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호정 "정부가 게임을 산업으로만 보는데, 그거라도 잘해야죠"

정진솔 입력 2022. 8.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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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의원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게임 현안을 언급하는 모습이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게임에 본격적으로 손을 담갔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류 의원은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즐겁지 않다”며 “성공한 게임 사례만 보기 때문에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어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산업 관련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류 의원은 지난달 25일 게임 산업을 다루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합류했다. 류 의원은 문체위에서 게임만큼은 본인이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국내 중견 게임사 출신으로 느낀 점이 많다는 류 의원은 게임 업계의 특수한 근로 형태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경험을 살려 게임 업계 노동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류 의원은 전반기 국회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류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게임 정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근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업무보고에 참석한 류 의원은 “(게임 현안과 관련해) 언급이 적어 아쉬웠다”면서 “게이머의 입장이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만 대답하고 있는데, 그거라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 업계가 얼마나 큰 규모를 갖고 있고 수출이 얼마나 됐고 이런 얘기만 해서 ‘숫자로만 게임을 보는구나’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의원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게임에 원래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어렸을 때 기억으로 피시방에 9살 때쯤 처음 갔다. 그때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문체위에 오자마자 게임 산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는데.
“문체위에는 문화예술 분야 전반이 담겨있는데, 익숙한 게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게임 분야는 의원 관점에서 직접 토론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서 내가 담당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업계에서 근무 경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 일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게임을 만드는 건 즐거움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 업계의 만연한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 그리고 회사 규모에 따라 임금 수준도 천차만별인 부분이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정작 즐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현역에 있을 때 노동조합을 결성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지금은 이제 입법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보통 개발자라고 하지만 사실 개발 직군이 있고 사업 직군도 있고 그다음에 직원 직군도 있고 다양한 분들이 모여 계신다. 이분들의 노동 환경이 정말 괜찮은가. 게임 업계는 평균 근속이 3년 언저리에 있다. 3.8년 정도인데 게임의 흥행에 따라 고용 문제가 결정되기도 하니까 불안정한 노동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수의 대기업 사례, 혹은 성공한 게임 사례만 보기 때문에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어둠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얼마 전 업무 보고를 했는데.
“게임 산업의 매출이라든지 수출 규모와 같은 산업적 관점에서만 게임을 바라보는 게 아쉬웠다. 게이머나 국민 관점에서 겪는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업무보고에서 (게임 관련) 언급이 적어서 아쉬웠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걸었던 것은 보면 게임 소액 사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게임 대회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를 다뤘다. 어떻게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누리게 할 것이냐, 불편함을 겪지 않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공약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보고나 질의응답에서 보이는 인식은 산업적 측면이나 돈 얘기만 하고 있으니 게이머 관점에서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국내 게임이 직접 재산권 관련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질문한 적 있다. 답변으로 ‘상당히 치열하게 조사를 했다’ ‘자료를 추가적으로 보고하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근데 이 얘기는 어느 질문에나 할 수 있는 대답이다. 이런 점이 아쉽다.”

-윤석열 정부의 게임 정책과 관련해 평가한다면.
“이제 게이머가 우선이라고 외쳤던 후보인 만큼 업무보고나 이행 계획에 대해 성실하게 소통하지 않는 모습이 게이머들의 실망을 샀던 것 같다. 대통령 인수위가 거의 180여 명쯤 되는데 그 안에도 게임 관련 인사는 없었다. 여러모로 게이머들과 소통할 만한 사람이 부족하다. 장관이 업무보고에서 게임에 대한 애정이 제대로 설명이 안 됐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는데 사실 그 한정된 시간 안에 게임 관련 내용이 포함되고 안 되고가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

-게임을 단순 산업으로만 본다 함은?
“업계 현안과 관련된 기본적인 질문을 했는데 계속 매출 규모만 말을 하더라. 물론 게임 산업이 커지고 수출 규모가 커지면 좋다. 하지만 이를 보고 있는 게이머들은 대선 때 약속했던 것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원했다. 게임을 할 때 당장 연관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소위 게임 사기나, e스포츠 활성화와 같은 얘기. 근데 게임 산업 매출 규모는 그것과 다소 거리가 있다. 게임 회사 입장은 맞지만, 노동 입장도 아니고 게이머 입장도 아니다. 자꾸 게임 업계가 얼마나 큰 규모를 갖고 있고, 수출이 얼마나 됐고 이런 얘기만 해서 ‘숫자로만 게임을 보는구나’ 생각했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게임 수출 불공정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 일단 이름이 불공정 무역이다. 관련 부처인 문체부, 산업부, 외교부 등에서 게임 산업의 지위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 해당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게이머의 입장이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만 대답하고 있으면 그거라도 잘해야 한다. 판호 문제가 올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사드 배치 문제로 발생해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치·외교적인 문제 때문에 게임 업계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중국이 판호 발급을 한 사례도 극히 소수고 지금도 여전히 안 되고 있다. 박 장관이 게임 업계 간담회를 얼마 전에 하면서 유관 부처와 협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또 윤 대통령이 한편에서 탈중국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장관이 이야기한 것처럼 쉽게 해결이 될까 싶은 생각이다. 중국은 게임 산업에서 되게 큰 파이다. 중국은 한국 시장에 진출해 굉장히 자유롭게 영업을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판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이제 일을 시작했으니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 사행성 문제 등으로 금지된 블록체인 게임 상용화에 대한 의견은.
“P2E(Play to Earn)라는 게 기존 게이머들 사이에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너무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면 오히려 게임 업계 전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씌울 수 있다. 왜냐하면 사행성이라는 이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블록체인이나 대체불가토큰(NFT)이 시대적 흐름이라면 영원히 금지나 불법 영역에 둘 수 없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한편으로 게임은 즐거움인데, 돈 버는 것이 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존재한다. 수익화가 최우선이 아니라 어쨌든 게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게임성과 즐거움을 담보해야 한다. 지금 규제 방식도 문제다. 게임이라고 이름이 붙으면 불법이고 규제 대상이지만, 스포츠라든지 메타버스처럼 살짝 우회하면 규제를 피한다. 그래서 좀 종합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문체위 내 구성원 사이에서도 게임에 관한 관심 차이가 큰데.
“문체부에 문화, 예술, 체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 있는 의원들이 있다. 나도 사실 다른 영역을 잘 모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되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 조금만 더 귀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협업을 한다’라는 생각으로 문체위에 왔다.”

-대체로 나이가 많기 때문에 게임 업계를 모르는 의원도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 학부모 단체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제 젊은 학부모는 본인들도 게임을 하면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옛날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이런 것들을 설득하는 게 내 역할이 아닐까.”

-문체위가 게임 관련 어떤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보는지.
“일단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2020년도 기준 조사 결과에서 10세에서 65세까지 중에서 게임 이용자 비율은 71%였다. 반 이상이 게임을 어떤 종류든지 경험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 또한 크다. 인식 개선은 계속해나가야 할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주무 부처조차도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더러 쓴다. 이런 용어를 과몰입으로 통일을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셧다운제도 불완전한 폐지였으니 완전 폐지로. 장기적으론 뻔한 얘기다.”

-비슷한 맥락의 질병 코드 도입도 당면 과제인데.
“게임만을 별도로 질병 코드로 등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전에 한 영상을 봤는데 게임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통제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게임을 못 하게 하면 아마 유튜브를 할 것이다. 과몰입할 수 있는 여건은 어디에나 있다. 그게 하필 게임이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만을 저격해서 자꾸 부정적인 프레임을 더 씌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준비한 질문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게이머분들이 본인의 언어로 설명하면 (저는) 그대로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다른 사람은 ‘뭐로 치면 이거고, 저걸로 치면 이거다’ 식으로 비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저는 비유 없이 그대로 알아듣고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진솔 인턴기자 s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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