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쓰기 전에 사망.. 골든타임 무색한 '뇌동맥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2. 8.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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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량, 위치, 혈관 연축 정도 등 생사에 다양한 변수
사망한 배우 강수연, 아산병원 간호사도 뇌동맥류로 인한 뇌출혈
골든타임 특정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병원와야
평소 혈압 관리가 예방법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파열하면 사망률이 50%에 이르는 아주 위험한 질환이다. 뇌혈관이 파열한 경우 어떻게 손 쓸 겨를도 없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5월 사망한 배우 강수연도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 사인으로 추정된 바 있다. 최근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30대 간호사도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골든타임 무색한 뇌동맥류
흔히 뇌졸중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에 주로 해당되는 얘기다. 뇌경색은 최대 6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어 '골든타임'이란 게 있지만, 뇌출혈은 조금 다르다. 뇌출혈은 출혈량, 출혈 위치 등 다양한 것들이 예후의 기준이 된다. 큰 뇌혈관이 터져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면 즉사할 수도 있다. 또 출혈로 인해 뇌척수액이 내려가는 길을 막으면 수두증이 발생, 뇌압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사망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는 "뇌동맥류로 인한 뇌출혈의 예후는 환자마다 '복불복'인 경우가 많다"며 "대표적인 예로 환자마다 전신 혈관 근육의 연축 정도가 달라 뇌동맥류로 출혈이 되면 뇌로 혈액이  가지 않아 사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깨어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 따라 재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재출혈이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유찬종 교수는 "여러 요소가 관여를 해서 뇌출혈 후 아무리 병원에 빨리 와도 사망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2~3일 지난 뒤에 와도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며 "다만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으면 좋아질 확률이 50% 이상이지만 의식이 없으면 좋아질 확률이 50% 미만"이라고 말했다.

‘운명’에 맡겨야 하는 질환인 측면이 있지만, 뇌동맥류로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여러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뇌동맥류 대표 증상은 극심한 두통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예후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뇌출혈에 골든타임은 없다"고 말한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두 가지
뇌동맥류는 어떻게 치료할까? 치료법은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이 있다. 클립 결찰술은 머리를 열어야 하고, 코일 색전술은 대퇴동맥을 통해서 코일을 넣어 뇌혈관을 막는 시술이다.

먼저 클립 결찰술은 두개골을 열고 뇌동맥류가 있는 부위를 클립으로 집는 수술이다. 수술 의사가 뇌혈관을 직접 보고 하는 수술이다보니 정확하지만 두개골을 열고 하다 보니, 수술 후 뇌손상 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코일 색전술은 두부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 쪽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 내로 코일을 집어 넣어 출혈 부위를 막는다.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적고, 노령이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코일 색전술 도중 혈전이 발생하게 되면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뇌동맥류를 완전히 막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도 코일 색전술에 실패한 뒤 결찰술 등 응급 수술을 해보려 했으나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은 모두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 예방 차원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고도의 수술, 전문 의사 부족 큰 문제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 코일 색전술은 생명을 가르는 중요한 뇌 수술·시술임에도 전문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두 수술은 신경외과 전공의 4년, 전임의 2년을 거치고 교수가 돼도 5년은 배워야 해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신경외과학회 김우경 이사장(가천대 길병원 원장)은 “이렇게 고도의 수술임에도 수가가 240~290만원에 불과하다”며 “뇌혈관 수술을 하겠다는 의사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뇌혈관 클립 결찰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146명에 불과하다. 전국 89개 수련병원(전공의 교육을 하는 큰 병원) 당 1.68명에 의사가 있으며, 이마저도 24명이 60대 이상으로 정년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우경 이사장은 "지방 수련병원 중에는 뇌혈관 개두 수술을 하는 의사가 없는 곳도 있다”며 “뇌동맥류는 여러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빨리 가까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주변에 의사가 없어 병원을 못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뇌동맥류 걱정되면 혈압 관리 필수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40대가 넘으면 한번쯤은 뇌 MRI·MRA를 통해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검사를 해보자.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므로 평소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담배 역시 뇌출혈에 치명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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