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니콘 배터리 기업 '스토어닷'..5분 충전에 160km

박수호 2022. 8. 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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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기업]

최근 급속히 대중화하고 있는 전기차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충전 시간이다. 테슬라 기준 일반 완속 충전기로는 8시간 내외, 슈퍼차저(급속 충전기)로 40분 이상 걸린다. 현대차에서 곧 출시될 아이소닉6 신형(800V)은 좀 더 성능을 개선했다지만, 이 경우에도 초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8분 정도 걸린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 5분이 채 안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완충 시간은 숙제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있다. ‘스토어닷’이다. 이 회사는 5분 충전에 160㎞를 가는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2년 내 상용화도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다. 국내외 유수 기업으로부터 줄줄이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일명 유니콘 기업도 됐다.

도론 마이어스도르프(Doron Myersdorf) 대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재료공학전공 연구원들과 2012년 스토어닷을 창업했다.

▶스토어닷 어떤 회사

▷반도체 소재 연구하다 배터리 분야 전향

스토어닷은 2012년 창업했다.

창업자는 도론 마이어스도르프(Doron Myersdorf) 대표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재료공학전공 연구원들이다. 처음에는 반도체용 나노 소재를 연구했다. 그러다 휴대폰 배터리가 충전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 방향을 틀었다.

스토어닷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 소재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음극재 소재로는 종전까지는 주로 흑연이 많이 쓰였다. 스토어닷은 흑연 대신 반도체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나노 기술을 적용한 실리콘 소재를 활용했다. 이 소재는 충전을 빠르게 해주면서 동시에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특히 배터리 취약점 중 하나인 덴드라이트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덴드라이트 현상은 전지 음극에 리튬이 나뭇가지처럼 자라 전지 성능이 떨어지고 폭발하기도 하는 상황을 말한다. 리튬이온 계열 배터리에서 자주 일어난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스토어닷은 스토어닷이 채택한 고유 소재가 이를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실리콘 음극재 코팅 기술도 차별화 포인트다. 스토어닷이 독자 개발한 유기화합물로 코팅하면 덴드라이트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회사 관계자는 “실리콘 계열 음극재 개발 기업은 많지만 나노 기술과 유기체 보호막 기술까지 보유한 회사는 스토어닷이 유일하다”고 소개했다. 관련 특허는 57개 등록, 45개가 출원됐다. 참고로 ‘스토어닷’이라는 사명은 나노 입자, 즉 매우 작은 점 같은 분자에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뜻이 담겼다. 올해 7월 기준 스토어닷에는 박사급 연구원 35명 포함 임직원 1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스토어닷은 흑연 대신 반도체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나노 기술을 적용한 실리콘 소재로 배터리를 만든다.

▶5분 완충 진짜 가능?

▷지난해 시제품까지는 성공

스토어닷을 거론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있다. 회사 측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혁신, 내연기관차 주유 시간과 동일하게 5분 만에 전기차를 완전 충전하는 기술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정말로 구현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공개된 기술 시연 결과는 일정 부분 신뢰를 줄 만하다.

2019년에 공개된 기술은 전기차보다는 작은 크기의 오토바이, 일명 스쿠터용 배터리 기술이다. 스쿠터용 배터리를 5분 동안 충전해 주행 거리 160㎞를 가는 시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같은 해 중국 이브에너지와 손잡고 전기차용 배터리 본격 개발에 나섰다. 이후 테슬라에 적용할 수 있는 10분이면 완충 가능한 4680 원통형 셀 시제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 주기 동안 일관된 주행 거리를 보장하는 디지털 배터리관리시스템(BMS) 특허도 출원했다.

도론 마이어스도르프 대표는 “올해 초에는 좀 더 기술이 진보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내구성, 즉 수명도 중요하다. 1000회 이상 충전해도 같은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충전 사이클이라고 한다. 종전 기록 1000회를 넘어 최근에는 1200회도 달성했다. 1000회 이상 배터리 사이클 기록은 놀라운 성과로 평가받는다”고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연구용이지만 5분 완충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외 기업 투자 봇물

▷삼성, 다임러, 볼보 등 2억달러 유치

올해 기준 스토어닷의 기업가치는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누적 투자액도 2억달러(약 2600억원) 정도다. 아직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기도 전인데 말이다. 무엇보다 스토어닷에 투자한 회사 면면을 보면 이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전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첫 주요 투자사가 삼성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도론 대표가 들려줬다.

“2013년에 우리 연구진이 30초 만에 충전되는 스마트폰 배터리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나노닷(나노 기술을 적용한 실리콘) 물질을 사용한 시제품이었지요. 그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24시간 만에 350만뷰가 나왔습니다. 우리도 깜짝 놀랐죠. 그러고 얼마 안 돼 삼성 계열사 임직원 약 10여명이 스토어닷을 방문했습니다. 심도 있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어요. 이후 얼마 안 돼 투자 결정을 내리더군요.”

이후에는 자동차 계열 회사가 관심을 보였다.

다임러, 벤츠, 볼보, 폴스타, 올라, 빈패스트가 앞다퉈 투자했다. 더불어 종전 에너지 회사도 신사업 추진 차원에서 스토어닷에 주목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 회사인 BP(British Petroleum)는 차세대 주유소 사업을 염두에 두고 스토어닷에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2024년 상용화 가능할까

관건은 상용화다.

“스토어닷의 첫 성과를 ‘100in5’라고 부릅니다. 5분 충전으로 100마일(160㎞)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다음에는 3분 충전만으로도 가능해지는 100in3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이 현재의 주유 시스템과 비슷한 수준이 되면 시장에 전기차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도론 대표의 비전이다.

스토어닷 측은 “내년에는 상용화 수준 샘플 제품을 선보일 수 있고 2024년이면 전기차용 초고속 충전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하겠다. 볼보 등 주요 주주와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말로 상용화할 수 있을까?

업계에는 시제품 개발과 대량생산은 다른 얘기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안정적인 공급을 하려면 그만큼 자본 투입이 필요한데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자금 조달을 과연 잘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얼마나 빠른 시기에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느냐를 놓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론 대표는 “자금 조달을 위해 필요하면 2024년 나스닥 상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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