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보조약 퇴출.. 약 없는 환자, 치명타 입은 제약사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2. 8. 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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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아세틸엘카르니틴 처방 중단 권고
​대체약 약효 떨어지고 환자 경제적 부담 상승 우려
한미·동아 등 매출 타격.. 제네릭 돌파구 분주
뇌기능개선제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처방·조제 중단​ 권고로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로 치매환자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는 뇌기능개선제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처방·조제 중단을 권고했다. 지난 2019년 일차적 퇴행성 질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데 이어,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는데도 실패한 것이다.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사실상 시장 퇴출이 결정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효과 있는 약 퇴출 위기, 곤란해진 경도인지장애·치매환자
치매 전문가들은 아세틸엘카르니틴 처방·조제 중단 권고에 유감을 표했다. 퇴행성 질환 치료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임상재평가 결과를 존중하지만, 그간 전혀 효능·효과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아세틸엘카르니틴을 급여의약품으로 사용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치료제 등 다른 질환과 달리 퇴행성질환인 치매는 약물의 타깃이 불분명해 단기간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라며 "초기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퇴행성 질환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내려져 전문가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아세틸엘카르니틴을 대체할 약이 마땅찮다는 문제도 있다. 식약처는 아세틸엘카르니틴을 대신할 약이 있다고 했으나,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첫 번째 대안인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본인부담률 상승이 예정된 약이라 이를 선택할 경우,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진행 중인 임상 재평가 결과에 따라 비급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대안인 니세로골린은 아세틸엘카르니틴에 비해 임상적 효과가 약하다고 알려졌다. 치매치료제는 '아세틸코A'와 '콜린'의 결합체인 '아세틸콜린'의 농도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데,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아세틸코A를,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콜린 수치를 상승시키는 전구물질 역할을 한다. 약의 특성상 니세로골린이 아세틸엘카르니틴이나 콜린알포세레이트보다 좋은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양영순 순천향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보험이사) "아세틸엘카르니틴은 보조제이긴 하나 기전 상 치매치료제인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와 함께 사용하면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임상근거가 존재하고, 단독으로 사용할 때도 효과를 보는 환자가 꽤 많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아세틸콜린에 영향을 주는 약물이 중단되면 인지기능 저하를 보일 환자가 존재해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한미·동아 직격탄… 탈출구 찾는 제약계
이번 조치는 제약업계에도 타격이 크다. 아세틸엘카르니틴 처방시장 규모는 약 580억원으로, 뇌기능개선제 최대 품목인 콜린알포세레이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세틸엘카르니틴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는 35개사(39개 품목)인데, 이 중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의 비중이 크다. 아세틸엘카르니틴 대표 품목은 한미약품의 '카니틸'과 동아에스티의 '니세틸'로인데, 각각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이다.

지난해 5020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최근 급여축소 취소소송에서 제약사가 패소하면서 환자 본인부담률 상승으로 인한 매출하락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급여재평가 결과에 따라 적응증이 대폭 축소된 콜린알포 제제를 치매가 아닌 환자에게 처방할 때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상향조정하겠다고 고시했으나, 콜린알포 제제를 보유한 제약사의 집행정지가 인용돼 본인부담률이 30%로 유지되고 있었다. 본인부담률이 두 배 이상 인상되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내년도 임상재평가가 예상된 뇌기능개선제 '옥시라세탐'의 경우, 아세틸엘카르니틴이나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비해 효능·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상 현장에선 이미 옥시라세탐의 처방·조제 중지에 따른 시장 퇴출을 예상하고 있다.

적지 않은 매출타격을 극복하고자 제약사들은 또 다른 뇌기능개선제 '니세로골린' 성분 제네릭(복제약) 출시에 분주하다. 니세로골린은 아직 임상재평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뇌기능개선제 성분이다. 대표 품목으로는 일동제약의 '사미온정'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세틸엘카르니틴과 옥시라세탐의 허가취소가 결정되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환자에게 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는 뇌기능보조제는 니세로골린과 콜린알포세레이트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본인부담금 상승은 처방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니세로골린으로 처방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이미 많은 제약사가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뇌기능개선제는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시장이기에 제약사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일부 품목이 퇴출당하더라도 제약사 간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손 놓고 두고 볼 순 없어" 바빠진 의료계
의료계는 선택지가 대폭 줄어들 뇌기능개선제 시장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치매증상이 악화할 게 뻔한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영순 교수는 "아세틸엘카르니틴이 보조제 수준이라고는 해도 중단 후 인지기능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후속 약물 중 부작용이 적고,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환자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약물들이 있다"라며 "신규 약물이 국내에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진 교수도 "그렇지않아도 치료 옵션이 부족한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며 "근거가 있으나 비급여로 사용되는 비약물 치료, 신규 약물 도입을 서두르기 위해 학회차원에서 노력할 예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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