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MB 사면 이번엔 어려울 것 같다"..김경수 등도 배제

현일훈 2022. 8.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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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 숨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살피기 위해선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9일 휴가 복귀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깊게 새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세종청사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점검으로 서울정부청사로 변경됐다.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정책 추진도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구해야 한다”며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해 정책이 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사전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무위원들이 꼼꼼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3개월을 돌아본 뒤 “많은 국민이 새 정부의 더 빠르고 더 큰 변화와 삶에 와 닿는 혁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회의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전날 업무 복귀 일성으로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한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 나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연이은 윤 대통령 이런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을 국정운영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라며 “국정 동력을 뒷받침할 지지율 반등을 위해 윤 대통령이 모든 걸 다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이와 관련한 첫 시험대로 광복절 특별사면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인 사면 최소화 원칙 하에 MB 사면은 이번엔 어려울 것 같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결정을 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게 윤석열식의 공정과 법치”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선 두 사람을 비롯해 그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던 여야 정치인과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도 제외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뜻이다.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MB 사면이 갑자기 뒤집힌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있다. 대선 때 “집권 뒤 MB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줄곧 사면 쪽에 힘을 실어왔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인사는 “애초 윤 대통령은 MB를 사면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상태에서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익명을 전제로 “여론이 가장 중요한데, MB 사면은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크다”고 털어놨다. 다만, 사면이 고도의 통치행위인 만큼 윤 대통령이 막판에 결심을 바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참모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간밤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순애 사퇴’에 이은 추가 인적 쇄신을 단행할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인위적 물갈이에 부정적이지만, 정무·공보 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여권 안팎에서 나온다. '김대기 비서실장 원포인트 교체설'과 함께 MB 청와대에서 각각 홍보수석과 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동관 대외협력 특별보좌관과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의 참모 중용설도 돌고 있다.

윤 대통령 측 핵심 인사는 지난 5일 한국갤럽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24%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이 수치보다 더 떨어지면 진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반대로, ‘낮은 자세’로 돌아온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여론이 반등한다면 크게 손을 안 대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참모는 “이왕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열심히 고쳐야 다시 소를 키워도 잃지 않는다”고 비유하면서 “인색 쇄신 카드를 쓸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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