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들의 아름다운 변신..팔방미酒

김경민 입력 2022. 8. 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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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원소주 돌풍에 '연예인 소주' 봇물
'아재 술' 이미지 벗고 위스키 하이볼 부활

직장인 이 모 씨는 퇴근길에 집 근처 편의점을 들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 평일 저녁에 혼술을 즐기는 그는 원래 참이슬, 처음처럼 같은 일반 소주를 마셨다. 하지만 최근 박재범 ‘원소주 스피릿’이 인기라는 소식에 편의점을 돌아다니지만 매번 허탕 치기 일쑤다. 이 씨는 “가격이 1만2900원으로 비싸지만 색다른 맛을 즐기기에는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김보성, 임창정 등 다른 연예인 이름을 건 이색 소주도 기회만 되면 쟁여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박재범 소주로 유명한 ‘원소주 스피릿’이 보름 만에 30만병이 팔려 나가는 등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어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부터 판매된 원소주 스피릿은 7월 27일 기준 30만병이 팔려 38억7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부동의 주류 매출 1, 2위였던 카스와 참이슬 후레쉬를 넘어 단숨에 주류 상품 매출 1위에 올랐다.

GS리테일은 판매 직후 초도 물량 20만병이 동난 이후 매장별 발주량을 1주일에 12병에서 6병으로 줄였다. 7월 19일에는 출시 일주일 만에 발주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박재범이 운영하는 원스피리츠가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스피리츠 측과 협상에 나서면서 ‘단독 판매’를 결정했고 이는 지금의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원소주 스피릿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다른 편의점도 부랴부랴 ‘연예인 소주’ 판매에 나섰다.

▶위스키 수입 전년 대비 61.9% 늘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김보성 의리남 소주’를 7월 21일부터 독점 판매 중이다. 국내산 쌀을 원료로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압력을 가하는 감압 증류 방식으로 제조한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16.5도. 세븐일레븐도 가수 임창정과 협업한 전통 소주 ‘소주 한잔’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예인 이름을 달고 등장한 소주는 주로 증류식 소주다. 쌀, 보리 등의 재료를 발효시켜 만든 청주를 가열해 받아낸 술이다. 에탄올(주정)에 물을 타고 감미료를 넣는 대량 생산 방식의 희석식 소주와 다르다. 덕분에 소주가 ‘서민의 술’이라는 인식을 벗어던지고 ‘값비싼 고급 술’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480㎘로 전년 대비 28.5% 늘어날 정도로 인기다.

‘연예인 소주’ 인기에 놀란 하이트진로는 초고가 소주로 맞불을 놨다. 최근 ‘슈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개념인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출시했다. 임금님표 이천쌀을 사용하고 세 번의 증류를 거친 소주로 알코올 도수 30도에 가격은 무려 10만원이다.

소주뿐 아니라 막걸리 열풍도 뜨겁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는 사흘 내내 오전 11시 입장 개시 전부터 수백 명 긴 줄이 늘어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위스키 잔이나 와인 잔을 챙겨와 막걸리를 시음하는 2030세대가 수두룩했다. 대마씨를 활용해 만든 알코올 도수 12도의 ‘칠위드미’ 막걸리를 비롯해 전남 담양 ‘석탄주’, 강원 평창 ‘감자주’ 등 지역 특색을 강조하는 다양한 전통주가 등장해 관람객 이목을 끌었다.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신제품도 쏟아진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임창정 미숫가루 꿀막걸리를 출시했는데 3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완판됐다. 막걸리에 20가지 곡물을 혼합해 만든 미숫가루와 서양꿀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CU는 외식 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양조장 백술도가에서 만든 막걸리 ‘백걸리’를 판매한다. 백걸리는 예산쌀을 활용해 만든 막걸리로 발효, 유통 과정에서 세 번의 담금 과정을 거쳤다. 알코올 도수가 14도로 일반 막걸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막걸리 시장도 계속 커지는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3000억원대에 그쳤던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을 돌파했다. 수출도 증가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은 1570만2000달러로 전년 대비 27.6% 늘었다. 올 1분기에도 424만8000달러어치를 수출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국 CNN은 지난 5월 한국 막걸리를 ‘차세대 한류 상품’으로 꼽기도 했다.

한때 와인에 밀려 인기가 저물던 위스키 열풍도 뜨겁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위스키 수입금액은 1억2365만달러(약 16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1.9% 늘었다. 같은 기간 와인 수입금액이 6.2%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세다. 롯데면세점에서는 올 5~7월 3개월간 내국인 위스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0% 뛰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이 면세점에서 위스키를 대거 구매하고 있다는 의미다.

MZ세대 사이에서 하이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위스키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하이볼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나 브랜디를 얼음, 탄산수, 소다수 등으로 희석해 마시는 ‘가벼운 위스키’다. 레몬, 라임 등을 섞어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위스키는 ‘룸살롱 양주’ ‘4050세대 아재 술’ 이미지가 컸고 그 결과 시장이 쇠퇴했다. 그러나 최근 하이볼을 즐기는 MZ세대가 늘면서 인기를 회복했다. 구매층도 20~30대로 젊어졌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한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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