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들' 고무장갑이 전시장에..

손영옥 2022. 8. 1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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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옷걸이에 붉은 고무장갑(사진)이 걸려 있다.

고무장갑에 인위적으로 취해진 수인은 최근 처우개선 문제로 이슈가 된 청소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대학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 저렇게 장갑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말리는 걸 보고 착안했다"고 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뒤 영부인 호칭을 두고 '씨냐, 여사냐'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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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작가의 개인전 '포털'


세탁소 옷걸이에 붉은 고무장갑(사진)이 걸려 있다. 그런데 양쪽 손가락 모양이 특이하다. 각각 불상에서 흔히 취하는 손가락 동작(수인)인데, 두려움을 없애주고 사랑을 베푼다는 의미가 있다. 고무장갑에 인위적으로 취해진 수인은 최근 처우개선 문제로 이슈가 된 청소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권용주(45) 작가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아마도예술공간에서 개인전 ‘포털’을 하고 있다. 그는 서민 동네에서 전봇대 아래에 버리던 가구 우산 등 각종 쓰레기를 전시장에 가져와 산처럼 쌓아 올리거나 이를 변용해 인공 폭포를 만드는 대형 설치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엔 그런 스펙터클한 작품이 없다. 다세대주택을 개조한 공간의 특성에 맞게 작은 작품이 방마다 설치됐다.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재료의 물성 자체에 집중한 작업들도 내놓았다. 석고를 쏟아부어 동굴 종유석처럼 흘러내린 조각물을 거꾸로 설치한 조각이 그런 예다.

아무래도 더 반가운 것은 일상의 물건에서 소재를 취하고 서민 지향적 가치를 풍기는 이런 작품들이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대학에서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 저렇게 장갑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말리는 걸 보고 착안했다”고 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뒤 영부인 호칭을 두고 ‘씨냐, 여사냐’ 논란이 있었다. 권 작가는 “그들이야말로 여사님 호칭이 가장 자연스럽게 들리는 직업인”이라고 했다.

등산로 체육시설 주변에 걸려 있기 마련인 훌라후프, 텃밭에 채소가 넘어지지 않도록 세운 지지대 등의 이미지를 석고로 제작한 작품도 나왔다. 이렇게 작품이 매개가 돼 일상의 소중한 무엇이 환기되는 순간이 그에게는 포털(관문)이다. 25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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