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지켜온 5백년 '우영우 팽나무'에 별비 내리다

남호철 입력 2022. 8. 1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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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볼거리 다양한 경남 창원시 의창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해 ‘스타’가 된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부마을 ‘소덕동 팽나무’ 위로 별이 쏟아지고 있다. 팽나무가 자리한 독뫼산에서 보면 남쪽으로는 초록색 대산평야가, 북쪽으로는 낙동강 일대가 시원한 풍경을 펼쳐놓는다.


경남 창원시는 옛 마산시 창원시 진해시가 통합한 국내 최대 규모의 ‘메가시티’다. 면적은 서울시(605㎢)보다 넓은 743㎢에 달하며 의창구 성산구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진해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창원의 북쪽 의창구를 찾아보자. 최근 드라마에 소개돼 인기를 얻으며 ‘스타’가 된 팽나무와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와 8화 에피소드 ‘소덕동 이야기’에 팽나무가 나왔다. 마을 관통 도로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강행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대립하는 내용이다. 소덕동이라는 가상의 마을이 도로 건립 계획으로 존폐 위기를 맞이했지만, 마을의 당산나무이자 아름다운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마을을 지켜낸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등장한 팽나무는 실제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있다. 창원 시내에서 차로 40여분 떨어진 마을은 낙동강 중류를 끼고 있다. 북쪽으로 밀양시, 동쪽으로 김해시와 맞닿은 조용한 시골이다. 40여 가구 80여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수박 참외 딸기 고추 멜론을 특산물로 재배하며 소득을 올린다.

그동안 동부마을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낙동강하굿둑이 들어선 뒤 맑은 강물이 흐려진 아픔도 있다. 4대 강 정비사업으로 동네 한쪽에 자전거길이 생겼고 둑길을 따라서는 벚나무가 식재됐다. 2019년에는 대산플라워랜드, 2021년에는 대산파크골프장이 주변에 들어섰다.

동네 뒤편 야트막한 독뫼산에 자리 잡은 팽나무는 높이 16m, 둘레 6.8m, 수관폭(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 27m 정도로 어른 5~6명이 안아야 할 만큼 크다. 수령은 500살로 추정된다. 마을에서 자란 이들의 추억이 한껏 서린 보호수다. 400m 떨어진 북부리 서부마을의 조금 더 높은 산등성이에 쌍을 이루는, 더 오래된 나무가 있었지만, 불에 타 소실됐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로펌 한바다는 마을 개발 계획에 맞서는 소덕동 마을 주민들의 수임 부탁을 거절하려 했으나 팽나무 곁에서 본 마을 풍경에 반해 수락한다. 한바다는 상대편 대형 로펌 태산을 상대로 고전했지만 우영우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는다.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처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에 나섰다.

마을 건물 곳곳엔 벽화가 채워져 있다. 전문가가 아닌 마을 주민이나 주민 가족이 직접 그렸다. 드라마 속 우영우의 대사와 우영우가 좋아하는 고래 벽화가 주를 이룬다. 우영우의 단골대사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과 고래가 그려진 벽화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팽나무 가는 길’ 안내판을 따라 마을 골목길을 지나 독뫼산 정상에 오르면 팽나무가 우뚝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한참 올려다 봐야 할 만큼 웅장하다. 팽나무 굵은 가지마다 돋은 초록색 잎들이 햇살을 막아 거대한 그늘을 내준다. 바람에 잎이 흔들리면 그 사이로 햇빛이 반짝인다. 나무 아래에는 주민들이 마련해 놓은 평상이 놓여 있다. 이곳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바로 아래에 마을과 초록색 벼가 빼곡히 자라는 대산평야가 펼쳐지고 반대편으로는 낙동강이 유장하게 흐른다. 팽나무 옆 팔각정에는 마을의 과거를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낙동강 하천부지에 조성된 ‘대산플라워랜드’.


인근 대산면 모산리 일대 대산야구장 주변 낙동강 근처 하천부지에 3만 3000여㎡ 규모로 조성된 대산플라워랜드는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테마공원이다.

대산면과 접한 동읍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신방초등학교 옆 언덕에 자리 잡은 ‘신방리 음나무 군(群)’이다. 원래 7그루였으나 지금은 4그루만 남았다. 나무 나이는 700년쯤 됐으며 높이는 15m 정도다. 큰 음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1964년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됐다.

신방초등학교 옆 언덕에 무리지어 자라는 천연기념물 ‘신방리 음나무’.


동읍에서는 철새도래지로 전국적 명성을 떨치는 주남저수지가 주 볼거리다. 동읍, 대산면 농경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던 자연 늪으로 산남, 주남, 동판 3개의 저수지로 이뤄진 배후습지성 호수다.

의창구 피서지는 북면 천주산의 달천계곡이다. 외감리 입구에서 서쪽으로 800m지점에 위치한 계곡은 2㎞가량 뻗어 있는 울창한 수목과 계곡의 넓은 반석, 연중 흘러넘치는 옥계수로 인해 여름철 피서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계곡 이름은 조선 숙종 때 학자 허목이 이곳 바위에 썼다는 ‘달천동’이라는 글에서 유래했다. 허목이 팠다는 거북 모양의 우물 ‘달천 구천’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맑은 물이 솟아난다고 한다.

여름철 피서객의 사랑을 받는 북면 천주산 달천계곡.

여행메모
북부리 동부회관 ‘우영우 팽나무’
특산품 단감·먹거리 땅콩콩국수

‘우영우 팽나무’의 정확한 위치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102-1이다. 동부회관을 찾아가면 된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매우 좁아 일방통행이다. 주차장도 따로 없다. 큰길가에 주차한 뒤 걸어가는 것이 좋다.

작은 시골마을이어서 카페나 편의점 등 휴게시설도 없다. 마을 주민이 직접 담근 식혜와 아이스크림 등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판매한다.

동읍 단감은 창원의 대표특산품이다. 창원은 온난한 기후와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비옥한 토양 덕분에 단감농사의 최적지로 꼽힌다. 우리나라 단감 시배지이기도 하다.

달천계곡에는 오토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물소리, 풀벌레 소리와 함께 자연에 안겨 지친 심신을 힐링할 수 있다.

주남저수지에서 20분이면 닿는마금산온천단지는 북면온천으로도 불린다. 경남도내 처음, 전국에서는 아홉 번째 보양온천으로 지정받았다. 가족탕 등을 갖춰 온 가족이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마금산온천단지에서는 이색 먹거리인 땅콩콩국수를 먹어보자. 잘 삶은 땅콩을 온천수와 함께 갈아내 평범한 콩국에 비해 고소함이 두 배다.

창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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