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70km 글라이더, 하늘 위 외줄 자전거..짜릿한 동해

백종현 2022. 8. 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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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동해시 무릉별유천지에서 한 가족이 독수리 모양의 ‘스카이 글라이더’를 체험하고 있다. 40여년 석회석을 캐던 광산을 304억원을 투입해 관광 단지로 개발한 장소다. 주말마다 2000명가량이 몰릴 만큼 인기가 높다.

시속 70㎞로 급강하하는 ‘스카이 글라이더’, 외줄 위를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 감성 가득한 책방과 카페, 드론이 음식 배달에 나서는 리조트 등등. 근래 강원도 동해시는 면면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만하면 변화 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다. 쇠락한 항구, 시멘트 산업 기지 등 낡은 이미지를 버리고 동해안에서 가장 역동적인 관광 도시로 뜨고 있다.

소녀시대도 즐겼다

무릉별유천지. ‘하늘 아래 최고 경치가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 거창하고도, 낯선 이름의 장소가 지금 동해에서는 가장 뜨거운 관광지다. 쌍용양회가 40년 간 석회석 채굴 작업 벌였던 거친 땅이 107만㎡(약 32만4000평)에 이르는 초대형 유원지로 거듭났다. 주말마다 대략 2000명의 관광객이 밀려드는데, 대부분이 MZ세대다. 인스타그램에도 1000개 넘는 인증 사진이 쏟아진다.

시멘트 아이스크림

석회석을 다 캔 벌판은 너른 라벤더 정원으로, 옛 쇄석장 건물은 전망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설증남 문화관광해설사는 “시커먼 흑임자 아이스크림에 삽 모양의 스푼을 꽂아주는 ‘시멘트 아이스크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귀띔했다. 채석 과정에서 생성된 두 개의 인공 호수도 그림이다. 그저 K1·K2로 불리던 웅덩이에 이제는 ‘청옥호’ ‘금곡호’라는 어여쁜 이름이 붙었다. 270m 높이 전망대에서 두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청옥호는 이름처럼 에메랄드빛으로 영롱하다.

두미르 전망대에서 본 무릉별유천지.

옛 채석장 임도 1.5㎞를 달리는 ‘오프로드 루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집라인’ 등 체험 시설도 다양하다. 독수리 모양의 ‘스카이 글라이더’는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다. JTBC 예능 ‘소시탐탐’에서 소녀시대가 비명을 지르며 즐기던 그 놀이기구다. 후진으로 120m 높이 절벽까지 올라섰다가, 최고 시속 70㎞로 내려온다. 무섭긴 하나, 무릉별유천지 전체를 굽어보는 쾌감이 굉장하다.

묵호항 달동네도 달라졌네

묵호등대 옆에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라는 이름의 관광지가 생겼다. 바다 전망이 빼어난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 하늘 위 외줄을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 등이 벌써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묵호항 일대 표정도 달라졌다. 묵호등대 옆 유휴 부지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라는 관광지가 조성됐다. 달동네로 이름난 논골담 벽화마을 바로 위쪽 언덕이다. 해발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 도깨비 방망이 형상을 한 해랑전망대는 어느새 동해 새 명물로 자리 잡았다. 바다와 항구 마을을 굽어보는 빼어난 전망 덕에 인기가 높다. 지난해 6월 개장했는데, 벌써 39만 명의 유료 입장객이 다녀갔다. 특히 하늘 위 외줄을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조주희 문화관광해설사는 “요즘 묵호항을 찾는 관광객은 항구 앞에서 먹고 놀지만 않는다”면서 “달동네 논골담길을 거닐다가, 스카이워크나 하늘 자전거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게 놀이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묵호항 인근의 여행책방 ‘잔잔하게’.

항구 주변으로도 감성 가득한 카페와 브런치 가게, 소품샵 등이 속속 생기고 있다. 묵호항 앞에 둥지를 튼 ‘잔잔하게’는 채지형·조성중 여행작가 부부가 지난해 말 문을 연 여행책방이다. 책을 고르는 재미 못지않게 두 작가가 작업한 사진, 세계 각지를 돌며 수집한 소품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광 책자에서 알려주지 않는 생생한 여행 정보와 동네 이야기도 얻어갈 수 있다.

평균 나이 69세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페 ‘묵꼬양’.

묵호항 뒤편 언덕엔 ‘묵꼬양’이라는 신상 카페가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손수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공간이다. 네 명의 바리스타 평균 나이가 69세다. 1층은 경로당, 2층은 카페로 운영하는데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화마 딛고 첨단 리조트로 부활

1년여의 복구공사 끝에 다시 문 연 망상오토캠핑리조트.

2019년 대형 산불에 초토화됐던 망상오토캠핑리조트도 지난해 11월 재개장했다. 화재 당시 객실 23동과 해송 군락지 등 전체 시설의 80%가량이 소실되는 피해를 봤던 곳이다. 1년여의 복구 공사에만 사업비 340억원이 들었단다.

일단 리조트 쪽은 화재에 약한 통나무집의 형태를 버렸다. 객실 30동을 신설했는데, 모두 내화성 자재로 지었고 하얀색으로 칠했다. 사뭇 이국적인 분위기다. 잿더미가 됐던 해송 군락지에도 소나무 1700여 그루를 새로 심었다. 신영선 동해시 관광과장은 “강릉·양양·삼척 등에서 해송을 공수해 심고, 조경하는 데만 90억원 가량이들었다”고 말했다.

망상해변의 무료 배달 드론.

방문객을 위한 커뮤니티 하우스, 해변 스낵 카페, 어린이 물놀이터도 생겼다. 지난달 28일에는 ‘먹거리 무료 드론 배송’ 서비스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와 망상해변 식당가를 연결하는 자율 비행 드론이다. 물회·치킨·빙수·빵 등의 음식을 리조트 ‘드론 배송 존’에서 주문하고 배달 받을 수 있는데, 여름 휴가철인 28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달라진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전망 좋은 명당자리를 예약하려면 두 달 전에는 ‘광클’을 해야 한다.

동해시 신상 명소

리조트 한편에는 산불피해 목을 활용해 건립한 망상사구생태관이 있다. 해안사구 동식물은 물론 대형 산불 당시 피해 모습과 복구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 멀지 않은 곳에 ‘망상의 돌’이란 이름의 큼지막한 돌이 전시돼 있다. 화재의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그을린 돌이 지금은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다.

동해=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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