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11월 익산 음식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조선의 의인, 조지 포크]

김선흥 입력 2022. 8. 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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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의인, 조지 포크] 익산 고적을 탐사하다

개항초기 조선의 근대화와 자주독립을 위해 젊음을 바쳤으나, 청나라로부터는 모략당했고, 조선으로부터는 추방당했으며, 본국 정부로부터는 해임당했다. 어느 날 일본의 호젓한 산길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의인 조지 포크에 대한 이야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지 포크의 시점을 가상으로 설정해 서술한다. 내용은 각종 문헌과 자료 등에 근거했다. <기자말>

[김선흥 기자]

한국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지 포크예요. 1884년 11월 남도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시간을 악간만 앞당겨 용안(오늘날의 익산에 속함)에 도착하기 직전의 노상 체험을 공유한 다음 용안에서 체험한 음식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11월 7일 내가 강경에서 용안 쪽으로 가려고 나룻배에 올랐을 때 맞은 편 강언덕에 사람들이 까맣게 몰려 있었습니다. 얼른 헤아려 보니 450명 가량이었습니다. 물론 나를 구경하러 나온 것이지요. 나라는 서양인은 그들의 눈에 외계인이었고 괴생물체였겠지요. 그들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지방 수령이 보낸 나팔수들은 나팔을 불어대고 군졸은 물럿거라 물럿거라를 외치며 구경꾼들에게 욕을 하고 발로 걷어차고 곤봉을 휘두리기도 합니다. 지방 수령이 보낸 군졸은 붉은 외투를 걸쳤고 뚱뚱한 몸으로 위세를 부립니다. 나의 가마꾼이 그에게 다가가서 사람을 때리지 못하도록 말립니다.

내가 그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가마꾼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군졸은 마지 못해 발길질을 멈추지만 직성이 풀리지 않는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나는 나팔수들의 나팔 소리도 금했습니다.

강경에서 강을 건넌 뒤에 8분의1 마일을 간 다음 언덕받이에 올라서니 눈 앞에 논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사진을 찍고 지리를 측정했습니다. 논은 가지런히 경작되어 있었고 논둑에 볏단이 쌓여 있는데 그 뒤로 말이 지나가면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 마을을 지났는데 어떤 고을에서는  농부들이 벼를 베기도 했고 무리를 지어 타작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더군요. 

가마꾼은 지치고 무거운 짐에 눌릴 때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고, 죽겠다! O-u-i-go,chuketta!)". "아이고"는 늘 쓰는 감탄사인데 그 발음이 기묘한 느낌을 주지요. 첫 머리 "아이"는 맥없고 낮은 음으로, "이"에서 길게 늘여 뺀 다음 성조를 높여 "고"에서 짧게 맺습니다.          

가마꾼들은 늘 술막(주막)과 막걸리(makkolli)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길에 대해는 빠삭하고 남의 참견을 싫어합니다. 얼쩡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욕을 퍼붓습니다.

그들은 매우 충직하여 주인을 위해서 기꺼이 싸우기도 합니다. 그들은 길이 나쁘면 "지미(chemi)"라고 내뱉습니다. 하지만 궁시렁거리는 편은 아닙니다. 그들은 노새처럼 억세고 강하며 인내심 또한 대단합니다. 주인이 하루 이틀 이동을 멈추게 되면 투전이나 술, 밥에 몰입합니다. 

11월 7일 밤을 용안 관아에서 잤습니다. 간 밤에 비가 왔고 벼룩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요. 다음날 10시에야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11시에 정복을 차려 입고 정식으로 용안 현감을 예방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정중하게 미군함 Alert호 승선자들을 잘 대해준 데 대하여 감사를 표했습니다.

현감은 주로 중국과 프랑스간의 전쟁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디. 그는 중국이 타격을 받기를 바랬습니다. 현감과 대화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보니 현감이 거대한 쟁반에 모과, 감, 배 등을 보내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방안은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 있더군요. 

오후에 빗소리가 그쳤습니다. 나는 마을 뒤의 언덕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굉장히 큰 돌로 된 옛 성벽의 잔해가 보였습니다. 주변의 도랑안에는 분명 사람이 작업하여 만든 동그란 돌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돌은 중앙에 기이한 구멍이 나 있는데 철제 연장으로 뚫은 것 같지 않고 다른 돌로 두드려 만든 것 같더군요. 낮은 등성이가 언덕위로 뻗어있었습니다. 그 너머로 성벽 한 쪽이 뻗어있었을 게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성터 중간 쯤에 두 개의 거대한 돌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돌 대문 같았습니다. 그 아래로는 둥근 돌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아마도 요새화된 사원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깥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 오니 현감이 관아 대청에 주안상을 마련해 놓았더군요. 국화 꽃 송이를 술잔에 띄웠고. 현감 부인이 마련해 준 잔치상은 진풍경이었습니다. 나는 눈을 빛내며 음식 하나하나를 적어 보았습니다. 여기 음식 내역을 소개할텐데 먼저 영어를 적고 이어서 한국어 번역(정확한지 모르겠음)을 시도해 봅니다.

첫 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Boiled rice 쌀 밥
Soup beef and daikon 소고기무국
Poached eggs 계란조림
Tripe and lights raw 소 양과 날 허파 
Raw beef(lean thin slice) 소고기 육회(가늘게 썬 것)
Shreds of salt fish 생선자반 
Cooked tripe(in a sort of egg batter) 곱창 전(계란 반죽 같은 거로 두름)
Sliced radish and green herbs 무채무침과 나물들
Small bowl beef soup 작은 사발에 소고기 국
Kimchi 김치
Vinegar 식초
  
다음은 두 번째 상 메뉴입니다.

Cold vermicelli 냉면
Broiled chicken(a whole one) 통닭구이
Salt clams and oyster cold  조개젓과 생굴
Pared and sliced pears 껍질을 깎아 저민 배
Kimchi 김치
Persimmons 감
Hot dish brazier(chesnuts, beef, beans, mushrooms and at least 4 other vegetables and herbs, all mixed) 신선로(밤, 소고기, 콩, 버섯, 네 종류 이상의 야채와 약초나물이 한데 섞여 있음) 
Sul 술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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