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합창극 올리는 최우정 작곡가.."문명의 폐허 속 고독"
서울대 작곡과서 후학 양성하며 뮤지컬 '광주'·오페라 '1945' 등 창작활동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극장음악의 매력이요? 일단 다양한 청중분들과 많이 웃고 떠들 수 있고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기에 아이디어가 충돌하며 상상력이 새로워지는 힘이 있지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최우정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극장음악의 전문가다. 오래 공부한 클래식에 음악적 뿌리를 두긴 했지만, 유학 후에는 연극무대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하며 국악, 가요 등을 접목하며 늘 새로운 시도 속에 음악을 만들어왔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광주'를 비롯해 오페라 '1945', 음악극 '적로', 가곡집 '추선' 등을 만든 그는 오는 30일에는 국립합창단 초연으로 '마지막 눈사람'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올린다.
빙하기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을 통해 문명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절망과 고독, 허무를 다룬 작품이다. 최승호 시인의 텍스트에 음악을 붙여 국립합창단과 배우 김희원이 공연하는 일종의 '합창극'으로, 국내에서 이런 형태의 합창극은 이 작품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최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많은 합창곡이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 구조를 갖춘 극의 형태"라고 소개했다.
"최승호 시인과 가끔 만나 아무 얘기나 자유롭게 나누거든요. 우연히 눈사람 얘기가 나와서 대화하다 보니 이분이 눈사람을 소재로 쓴 시가 아주 많다는 걸 알았어요. 눈사람을 소재로 쓴 시들을 다 모아 하나의 책으로 구성하는데 그 텍스트를 음악의 대본으로 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최 시인 같은 작가 외에도 연극배우, 연출가 등 연극인들의 삶과 예술도 그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서울대 작곡과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모차르테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한 그는 1990년대 초반 대학로 연극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우리극연구소'에 들어가면서 무대음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목화극단, 연희단, 서울시극단, 국립극단 등 다양한 곳에서 20여 년간 음악 작업을 해왔다. 평소 "작곡가 말고 극장음악가로 봐달라"고 말할 만큼 무대를 향한 애정은 뜨겁다.
"지금도 가까이 지내는 배우들을 90년대에 다 만났어요. 이번에 같이 하는 희원이(배우 김희원)도 20대 때 '허재비 놀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연을 맺었죠. 연극계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일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그런 분위기가 곡 작업에 도움이 많이 돼요."
김희원은 주로 악역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배우. 대표적인 것이 원빈 주연의 액션물 '아저씨'에서 맡은 '만석'이다. 영화로 이름을 알리기 전에는 연극배우로 오래 일했다.
최 교수는 "김희원은 무용과 연극을 해서 공연예술에 대한 경험과 식견이 탄탄하다. '마지막 눈사람'을 위해 음악과 무대를 잘 이해하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적역이었다"고 했다.
곡 작업을 하는 프로 작곡가인 그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장르에 종사하든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을 가르친다고 한다.
"곡을 쓸 수 있는 방법론을 주로 가르쳐요. 정말로 필요한 기본 기술이죠. 지난 20년간 현장에도 많이 있어 봐서 책상보다는 무대 위에서 상상력을 펼치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그가 음악을 하는 후학들에게나 대중 강연에서 항상 강조하는 기본은 바로 '듣기'다.
"요즘 사회를 보면 서로 말하기(주장하기)만 바쁘고 듣기는 인색한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서로 충돌만 일어나죠. 타인을 이해하려면 우선 들어야 해요. 음악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있다면 바로 듣는 습관을 길러준다는 겁니다."
이번 인터뷰 직전에도 그는 밖에 나가 매미 우는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왔다고 했다.
"매미 소리도 똑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 매미마다 조금씩 다른 소리를 내지요. 듣다 보면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소리를 듣게 돼요. 신념, 이념, 확신 같은 걸 걷어내고 개별 소리 자체에 집중하면 타인이라는 존재를 더 풍요롭게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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