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알코올 러시'..주류 특화 매장에 직접 생산까지

반진욱 2022. 8. 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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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셀러·홈브루 등 이색 가전 인기

주류 시장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기업들도 기민하게 대응한다. 유통업계는 주류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각종 특화 매장을 앞세운다. 가전업계 역시 와인셀러, 홈브루잉 기계 등의 ‘홈술생활’을 보조할 특화 가전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선몰이에 나선다.

▶특화 매장 선보이는 편의점

▷주류 제조업체는 ‘굿즈’로 시선몰이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업체들은 주류 특화 서비스와 매장을 연달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운다.

CU·GS리테일·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올해 상반기 주류 매출이 2019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CU(57%), GS리테일(55%), 세븐일레븐(60%) 모두 두 자릿수가 넘는 성장률을 거뒀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일 때 도입한 주류 특화 매장과 ‘스마트 오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며 주류 제품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CU가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주류 예약 서비스 ‘CU bar’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4% 올랐다. 2020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GS리테일의 ‘와인25플러스’는 누적 판매 200만병을 넘겼다.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공간’도 주류 위주로 꾸민다. 매장 내 주류 매대를 늘린 주류 특화 편의점을 넘어 아예 주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주류 전문 매장’을 선보이기도 한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KT강남점’에 와인 전문 매장 ‘와인스튜디오’를 열었다. 30여평 남짓한 공간을 총 8개 구역으로 나눴다. 이곳에서는 300여종에 달하는 와인을 판매한다. 이마트24도 주류 전문 편의점을 열었다. 올해 4월 문을 연 ‘이마트24강동ECT점’이 바로 그곳. 와인 소믈리에가 점장으로 근무하며 손님을 응대한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롯데마트가 활발히 움직인다. 주류로 꽉 채운 전문 매장 ‘보틀벙커’를 선보이며 소비자 잡기에 적극 나섰다. 와인 4500여종, 위스키·리큐르 800여종, 전통주 100여종을 비롯 각종 안주와 주류 용품 700여종을 파는 주류 특화 매장이다. 롯데마트 잠실점 제타플렉스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창원중앙점, 광주 상무점 등 총 3곳에서 운영 중이다. 세 매장은 개점 당시 대비 각각 매출이 6배, 11배, 5배 오르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류 제조업체는 MZ세대 흥미를 돋우는 제품을 내놓으며 자사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2월 선보인 스푸너(스푼+오프너)가 인기를 끌자 18K 골드 스푸너와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제조기 ‘테라 타워’를 선보였다. 또 펀딩 사이트 ‘와디즈’와 협업, 진로 두꺼비 IP를 활용한 냉장고를 공개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 비중이 높은 젊은 세대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심산이다.

오비맥주는 올여름 상권 마케팅 강화를 위한 굿즈로 싹스핀 오프너를 출시했다.

국순당은 여름 장마를 앞두고 ‘파전 우산’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 우산은 지난해 국순당 생막걸리 리뉴얼을 기념하며 국순당 인스타 고객 증정용으로 소량 제작했다가 고객 요청으로 다시 제작해 내놓은 상품이다. 파전 우산, 김치전 우산, 애호박전 우산 3종을 내놨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보틀벙커’는 와인 시음부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위). LG전자는 집에서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가전 기기 ‘홈브루’로 인기를 끈다(아래). (반진욱·윤관식 기자)

▶직접 생산 뛰어든 유통업계

▷위스키 공장 만들고 와이너리 인수

주류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업체들은 단순 판매가 아닌 주류 생산에도 직접 뛰어든다. 유통 양강으로 꼽히는 롯데와 신세계는 위스키 생산에 참여한다. 롯데칠성은 한국형 위스키 생산을 위해 제주도 서귀포에 증류소를 신설한다. 지난 7월 4일 서귀포시 감귤주스 생산공장에 대한 업종 변경을 신청했다. 공장 업종에 기타 증류주·합성주 제조업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신세계L&B 역시 제주도에 위스키 공장을 만든다. 기존 소주 공장을 개조할 계획이다. 신세계L&B는 지난 3월 말 특허청에 ‘제주위스키’ ‘탐라위스키’ ‘탐라 퓨어몰트 위스키’ 등 14종의 상표를 새롭게 출원했다. 앞서 신세계는 올해 2월 미국 나파밸리의 최고급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식품업계 ‘투톱’으로 꼽히는 농심과 오뚜기는 나란히 컬래버 맥주를 선보이며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호탄은 오뚜기가 끊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손잡고 ‘진라거’를 공개하며 시장 주목을 받았다. 농심도 이에 질세라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함께 ‘깡맥주 오리지널’과 ‘깡맥주 블랙’을 내놨다. 각각 새우깡과 새우깡 블랙과 먹을 때 잘 어울리도록 개발한 제품이라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기업들이 잇따라 주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주류 규제 완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주류 통신 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전통주 제조자가 직접 전통주를 판매하는 경우에 한해 통신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전통주로 분류되는 소주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면서 전통주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일반 주류 온라인 판매 허용 등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술장고·셀러도 인기

▷가전업체들 신성장동력으로 ‘찜’

유통업계만 주류 열풍에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업계도 ‘주류’ 열풍에 주목한다.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되고, 다양한 술을 먹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가전제품 매출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인기 주종으로 떠오른 ‘와인’을 보관하는 와인셀러는 대기업 가전 회사들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제품인 ‘비스포크 인피니티’ 라인에 와인 냉장고를 새롭게 추가했다. 와인 101병을 수납할 수 있는 넉넉한 용량과 고급스러운 전면 패널 디자인을 내세웠다. 내부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눴다. 온도를 4~18도로 설정할 수 있어 와인 종류에 따라 분리 보관이 가능하다. 여기에 인테리어 가전으로서의 역할도 갖춰 전면 도어 패널을 총 6가지 색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 역시 와인을 121병까지 보관 가능한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을 공개했다. 와인을 70병 이상 보관할 수 있는 LG전자의 대용량 디오스 와인셀러는 지난해 판매량이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신제품을 적극 내놔 지난해의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와인셀러와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을 연동한 뒤 와인의 전면 라벨을 찍으면 이름, 종류, 생산지, 가격, 풍미, 어울리는 음식 등 각종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맥주를 직접 제조해 먹는 이색 가전 ‘홈브루’도 인기다. 2019년 LG전자가 선보인 제품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올해는 맥주 제조 기간을 14일에서 10일로 단축시킨 신제품을 내놨다. 제조할 수 있는 맥주 종류도 늘렸다. 사용자가 마이 에일, 마이 라거 등 맥주 계열을 선택한 후 홈브루 캡슐 멀티팩 등을 활용하면 800가지 이상의 맥주 레시피 조합이 가능하다. 해가 바뀌어도 ‘홈브루’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7월 8일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LG홈브루 팝업스토어’는 문을 연 후 4일간 평균 방문객이 25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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