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이 음식, 없어 못판다..MZ세대 감성에 딱, 동해의 변신

백종현 2022. 8.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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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찾은 동해 무릉별유천지. 옛 쇄석장 4층 전망카페서 판매하는 '시멘트 아이스크림'이 이곳의 명물로 통한다.

바다가 아니라 하늘에서 논다. 시속 70㎞로 급강하하는 ‘스카이 글라이더’, 외줄 위를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 감성 가득한 책방과 카페, 드론이 음식 배달에 나서는 리조트 등등. 근래 강원도 동해시는 면면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만하면 변화 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다. 쇠락한 항구, 시멘트 산업 기지 등 낡은 이미지를 버리고 동해안에서 가장 역동적인 관광 도시로 뜨고 있다.


광산에서 관광지로


지난 5일 찾은 강원도 동해시 무릉별유천지. 전망대에 올라서면 쇄석장과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무릉별유천지. ‘하늘 아래 최고 경치가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 거창하고도, 낯선 이름의 장소가 지금 동해에서는 가장 뜨거운 관광지다. 면적 107만㎡(약 32만4000평)에 이르는 초대형 유원지로, 주말마다 대략 2000명의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다. 입장객 대부분이 MZ세대다. 인스타그램에도 1000개가 넘는 인증사진이 쏟아진다.

이 땅은 원래 쌍용양회(현 쌍용C&E)가 40년간 채굴 작업을 벌이던 장소다. 2017년 채광이 끝나면서, 동해시가 국비 등 304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어트랙션을 갖춘 유원지로 개발했다. 석회석을 다 캔 황무지는 현재 너른 라벤더 정원으로 변모했다. 옛 쇄석장 건물은 전시관과 전망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설증남 문화관광해설사가 “시커먼 흑임자 아이스크림에 삽 모양의 스푼을 꽂아주는 일명 ‘시멘트 아이스크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귀띔했다.

지난 5일 찾은 강원도 동해시 무릉별유천지. 40여년 석회석을 캐던 광산을 국비 등 304억원을 투입해 관광단지로 개발한 장소다. 독수리 모양의 '스카이 글라이더'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25m의 높이에서 최고 70㎞ 속도로 급강하한다.

채석 과정에서 생성된 두 개의 인공 호수도 그림이다. 그저 K1·K2로 불리던 웅덩이에 이제는 ‘청옥호’ ‘금곡호’라는 어여쁜 이름이 생겼다. 270m 높이 전망대에 서면 두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청옥호는 이름처럼 에메랄드빛으로 영롱하다.

옛 채석장 임도 1.5㎞를 달리는 ‘오프로드 루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집라인’, 단지 곳곳으로 관광객을 태우고 달리는 ‘무릉별 열차’ 등 체험 시설도 다양하다. 독수리 모양의 ‘스카이 글라이더’는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다. JTBC 예능 ‘소시탐탐’에서 소녀시대가 비명을 지르며 즐기던 그 놀이기구다. 후진으로 120m 높이 절벽까지 올라섰다가, 최고 시속 70㎞로 내려온다. 무섭긴 하나, 무릉별유천지 전체를 굽어보는 쾌감이 굉장하다.

지난 5일 촬영한 무릉별유천지의 옛 채석장 건물. 현재는 전시관 겸 전망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묵호항 달동네도 달라졌네


지난 4일 강원도 동해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동해시가 묵호등대 옆 유휴부지에 2021년 조성한 관광지다. 해발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를 갖췄다.
묵호항 일대 표정도 달라졌다. 다양한 놀 거리와 볼거리가 부쩍 늘어서다. 묵호등대 옆 유휴 부지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새로 생겼다. 관광지로 이름난 논골담 벽화마을 위쪽 언덕이다. 해발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 도깨비 방망이 형상을 한 해랑전망대는 어느새 동해 새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6월 개장했는데, 벌써 39만 명의 유료 입장객이 다녀갔다.

하늘 위 외 줄을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은 35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이용객과 구경꾼이 몰려 들고 있다. 조주희 문화관광해설사는 “요즘 묵호항을 찾는 관광객은 항구 앞에서 먹고 놀지만 않는다”면서 “달동네 논골담길을 거닐다가, 스카이워크나 하늘 위 자전거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게 놀이 문화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 4일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스카이 사이클를 즐기는 방문객의 모습.

항구 주변으로 감성 가득한 카페와 브런치 가게, 소품 샵 등도 속속 생기고 있다. 묵호항 앞에 둥지를 튼 ‘잔잔하게’는 채지형‧조성중 여행작가 부부가 지난해 말 문을 연 여행책방이다. 책을 고르는 재미 못지않게 두 작가가 작업한 사진, 세계 각지를 돌며 수집한 소품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광 책자에서 알려주지 않는 생생한 여행 정보와 동네 이야기도 얻어갈 수 있다. 동해가 낯선 초행자에겐 필수 방문지다.

지난해 묵호항 인근에 새로 생긴 여행책방 '잔잔하게'.

화마 딛고 첨단 리조트로 부활


2021년 11월 복구 작업을 마친 동해 망상오토캠핑리조트를 지난 4일 찾았다. 2019년 4월 동해안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됐던 장소다. 신축 건물 사이의 통나무집은 지난 화마 때 살아남은 객실이다.
2019년 대형 산불에 초토화됐던 망상오토캠핑리조트도 새로 단장했다. 화재 당시 객실 23동과 해송 군락지 등 전체 시설의 80%가량이 소실되는 피해를 봤던 곳이다. 총 사업비 340억원을 투입한 1년여의 복구공사 끝에 지난해 11월 재개장에 들어갔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여러모로 달라졌다. 일단 리조트 쪽은 화재에 약한 통나무집의 형태를 버렸다. 객실 30동을 신설했는데, 모두 내화성 자재로 지었고 하얀색으로 칠했다. 지붕 모양이 서로 다른 객실 줄 늘어서 있는데, 멀리서 볼 때는 흡사 물결치는 파도 같다.

지난 7월 28일 강원 동해시 망상해변 일원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드론의 모습. 망상오토캠핑리조트와 망상해수욕장 상점을 연결하는 자율 비행 드론이다. 연합뉴스

잿더미가 됐던 해송 군락지에도 소나무 1700여 그루를 새로 심었다. 신영선 동해시 관광과장은 “강릉‧양양‧삼척 등 전국의 해송을 공수해 심는 데만 70억원가량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문객을 위한 커뮤니티 하우스, 해변 스낵 카페, 어린이 물놀이터도 생겼다. 지난달 28일에는 ‘먹거리 무료 드론 배송’ 서비스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와 망상해변가 식당가를 연결하는 자율 비행 드론이다. 물회·치킨·빙수·빵 등의 음식을 리조트 ‘드론 배송 존’에서 주문하고 배달 받을 수 있는데, 여름 성수기인 오는 28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달라진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전망 좋은 명당자리를 예약하려면 두 달 전에는 ‘광클’을 해야 한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 신설한 어린이 물놀이 시설.

리조트 한편에는 산불피해 목을 활용해 건립한 망상사구생태관이 있다. 해안사구 동식물은 물론 대형 산불 당시 피해 모습과 복구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 멀지 않은 곳에 ‘망상의 돌’이란 이름의 큼지막한 돌이 전시돼 있다. 화재의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그을린 돌이 지금은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 한편에 '망상의 돌'이 전시돼 있다. 2019년 화재 때 검게 그을린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다.

동해=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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