회사인데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줄리 주오 전 메타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라고 평했다. 리 부사장은 대학 후배이자 직장 동료인 존 헤게만 메타 부사장(광고 담당)과 2011년 결혼,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이들 부부는 저커버그와 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과도 절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메타를 대표하는 여성은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섀릴 샌드버그(53)였다. 저커버그 CEO와 함께 페이스북을 이끌어온 샌드버그는 “자선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6월 퇴임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그가 샌드버그만큼의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미국에서 리 부사장의 소식이 화제가 된 건 어린 나이(30대), 소수 인종(중국계),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빅테크 기업 중엔 여성 CFO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CFO 루스 포랏(65)은 모건스탠리의 CFO를 역임하다 2015년 알파벳으로 이직한 경우다. 에이미 후드(51) 마이크로소프트(MS) CFO와 콜렛 크레스(53) 엔비디아 CFO도 2013년 각각 CFO로 임명됐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서 유럽·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로라 호(59) 수석부회장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CFO과 대변인을 동시에 역임한 뒤 현재 보직으로 옮겼다. 애플에서 리테일·인사(HR)를 총괄하는 디어드리 오브라이언(56) 수석부사장은 1988년부터 34년째 애플서 일하는 ‘애플우먼’이다. 팀 쿡 애플 CEO의 ‘오른팔’이자 ‘차기 CEO’ 후보로 꼽힌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이제 기업의 재무 총괄은 예전처럼 숫자만 들여다봐선 안 되고, 기업의 핵심 메시지도 현금·재무 흐름에 반영해야 한다”며 “이런 역량에서 여성 임원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리 부사장이 CFO로 임명된 날은 메타의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대비 감소한 날이었다. 리가 위기의 메타를 구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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