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미리 경험해보자'.. 대기업들, 스타트업 투자 확대

황인호 입력 2022. 8. 1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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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발굴 위해 적극 활용
올 상반기 벤처 투자액 24.3%↑
투자 성공땐 수십배 수익률 창출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쳐다보고 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는가 하면,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해 육성까지 맡고 나섰다. 투자금액은 점점 느는 추세다.

왜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걸까. 미래 성장엔진을 고르고 키우는 데 있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신사업에 뛰어들기에 앞서 ‘테스트 베드’ 역할로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덤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수십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리기도 한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 투자액은 전년보다 78.4% 증가한 7조680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7년 약 2조4000억원에서 4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액은 4조61억원으로 종전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24.3% 상승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 공식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한 스타트업 중 하나만 성공해도 된다는 ‘실리콘밸리식’ 투자가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최고 수십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고 사업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

CJ그룹의 지주사인 CJ㈜는 최근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부터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221억원에 인수했다. CJ는 이를 기반으로 CVC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사명도 ‘CJ인베스트먼트’로 정했다. CJ의 움직임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막혔던 ‘지주사의 CVC 설립’이 허용된 데 따른 것이다. CJ는 스타트업 분야의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내부적으로 스타트업 발굴에 향후 5년간 4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CJ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는 배경에는 신사업 진출이 자리한다. CJ의 스타트업 투자는 ‘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러티’에 집중된다. 모두 CJ에서 찍은 미래 성장엔진 후보군이다. CJ 관계자는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효과적으로 신규 사업모델과 혁신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그룹 CVC를 공식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최초로 국내 CVC를 설립한 GS그룹도 비슷한 이유로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GS는 스타트업 투자를 에너지 산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여긴다. 지주사뿐 아니라 미국 소재 벤처캐피털 GS퓨처스를 통해서도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 중이다. 계획한 투자 규모만 향후 5년간 10조원에 이른다.

SK㈜는 배당과 로열티 수익이 중심인 전통적 지주회사와는 차별화된 투자형 지주회사로 방향성을 정하고 매년 1조원 이상을 미래 먹거리 발굴에 투입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미국 수소차 스타트업 니콜라에 투자해 투자금 대비 20배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는 또 다른 스타트업 투자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됐다.

각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 작업에 오너 일가 3·4세들이 포진한 것만 봐도 기업에서 스타트업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다. GS그룹 내 미래사업팀장은 오너 4세인 허서홍 부사장이 맡고 있다. GS퓨처스는 허태수 GS 회장의 조카이자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을 살려 신기술과 유망 기업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의 경우 몸담고 있던 SK하이닉스에 휴직계를 내고 미국 스타트업 자문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물론 기업 경쟁력 강화가 주된 목적이겠지만, 전통 산업을 물려받은 오너 3~4세들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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