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동맹 좋은 거 아냐?"..삼성 주가 흔들리는 이유

정길준 2022. 8.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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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다시 '5만 전자'로
미국, 반도체 동맹 제안
최대 고객 중국 눈치
인텔·마이크론 추격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법 서명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미래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와의 연합전선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초강대국과의 기술 동맹이 호재처럼 보이지만 막상 삼성전자의 주가는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주요 고객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 때문이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1.50% 떨어진 5만91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14일 이후 19거래일 만에 '5만 전자'로 다시 추락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 지원을 본격화한다는 발표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고 기술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서명했다. 반도체 산업 및 연구·개발에 2800억 달러(약 366조원)를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현지 반도체 시설 건립(390억 달러)·연구 및 인력 개발(110억 달러)·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20억 달러) 등에 520억 달러를 투입한다.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 공제도 뒷받침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한국, 유럽연합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칩을 생산하기 위해 기업을 자국으로 유인한다"면서도 "업계 리더들은 미국이 돌아왔고 다시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협업 네트워크인 '칩4' 구상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칩4에는 메모리 강국인 한국과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위탁생산) 선두 대만, 소재·장비를 잡은 일본이 포함됐다.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위한 전략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에 앞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더 뚜렷하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큰 반도체 최대 고객이다. 미국과의 기술 동맹을 두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우리나라는 중국에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70억9000만 달러치의 반도체를 수출했다.

이는 전체 반도체 수출의 약 57%에 달하는 수준으로, 미국(10억4000만 달러)·유럽연합(1억9000만 달러)·일본(1억2000만 달러)을 압도한다.

중국은 한국의 칩4 합류를 직접 막지는 않으면서도 불편한 심기는 분명히 드러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9일 방중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를 정치화하고 무역을 수단화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약화한다"며 "중국과 한국은 글로벌 자유무역체제의 수혜자로서 시장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미국의 대대적인 투자는 자국 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메모리 시장 추격자 마이크론과 파운드리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인텔 등이 대표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지정학적 현실과 미 공장 건설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라며 "칩4 동맹은 중국 내 반도체 신규 증설에 대한 잠재 물량 보장 또는 가입 유예 조치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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