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잠 못 드는 아내를 위해" 수면 음악 작곡가 윤한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에 불면으로 며칠 뒤척였다. 잠드는 법을 궁리하다 불현듯 ‘재워드림’이 떠올랐다.‘재워드림’은 지난해 피아니스트 윤한이 작곡한 수면 음악을 중앙일보 회원에게 제공하는 수면 테라피 프로젝트였다.
그 수면 음악을 찾자 덩달아 윤한이 들려준 얘기가 따라왔다.
A : “아내의 뱃속에서 갑자기 아이의 심장이 멈추었어요. 출산을 두 달 앞두고였죠. 유산 후 아내는 잠을 거의 못 잤습니다. 병원에서 약을 종류별로 받아도 효과가 없었죠.족욕이나 마사지는 물론 수면에 좋다는 온갖 상품도 소용이 없었어요. 아내를 위해 잠들 무렵 피아노 연주를 해줬어요. 곧잘 자더라고요. 그러다 아내가 자는 내내 들었으면 하는 생각에 곡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가 만든 수면 음악은 아내의 아픔을 달래는 데서 비롯됐다는 얘기였다.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인 그는 팝 재즈를 주로 작곡·연주하는 음악가다. 신세계 분더샵, JW메리어트 호텔 등에서 음악감독까지 했다. 그가 만든 음악은 음반과 드라마·광고·라디오 로고송에 두루 걸쳐 있다.
이런 그가 아내의 불면증 치료차 수면 음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게다.
A : “우선 잠에 음악이 도움되는지 알아보려 연구부터 시작했습니다. 수면에 대한 국내외 논문 100여 편을 파고들었죠. 대한수면학회 의학 전문가들에게 무작위 e메일로 질문을 보내도 봤고요. 이어 음악을 들여다봤습니다. 음높이, 빠르기, 템포 등을 잠과 연관 지어 가설을 세웠습니다. 나아가 가족·운동선수·기업가·회사원 등 30여 명을 조사해봤습니다. 잠자는 시간, 자기 전의 습관, 성별, 나이, 직업, 선호하는 음악을 살펴본 겁니다. 그렇게 해서 생활 패턴과 각자 취향에 따른 맞춤형 수면 음악을 만들었죠.”
그는 2년 동안 무려 50여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내의 단잠을 위해 빚은 그의 수면 음악은 지금 뭇사람의 잠자리에 흐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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