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기 함께 나르고 청소 돕고.. 비 그친 서울 복구 구슬땀

안명진,이의재 입력 2022. 8. 1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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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도림천 주변 거리는 온통 뻘밭이었다.

한 발짝 디딜 때마다 흙이 발바닥에 엉겨붙어 미끄러지는 통에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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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밭' 신림동 가재도구 정리 분주
성대전통시장도 점차 옛모습 찾아
기록적인 폭우 이후 비가 그친 10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상인들과 대민 지원 나온 군인들이 수해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한결 기자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도림천 주변 거리는 온통 뻘밭이었다. 한 발짝 디딜 때마다 흙이 발바닥에 엉겨붙어 미끄러지는 통에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된 가전제품과 목재 가구들도 군데군데 쌓여있었다. 문틈을 막는 데 사용한 이불과 방석도 흙투성이가 된 채 나뒹굴었다.

비가 그친 이날 주민들은 골목에 나와 수해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집집마다 가재도구들을 집 밖으로 옮기느라 분주했고, 문턱에 걸쳐둔 푸른 고무호스에 연결된 양수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밖으로 검은 물을 끊임없이 토해냈다.

이곳 주민들은 “물난리 속에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이웃들 덕에 한숨 돌렸다”고 입을 모았다.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사는 김모(69)씨는 “주민센터에서 양수기를 빌려준다고 해 갔더니 혼자는 들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무거웠다”며 “그때 이웃들이 함께 양수기를 날라 줬다”며 고마워했다.

신림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사는 정모(71)씨도 “빗물보다도 방과 마당에 가득 찬 진흙을 빼내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201호에 사는 30대 부부가 제 일처럼 도와줘 너무 다행이었다”며 “본인들 집도 누전이 돼 손쓸 일이 많았는데도 이웃 일이라며 팔 걷고 나서는 젊은 부부가 참 예쁘고 고마웠다. 지금도 다른 이웃들 집 청소를 도와주겠다고 나가 청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동작구 성대전통시장 거리는 전날 난장판에서 벗어나 점차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시장에서 청과를 파는 70대 여성 이모씨는 “어제 낮까지는 자동차 5대가 떠밀려올 정도로 상가 앞이 난리여서 막막했는데, 비가 그치고 사람들이 힘을 합치니 그래도 정리가 됐다”며 한숨을 돌렸다.

반면 골목 구석구석엔 수해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시장 골목 안쪽의 다가구주택 지하 1층에 홀로 사는 임은식(74)씨는 “허리춤까지 찼던 빗물을 밤새 퍼냈더니 이제는 발목 높이 정도”라며 “아직 하루는 꼬박 더 퍼내야 한다”고 말했다. 파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임씨는 “하루 종일 물을 퍼냈더니 다리가 굽혀지질 않는다”면서도 젖은 파지가 가득 담긴 리어카를 끌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인근 상가 지하 1층에서 합주연습실을 운영하는 40대 여성 홍모씨는 바닥 흡음재(소리를 흡수하는 재료)를 꺼내 세워두고 진흙 때를 벗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홍씨는 “어제까지 계속 비가 내리다 보니 물만 빼내는 게 고작이었다”라며 “지금처럼 비가 오지 않을 때 빨리 청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명진 이의재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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