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오류' 피해보상 여전히 힘들어..투자자만 '발 동동'

손희정 입력 2022. 8. 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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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사과문. 한국투자증권 제공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전산장애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지난 8일부터 15시간 넘게 주식 거래 시스템이 전산 장애를 일으키면서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해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일문 한투증권 사장은 9일 대고객 사과문을 통해 “상당 시간 거래 불가로 고객분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 시간 이후로 고객센터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겪으신 불편 사항을 접수해 주시면, 성실히 그리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끝까지 책임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투증권은 이번 전산 장애로 인한 피해 민원을 12일까지 접수하고 절차에 따라 신속히 보상할 방침이다. 정규장 마감 이후 접속 문제가 발생했지만, 문제 해결이 수 시간 째 지연되면서 시간외거래와 해외주식거래가 모두 불가능해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증시는 거래 시스템이 막히면서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미국 주식 거래시간은 서머타임(Summer Time) 기준으로 △프리마켓(Pre-market·정규 거래 전 시장) 오후 5시~10시 30분 △정규장 오후 10시 30분~다음 날 오전 5시 △애프터마켓(After-market·장 마감 뒤 시장) 오전 5시~7시로 모두 14시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접속 불량으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관련 사내 규정에 따라 보상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주식 거래 등 이용에 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장애로 인한 재산상 피해는 절차에 따라 신속 보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당시 매수매도를 하지 못해 손실을 봤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매도를 못 한 경우 8월9일 동시호가(또는 접속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에 매도해 손실 확정된 건에 한해 보상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 장애 발생 시 보상기준 및 절차 요건에 따르면 주문 장애 발생 시 전화기록 등 주문 시도 증거를 남겨야 한다. 또 장애 종료 후 거래지점이나 고객센터로 보상 신청 시 주문 종류, 종목, 수량, 가격 등 구체적인 주문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보상기준은 전화기록 및 전산시스템상 주문 내역이 확인되는 건에 한해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래시스템 장애 복구 시점 이전 매도 시 실제 매도한 가격으로, 장애 복구 시점 이후 매도 시 장애 복구 시점의 가격으로 보상된다. 보상은 매도(주식), 환매수, 전매도, 정정, 취소 주문에 대해서만 지급한다.

특히 전화 기록이나 주문 내역이 남지 않은 주문 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즉, 전산장애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투자자가 유선상의 주문 요청 시도나 요청이 있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보통 MTS 접속이 안 되는 경우 유선을 통해 매도주문을 내거나 매도 의사를 밝혀야 한다”면서 “팔 생각이 있었는데 못 팔았다는 의사만으로는 보상해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는 증빙을 갖춰 접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만드는 등 보상 요구와 불편을 호소했다. 투자자들은 “서버 접속도 안 됐는데 개인의 매도 의사를 어떻게 증명하냐”며 “결국 개인이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투자자들은 “어제 밤새 기다렸다. 정신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돈 다 옮겨야겠다. 다신 한국투자증권에서 거래 안 한다”, “청약할 때마다 수수료는 2000원씩 받아 가면서 오류에 대한 보상은 안 해준다”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피해 증명해도 전액을 보상받기는 매우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안 됐다는 걸 증명하더라도 서버 이상 때문인지 다시 증명해야 한다”면서 “서버가 정상화된 후 주가가 거래 실패 당시의 가격으로 돌아가면 이는 서버 이상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정상화가 된 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전산오류로 인한 피해 보상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전산오류로 인한 보상도 증권사 규정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서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세워 이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서버 과부하로 로그인 접속이 되지 않아 매매주문을 못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 ‘주문 의사를 입증할만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증권사 전산장애와 관련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주거래 수단(MTS·HTS) 외 대체 주문 수단(지점 및 고객센터 전화번호)을 미리 확인할 것 △전산장애 발생 시 당황하지 말고 늦더라도 주문기록을 남겨둘 것을 조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보상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면서 “전산장애 발생으로 매매주문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손실을 본 경우에도 주문기록 등의 증거가 없으면 사후에 구제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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