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생각엔] 허준이와 손흥민의 뇌를 MRI로 찍는다면?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2. 8.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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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들, 수학자 못지않게 뇌 효율적으로 활용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한 분야에 특출 난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뇌 구조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내 뇌와 뭐가 다르길래.’ 올해 이런 생각이 두 번이나 들었다. 지난 5월 토트넘 훗스퍼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 지난달 프린스턴대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했을 때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 있지만, 일 할 때 무언가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판단한다는 점이 묘하게 닮아 있다. 아쉽게도 그들의 뇌 영상이나 사진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뇌 과학자들을 통해 ‘수학자’와 ‘축구선수’의 뇌를 비교해봤다.

◇수학자, 뇌 영역 사이 연결 짧고 적게 활성화 돼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은 대뇌 이마엽 아래에 위치한 안와회 측면부터 후두엽까지 뇌 영역이 길게 연결됐다. 반면 수학자의 경우 뇌 영역 간 연결이 짧다. 실제 MRI 검사를 통해 일부 수학자의 뇌 구조를 살펴보면 전전두엽과 피질하 영역(대뇌 피질 아래 영역), 측두엽까지 연결이 비교적 짧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뇌 영역 간 연결이 짧은 데다 활성화되는 영역 또한 적다보니 문제를 풀 때 뇌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학자는 문제에 들어간 수식, 수학적 기호 등을 봤을 때 뇌의 고등 인지영역이 더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수학자가 표면적 기호·숫자 뒤에 내포된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메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심리뇌과학부 박준구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수학자의 뇌는 높은 수준의 인지 과정이 가능하고 문제 속에 들어있는 수학적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부 연구만으로 수학자의 뇌 구조나 특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축구선수의 조금 다른 ‘계산 능력’… 공간인지능력·판단력도 탁월
축구선수 역시 다른 방식으로 수많은 계산·판단의 순간과 마주한다. 경기 내내 자신 혹은 상대방의 슈팅 각도·타이밍·힘·궤적과 드리블 속도·경로 등을 끊임없이 계산하고, 모든 계산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끝낸다. 다만 이 같은 계산능력이 수학자가 문제를 풀 때 발휘하는 계산능력과 동일하다고 보긴 어렵다. 박준구 교수는 “축구선수가 경기 중 타이밍이나 각도, 슈팅·패스 성공 확률 등을 계산하는 능력은 오랜 기간 반복 훈련을 통해 얻게 된 일종의 순간적 통찰력”이라며 “수학적 절차를 통한 계산이나 판단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뇌 과학자들은 축구선수가 계산능력과 관련된 영역 외에도 여러모로 다른 뇌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드리블을 할 때 움직임을 조절·통제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순간적으로 약해져 드리블과 여러 움직임이 동시에 가능하고, 효율적인 신경전달 체계를 활용해 더 적은 힘으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선수는 경기 중 공간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 또한 크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특성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 경기 중 빠른 판단력·의사결정능력과 공간침투능력, 위치선정능력 등으로 나타난다.

실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네이마는 MRI 검사를 통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일본 국립정보통신기술연구소). 같은 발 동작을 수행할 때 네이마르는 동작에 필요한 뇌 영역의 활성화 정도가 다른 선수의 10% 이하에 불과했다. 특정 동작에 필요한 뇌 영역이 덜 활성화되면 여러 가지 복잡한 동작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다.

◇"수학자·축구선수뿐이랴… ‘생활의 달인’도 뇌 구조 다를 것"
수학자와 축구선수의 뇌 구조가 다른 사람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분명 사람들과 다른 뇌 구조를 가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학자·축구선수뿐만이 아니다. 한 분야에 오래 몸담거나 특화된 사람이라면 뇌 구조나 활성화 영역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타고나지 않아도 오랜 기간 특정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뇌 구조가 달라질 수 있고, 반대로 특화된 뇌를 갖고 태어났으나 사용하지 않을 경우 활성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는 “우리 뇌는 제한된 용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특정 작업을 반복하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뇌 구조가 변화·발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자, 운동선수, 음악가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희한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생활의 달인’과 같은 사람들도 다른 뇌 구조를 가졌을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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