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한동훈 '검수완박' 뒤집기의 맥락
1. 한동훈 법무장관이 11일 검수완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은 검수완박법(검찰청법)에서 위임된 ‘검찰의 수사대상 범죄’규정입니다. 그런데 검수완박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입니다.
2. 검찰청법 핵심조항은 제4조 ‘검사의 직무’입니다.
문재인 정권 이전엔 간단했습니다. 검사의 직무란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입니다.
그런데 2020년 2월 문재인 정권이 만든 1차 개정안엔 단서가 달렸습니다.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다음이란 6대 범죄(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ㆍ대형참사)입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정권을 뺏기자 문재인 정부는 부랴부랴‘검수완박’을 외치며 2차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단서가 바뀌었습니다. 6대 범죄 대신 2대 범죄(부패ㆍ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했습니다.
3. 문제는 ‘등’입니다.
‘기타 등등’이란 그외 여러가지를 의미합니다. 해석하는 사람 마음에 달렸습니다. 대통령 마음에 달렸습니다.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면 당연히 법률에 명시되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이를 시행령에 맡기면서 ‘등’이란 표현으로 대통령의 재량을 폭넓게 허용했습니다.
4. 검찰주의자 윤석열 대통령과 복심 한동훈은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뇌물과 직권남용은 부패범죄다. (공직자범죄 수사가능)
-정치자금법 위반은 부패범죄다. (선거범죄 수사가능)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은 경제 범죄다. (방위사업 수사가능)
-조폭은 서민갈취, 마약유통은 불법이익이기에 경제범죄다. (강력사건 수사가능)
문재인 정권이 제한한 수사대상 범죄를 모두 ‘부패ㆍ경제범죄’로 해석해 수사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강력범죄도 ‘기타등등 중요범죄’로 포함시켰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이전 검찰로 돌아갔습니다.
5. 민주당은 ‘한동훈의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럴 줄 몰랐을까요?
당연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4월26일 법사위원회에서 단독처리한 개정안의 표현은 ‘부패ㆍ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였습니다.
‘등’이 아니라 ‘중’입니다. 그러니까 ‘부패ㆍ경제범죄 가운데 중요 범죄’만 수사가 허용됩니다. 행정부 재량이 거의 없습니다.
6. 그런데 민주당이 최종 본회의 상정안에서 ‘중’을 ‘등’으로 바꿨습니다.
무리한 밀어붙이기에 따른 여론악화가 작용했을 겁니다.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과 안건조정위원회 편법운영, 법사위 몸싸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까지..
그래서 민주당은 ‘중’을 ‘등’으로 슬쩍 바꾸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타협했습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마치면 민주당이 강행처리하는 것을 양해해주기로.
7. 그 결과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성공했다’는 명분을 얻었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대통령령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실리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예상대로, 양당 합의대로, 한동훈은 대통령령으로 검찰수사권을 회복한 겁니다.
정치쇼에 일희일비, 감정소모할 필요 없습니다. 이제 도둑놈 잘 잡는지 지켜보면 됩니다.
〈칼럼니스트〉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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