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의 문화예술 톡] 바스키아와 인공지능

2022. 8. 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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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초이앤초이 갤러리 대표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로드 미술관에 걸린 화가 쟝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지난 6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미국 올랜도 미술관의 바스키아 위작 전시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올랜도 미술관은 미국의 한 개인 소장가 소유한 바스키아 작품 25점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미 연방수사국(FBI) 미술품 범죄 전담반에서 이들이 모두 위작임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작품을 압수하면서 전시가 중단되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만약 진품이었다면 1000억원을 호가하는 바스키아와 키이스 헤링의 그림을 위조해서 판매하려던 멕시코 출신의 위조범인 엔젤 페레다가 FBI에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위조 범죄가 입증되면 그는 최대 20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 미술계 어지럽히는 진위 논란
‘낙서화가’ 바스키아 위작 많아
최근 인공지능 감식기법 발달
위조범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바스키아 위작 전시로 논란을 일으킨 미국 올랜도 미술관 내부 모습. [AP=연합뉴스]

이러한 무거운 형량에도 28세에 단명한 미국 작가 바스키아의 그림은 위조범들이 좋아하는 단골 메뉴이다. 낙서화 같이 자유로운 스타일의 그의 그림은 모작이 비교적 용이하고, 바스키아가 살아생전남긴 그림에 대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주요 작품 목록)나 이미지 아카이브 등이 자세히 남아 있지 않아 진위를 가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스키아의 진품들이 보통 수백억원에 팔리는 걸 감안하면 한 번이라도 위작 판매가 성공한다면 위작 판매범에게는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부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렇게 예술품 위조의 배후에는 부를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감상하고 있는 이 바스키아 그림도 혹시 위작은 아닐까.

온갖 고뇌와 진통 끝에 작품을 완성한 예술가의 영혼을 느껴보기도 전에 혹시라도 가짜인 건 아닌지 의심부터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미술시장에서 위작의 역사가 초래한 부작용이 그만큼 큰 셈이다. 진품을 소유한 사람과 이를 위조하는 사람들, 그리고 위작을 구입하는 소장자들에 얽힌 진짜와 가짜 미술품의 역사는 아직도 미술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일례로 2014년 제네바 주재 스위스 미술품감정협회(FAEI, Fine Art Expert Institution)는 진위 판정 의뢰를 받는 작품 중 70~90%가 가짜이고, 미술시장에 유통되는 작품 중에 50% 이상을 위작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진위가 의심되는 작품을 스캔하면 이에 대해 시원스럽게 확답을 말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예술품의 진위를 100% 정확하게 가려주는 기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술품 감정은 그동안 90% 정도를 전문가의 지식과 눈, 그리고 본능에 의지해왔다. 나머지 10%는 엑스레이나 TL테스트(탄소연대 측정 방법) 등 과학적인 분석을 보조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미술 감정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작가의 여러 가지 이미지 데이터를 총합·분석한 인공지능 덕분에 원작 이미지만으로도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기술 수준이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진위 여부가 논란이었던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인 루벤스의 ‘삼손과 델릴라’를 스위스 과학자들이 만든 회사인 ‘미술 인식’(Art Recognition)이 인공지능으로 감식하자 90% ‘위작’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내셔널 갤러리 측에서는 그간 위작임을 주장해왔던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이번 AI의 의견 역시 존중하지만 100% 위작임을 증명하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술관 측의 공식 입장은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현재로서는 인간이 내리는 전문적인 판단에 인공지능의 분석이 필요하고, 또한 역으로 인공지능의 판단을 더 확실히 신뢰하려면 작품의 역사나 소장 기록인 프로브넌스(provenance,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작품 스타일의 변화, 작가의 충동적 창작이나 다양한 심리 상태 등을 인공지능에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우 복잡한 시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짜 예술품을 생산하는 위조자는 범죄자다. 이들은 영혼을 불사르며 창작에 전념했던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진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소장자들의 열정이나 재산을 훔친다. 그리고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품고 있는 순수한 경외심을 앗아간다. 인간과 기술이 힘을 합해 이 범죄자들을 소탕하고 위작들을 모두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미래가 올 수 있을까.

최선희 초이앤초이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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