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가로주택정비사업..'미니 재건축' 수도권 곳곳서 조합 설립

정다운 입력 2022. 8. 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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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장위동에는 뉴타운에서 해제된 이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이 많다. (윤관식 기자)
집 지을 땅 부족한 서울에서는 새 아파트 공급을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의존하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주택이 재건축·재개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구역 규모가 작아서,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이런 ‘애매한’ 주택가에서는 이른바 ‘미니 재건축’으로 통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인 데다 건설사들도 수도권 곳곳에서 시공권 확보를 위해 속속 뛰어드는 등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기를 띤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12년 도입된 ‘소규모 정비사업’ 중 하나다. 도로와 접한 소규모 노후 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도시 재생 사업이다. 구체적으로는 가로(街路·도로로 둘러싸인 일단의 지역)에서 기존 가로(폭 6m 이상)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재건축 사업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단독주택 10가구 이상이거나 공동주택 포함 20가구를 넘을 경우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장점은 꽤 많다. 기존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와 달리 대규모 철거 없이 노후 단독주택과 빌라 등 저층 주거지의 도로나 기반시설 등을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사업 기간도 2~3년 정도로 기존 정비사업(10년) 대비 짧다. 제반 절차가 훨씬 간소한 덕분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본계획, 추진위,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가 생략되는 대신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토지 소유자의 80% 동의를 받아 사업을 추진한다. 공사 기간까지 감안하면 사업이 승인된 후 4~5년 이내에는 입주가 가능한 셈이다.

장점이 이렇게 많은데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그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비해 사업 규모가 작다 보니 아무래도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서울 강남권과 강북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인 탓에 정비사업에 대한 전방위 규제가 강화되기 전까지는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돌아갔다.

그러다 2019년 말이 돼서야 정부가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이 참여하거나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 10% 이상 공급,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인정 면적을 1만㎡에서 2만㎡로 확대해줬다. 그동안 가로주택정비사업 걸림돌 중 하나였던 사업 시행 면적 제한이 조금은 해소된 것. 단순 계산하면 약 250가구 정도 지을 수 있는 규모에서 약 500가구 규모까지도 새로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사업 시행 면적이 넓어지면 사업이 가능한 구역 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일반분양할 수 있는 가구 수가 증가해 사업성이 개선된다. 여기에 층수 제한도 완화돼 기존 7층에서 15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올 8월 4일부터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완화됐다.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집을 5년 이상 소유하고, 그 집에 3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면 조합설립인가 이후여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됐다. 올 초 소규모주택정비특례법 개정으로 소규모주택정비사업도 일반 정비사업처럼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는데 시행령에서 이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가로주택사업의 층수 제한 규정도 완화된다. 현재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하면 지방자치단체조례로 15층 이하로 층수를 제한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 경기도 등이 건축물 층수를 1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행령 ‘15층 이하 범위에서’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층수를 제한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장위13-8구역. (윤관식 기자)
▶서울 126곳 가로주택정비 진행 중

▷장위뉴타운 해제 지역서 추진 활발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6년 7곳에 불과했던 서울 내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2018년 16곳, 2019년 51곳, 2020년 78곳, 2021년 126곳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덩달아 대형 건설사 수주 활동도 활발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도봉구 창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는데 인근에서 추진 중인 다른 가로주택정비사업(창동2~10구역)을 추가로 따내 푸르지오 타운을 만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창동1구역은 창동 501-13 일원에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의 아파트 187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DL건설은 서울 성북구 석관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지난 7월 석관1-7구역 시공권을 확보했고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석관1-3구역 시공권도 확보했다. 석관1-7구역에는 지하 2층~지상 최대 15층, 5개동, 총 273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석관1-3구역에는 지하 2층~지상 15층, 4개동 규모 아파트 202가구가 각각 들어선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성북구 장위동이다. 뉴타운에서 해제됐던 장위13구역에서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4곳이 생겼다. 최근 13-8구역이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13-4구역, 13-6구역, 13-9구역은 이미 조합이 설립돼 있다. 15-1구역도 2020년 일찍이 시공사를 선정해뒀다.

장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8월 4일까지 조합을 설립해야 조합원 입주권 양도에 제한이 생기지 않아 구역별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을 서둘러왔다”며 “또 최근에는 모아주택 등을 하면 15층까지도 풀어준다고 해서 최근 가로주택이 투자처로 인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장위동 가로주택정비사업지 내 매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소 1억원 이상 올랐다. 장위13-8구역 내 대지지분 16.5㎡짜리 연립주택은 호가가 4억원에도 형성돼 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조합원 자격으로 전용 59㎡(공급 80㎡)를 분양받는다면 최소 4억원을 추가 분담금으로 낼 것으로 보인다. 총 투자금은 최소 8억원 이상인 셈”이라고 추산한다.

다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장밋빛 전망만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예컨대 장위13구역 인근 ‘꿈의숲아이파크(총 1703가구)’ 전용 59㎡가 10억~11억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총 939가구)’ 전용 59㎡가 올 초 9억7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인근 시세와 비교할 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대박’ 투자처까지는 아니고 안정적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단으로 여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또 관련 규제가 일부 완화된 점은 호재지만 여기에는 ‘공공성 요건 충족’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사업 시행 면적 확대 조건으로 ‘LH 등 공기업이 공동 시행자로 사업 참여’ ‘확정지분제’ ‘저렴한 주택 공급 의무화’를 내걸었다. 이는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인센티브를 준다는 의미다. 사업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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