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패러다임 바꾸다..호스피스 병원 찾던 말기 위암 환자도 완치

입력 2022. 8. 10. 20:36 수정 2022. 8. 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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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재의 '면역항암 치료 바로 알기'](1)

우리나라 사망률 1위는 암이다. 당분간 이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인류는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막대한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복의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를 이은 면역항암 치료는 암을 이겨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매경이코노미는 면역항암 권위자 전홍재 분당차병원 암센터장의 칼럼으로 독자들에게 면역항암에 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2015년 흑색종 진단을 받았다. 진단 당시 흑색종이 뇌와 간까지 전이돼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의 나이는 90세가 넘은 상황이었다. 항암 치료 부작용을 견디리라는 기대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얼마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신약인 ‘키투르다’라는 ‘면역관문억제제’ 치료가 효과를 본 것이다.

카터 대통령 케이스는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4기 암 환자에서 면역항암 치료를 통한 장기 생존과 완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뿐 아니라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부작용이 적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과거 치료조차 시도해보기 어려웠던 고령 암 환자에서도 항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종양내과 의사인 필자는 ‘면역항암 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이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암 치료의 현주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암 진단, 치료는 어떻게

▷수술·방사선 치료만으로는 ‘한계’

현재 우리나라 사망률 1위는 암이다. 한동안 이 순위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높은 사망률을 보이던 심혈관계 질환 치료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서 사망률이 낮게 유지되는 반면 암 발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 발생률은 왜 이렇게 계속 상승하는 것일까. 이는 인간의 ‘고령화’와 관계가 있다. 암 발생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담배·미세먼지 등 발암물질 노출과 유전자 돌연변이의 축적이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몸에 축적되며 암 발생 위험은 이에 비례해 높아진다. 당연히 평균 기대수명이 낮았던 여러 세기 전보다 ‘100세 시대’를 얘기하는 현시대에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암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식생활이다. 발암물질 노출을 최소화해 암에 걸릴 확률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 위주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얘기만큼이나 와닿지 않는 말이다. 종양내과 의사인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검진을 통한 암의 조기발견 그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다. 실제 위암과 대장암의 경우 조기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초기가 아니라 상당 부분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았을 경우에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 현재 우리 손에 쥐어진 무기는 크게 3가지다. ‘수술’ ‘방사선 치료’, 그리고 ‘항암 치료’다.

수술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또한 가장 강력한 완치 방법이다. 하지만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는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 방사선 치료는 20세기 초 도입된 치료법으로, 강력한 방사선을 암 부위에 조사해 암세포를 죽이는 국소 치료다. 수술로 접근이 어려운 위치에 있는 암을 제거하거나 커다란 암의 크기를 일차적으로 줄여 수술이 보다 수월해진다. 하지만 역시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때는 그 역할이 제한된다.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진화

▷세포독성→표적항암제→면역항암

진행성 암일 때는 항암 치료를 주 치료법으로 활용한다. 필자와 같은 종양내과 의사는 주로 이 항암 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암과 잘 싸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1세대 항암제는 ‘세포독성 항암제’다. 항암 치료라는 단어를 듣고 흔히 떠올리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이미지는 대부분 이 세포독성 항암제의 부작용 때문이다. 세포 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빨리 자라는 세포'를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피부점막세포, 모낭세포, 골수세포 같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한다. 구내염, 설사, 탈모, 면역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기도 하다. 기저질환 등으로 전신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환자나 고령 환자는 항암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00년을 전후해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가 새롭게 등장했다. 표적항암제는 세포독성 항암제와 달리 암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 분자표적만을 공격하는 약제다. 1세대 항암제가 ‘융단 폭격’이라면 표적항암제는 정밀한 ‘유도 미사일 공격’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암의 생존력이 휠씬 강하다는 점. 표적 치료로 암을 1년 정도 잘 치료하다 슬그머니 내성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치료제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이런 때 등장한 것이 바로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 치료’다. 오늘날 면역항암 치료 시대를 열게 해준 약제가 바로 ‘면역관문억제제’다. 현재 면역항암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다는 의미와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면역항암 치료의 장점은

▷고령 환자도 부작용 없이…완치도 가능

흥미롭게도 면역항암제가 공략하는 타깃은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 자체가 아니다. 몸에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던 우리 자신의 면역 체계다. 이런 특성 때문에 면역항암 치료는 기존 항암제와 구분되는 몇 가지 차별성을 갖는다.

첫째, 여러 종류의 암에 공통적으로 효과를 보인다. 이전 항암제는 특정 암에서만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항암제는 위암약 따로, 폐암약이 따로 존재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계’라는,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을 이용하므로 보편적 적용이 가능하다.

위암, 간암, 담도암, 폐암으로 서로 각기 다른 암을 갖고 있지만 같은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으며 효과를 보는 경우가 흔히 있다.

둘째, 장기간 효과가 유지돼 완치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암은 특정 약제에 대해서는 진화를 통해 쉽게 내성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기억력과 적응력이 탁월한 면역계에 대해서는 내성을 보이기 쉽지 않다. 따라서 말기암 환자라 하더라도 면역항암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장기 생존뿐 아니라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치료했던 말기 위암 환자 중에는 암 진행이 계속되고 복수가 차기 시작해 호스피스병원으로 전원을 준비했다가, 면역항암 치료 후 완치돼 4년째 건강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경우도 있다.

셋째,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다. 면역항암 치료는 억제돼 있던 우리 몸의 면역계를 재활성화시키는 자연스러운 치료법이다. 또 암세포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와 달리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고령으로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필자가 치료하는 환자 중 면역항암 치료를 받으며 완치 소견을 보이는 환자 중 최고령은 92세다.

▶면역항암 치료, 전쟁 종결시킬 열쇠

▷2018년 노벨상 휩쓸어

이런 좋은 성과들이 쌓이고 인정받으며 2018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면역항암 치료 개발 토대를 제시한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타스쿠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현재 면역항암 치료는 암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비록 면역항암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보장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면역항암 치료 덕분에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치료가 가능해졌다. 말기암 환자를 치료하면서 느꼈던 무력감과 좌절감을 면역항암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

면역항암 치료의 눈부신 발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페니실린 발견이 인류를 감염병으로부터 해방시킨 첫걸음이 됐듯이, 지금의 면역항암제 발견은 인류를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로 이끌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전홍재 분당차병원 암센터장 (혈액종양내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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