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자폐인 '우영우' 변호사, 현실에선 드물까? [헬스컷]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2. 8.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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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 자폐지만 증상은 뚜렷.. 현실선 존재 힘들어
고기능 자폐라면 자연스런 말투·행동 학습해 티 안나
자폐는 빠른 발견과 치료가 예후 결정
헬스조선 DB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요즘 장안의 화제죠. 첫 방송 0.9%에서 시작해 최고 15.8%까지 올라간 시청률이 국내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세계 20개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랑스러운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우투더영투더우’ 변호사 덕분. 그러나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따뜻할 수 있는 이유는 우영우를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주변 인물들의 역할이 큽니다. 이 드라마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사람과 갖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폐스펙트럼장애 유병률은 무려 44명당 1명(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꼴로 꽤 높습니다. 함께하려면, 먼저 잘 알아야 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국내 최고 권위자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 도움말로 이 질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우영우 변호사, 고기능+중등도 자폐 섞여 있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일종의 사회성 발달장애입니다. 사회적 의사소통이 힘들고 특정 관심사에 소위 꽂혀있는 특징을 보이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로 유전자 변이가 생겨 발병합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매우 달라 질환 이름에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습니다.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DSM-5)에서는 중증도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눕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자기만의 순서와 패턴 등이 있는데, 거기서 벗어나면 굉장히 고통스러워합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와 언어로 소통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단계가 나눠지는데요. 가장 중증일 때가 단계3, 경증일 때가 단계1입니다. 단계3인 환자는 행동을 제지하면 울고, 머리를 박고, 손을 물고, 바닥에 드러눕는 등 강한 저항을 드러냅니다. 또 말을 아예 못 하기도 합니다. 단계1 환자는 말을 잘하지만,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원할하지 않습니다. 단계2에 속한 환자 수가 가장 많습니다.

우영우 변호사는 어디에 속할까요? 우영우 변호사 같은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현실에선 드뭅니다. 특정 분야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자폐스펙트럼장애 중 하나)과 전형적인 자폐 증상이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지능지수(IQ) 164에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면 매우 경미한 고기능 자폐일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 고기능 자폐는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의 자연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학습해 자폐 티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억양이 살짝 무심한 정도죠. 농담도 외워서 합니다. 그러나 우영우 변호사는 성인이 됐지만 전형적인 자폐 증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허공을 바라보고, 말투가 어색하고, 몸짓이 매우 큽니다. 김밥을 정렬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스킨십을 버거워하고, 다른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숫자를 세죠. 고래에는 매우 빠져있습니다.

한편, 서번트증후군은 매우 드뭅니다. 자폐스펙트런장애의 1.1%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70~80%는 지적장애와 언어장애를 동반하고, 평균 이상의 지능과 언어 능력을 갖춘 경우는 20~30% 정도입니다.

◇크면서 사회성 익혀
사회성은 자라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교류하며 발달합니다.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도 나이가 들면서 경험을 통해 사회성을 스스로 익힙니다. 속도는 중증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요. 어릴 땐 동물, 숫자 등 단순한 것에 과도한 관심을 가집니다. 크면서 관심사는 역사, 게임 등 특정 분야로 옮겨갑니다. 만 4세 무렵에는 머리를 박거나, 손을 무는 등 자해 행위를 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사회성이 필요한 또래 집단에 처음 들어가, 지켜야 할 규범이 많아지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입니다. 증상이 심하면 실제로 친구를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교실 내 순경'이라는 별명을 얻는데요. 융통성이 부족하다 보니 곧이곧대로, 배운 대로 행동하고 지키지 않는 친구들에게 잔소리합니다. 고기능 자폐라면 중, 고등학생쯤 됐을 때 말투와 몸짓이 상당히 자연스러워지기도 합니다. 관용적 표현 등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농담이 이해가 안 가도 티 내지 않죠.

우영우 변호사는 최대 57초만 손을 잡을 수 있고, 작은 터칭에도 화들짝 놀라곤 하는데요. 이러한 감각적 예민성 또한 성인이 될수록 점점 나아집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뇌는 외부 자극을 인식하는 감각 계통과 두려움 등 감정을 느끼게 하는 편도체 사이 연결이 불안정합니다. 보통 눈을 마주치거나, 이전에 만나 친밀감이 형성되면 스킨십을 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눈 마주쳤던 정보, 이전에 만나 친밀감을 형성했던 기억이 저장이 잘 안 됩니다. 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되지 않으니 낯선 자극에도 무조건 회피하는 등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빠른 치료 매우 중요해
최대한 빨리 진단하면 빠른 치료로 사회성을 더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뇌는 어릴 때 폭발적으로 성장하므로, 이때 사회적 자극을 많이 받으면 경과가 더욱 좋습니다. 그래서 이 징후를 언제 가장 빨리 찾아낼 수 있을지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입니다. 사회성을 보이는 가장 이른 시기는 생후 8주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때 보통 낯선 사람을 보면 얼굴을 찡그리고, 보호자를 보면 화사하게 웃죠.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이 미소를 잘 짓지 않습니다. 6~7개월이 되면 낯을 가리기 시작하는데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는 낯을 잘 가리지 않습니다. 10개월쯤 되면 부모와 분리되는 것을 싫어해야 하지만, 이 또한 신경 쓰지 않죠. 18개월부턴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요. 이름을 불렀을 때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10번 부르면 2~3번 반응할까 말까 하는 정도죠. 여기에 자동차 바퀴 등 동그란 물질을 계속 돌리거나, 막대기를 흔들면서 다니거나, 손을 파닥파닥하거나, 특정 물체를 나열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의심해야 합니다. 행동 증상은 늦게 나타나기도 하니, 24개월까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말이 늦게 트인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영우도 5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았죠. IQ 70 이상에 5세 이전에 말을 시작했다면 치료 효과가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우러지려면 함께 노력해야
치료는 중증도와 아이가 몇 살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중증인 아이들은 특정 소리만 들어도 귀를 막거나, 자기 머리를 때리는 등 저항 행동이 심합니다. 그래서 먼저 문제 행동부터 치료합니다. 언어치료와 ABA(응용행동분석, Applied Behavior Analysis)치료를 동반합니다. ABA는 쉽게 말하면 보상 치료인데요. 예를 들어 어린 우영우에게 ABA치료를 한다면, 고래 얘기만 하고 싶어 하는 우영우에게 상대방과 일상 얘기를 ‘우선’ 주고받고 나면 이후에 고래 얘기를 하게 해주는 식입니다. ‘유별난 관심사(고래)’를 보상으로 주는 셈입니다.

언어가 유창하고 지능도 85 이상인 경증도 아이들은 사회적인 기술 훈련을 합니다. 비슷한 수준의 또래 아이 4명 정도와 함께 사회적 기술과 규범을 배웁니다. 유머를 구분하는 법, 배려하는 법, 친구가 다가왔을 때 대처하는 법, 게임 등을 통해 승복하는 법, 사회적 규칙을 지키는 법 등을 배웁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사회에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닌 사람들도 함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주변에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동료가 있다면, 약간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눈높이와 감각에서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합니다. 혹여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고지식한 표현을 하더라도 오해 말고, 상황을 알려주면 그 동료는 덕분에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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