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패싱' 대체 언제까지..11명 되도록 책임 떠넘기기 일삼는 여야

심새롬, 우수진 2022. 8.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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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윤희근 경찰청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현 정부 들어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11명째 고위공직자다. 한 전직 의원은 “이쯤 되니 여당도 야당도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을 ‘그러려니’ 하기 시작한 분위기”라며 “여야가 정쟁에 매몰돼 꼭 해야 할 공직자 검증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관 18명 중 7명 ‘패싱’


윤석열 정부 내각 인선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하다. 이날까지 윤 대통령이 지명한 국회 인사청문 대상 공직자 24명 중 4명(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이 후보자 신분으로 자진 사퇴했다. ‘만 5세 입학’ 학제개편 논란을 빚은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도 지난 8일 취임 35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박 전 장관을 포함해 18개 부처 장관 중 40%에 가까운 7명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장을 받았다. 한동훈(법무부)·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처럼 ‘측근 인사’ 논란 당사자였거나, 박진(외교부)·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등 일부 정치인 출신들이 그 대상이다. 김현숙(여성가족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역대급 부실 자료 제출”이라는 야당 공세 속에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장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그 외에도 김창기 국세청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그리고 이날 윤 청장까지 총 11명을 야당 동의 없이 임명했다.


‘청문회 불감증’ 빠진 여야


지난 5월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후보자가 보유한 비상장주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청장 임명장 수여 직후 “대통령 자신이 초래한 인사 참사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통의 옹고집이고, 기어코 경찰 장악을 이루고 말겠다는 오만한 욕심”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그 어떤 대통령이 내각 구성 때 야당을 패싱하고 싶겠냐”며 “윤 대통령의 경우 취임 직후인 지난 6~7월 두 달간 민주당 비협조로 국회가 멈춰 어쩔 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순애 전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경우 여야 원구성 불발로 청문회가 아예 열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금융위 업무보고를 하러 온 김 위원장이 야당 위원들에게 사실상 ‘뒷북 청문회’를 받는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야당 패싱 임명 원조는 임기 내 34명을 강행 임명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시기마다 그 대상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명,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명,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명에 대해 임명을 강행했다.

여야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불발을 놓고 서로 ‘남 탓’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야의 청문회 불감증이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요즘은 청문회가 유명무실화된 걸 우리도, 민주당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대 지지율에 고전 중인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 범위를 두고도 “청문회가 필요 없는 용산 참모들부터 바꿔야 한다”는 데 대통령실과 여당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맨오른쪽은 지난 8일 자진 사퇴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그러나 굵직한 청문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정부 ‘1호 대법관’으로 지명된 오석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달 말 열릴 전망이다. 이미 추천 절차가 시작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공석인 복지부와 교육부장관 후임자도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좋은 후보들은 청문회를 이유로 자리를 거부하는데, 막상 청문회는 유명무실해지는 블랙코미디 같은 풍경"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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