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단 장기화에..둔촌주공 입주권 22억→17억으로 '뚝'

김원 2022. 8. 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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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10월 새 집행부를 선임하고 공사 재개를 위한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간의 갈등으로 3개월 넘게 중단되면서 조합원 입주권의 매도 호가도 4억~5억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둔촌동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전용면적 84㎡를 배정받는 둔촌주공 조합원 입주권의 매도 호가가 최저 16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4월 15일 공사중단 이전에는 이와 비슷한 조건의 입주권 매물의 최저 매도 호가가 21억~22억원이었는데, 이보다 4~5억원을 낮춘 급매물들이 등장한 것이다. 사업 지연의 여파로 매물이 크게 늘면서 가격도 조정을 받는 분위기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이 아파트 입주권 매물은 100건이 넘는다.

매물이 늘어난 데에는 관련 규제의 영향도 있다. 둔촌주공은 투기과열지구 내의 재건축 사업장으로 10년을 보유하고, 5년 거주한 1주택자의 경우에 한해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거래가 가능한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착공일로부터 3년 이상 준공되지 않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토지를 3년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는 도시정비법 제37조에 따라 오는 12월 3일 이후에는 조합원 대부분이 입주권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게 된다. 둔촌주공은 2019년 12월 3일 착공했는데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착공 후 3년이 되는 올해 12월 3일까지 공사 마무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대출금융기관 24곳의 모임인 대주단이 다음 달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시공사업단이 "대위변제 후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조합을 압박하면서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내년 1월 중 분양 모집 공고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 30일 진행한 대의원 간담회에서 "올해 12월 관리처분총회를 열고 내년 1월 분양공고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향을 위한 조치도 검토 중이다. 다만 토지 감정평가는 시간이 장기간 소요돼 시점보정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뉴스1


사업지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급매물이 나오면서 매수 대기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둔촌동에서 영업 중인 A공인중개사는 "지난주 34평형(전용 84㎡) 입주권이 17억원, 18억원에 잇달아 계약됐다"며 "현재 34평형 입주권의 경우 주변 중개업소에서 공유하는 물건이 단 한 건 남아 있다"고 했다. B공인중개사는 "16억8000만원에 올라온 물건은 추가분담금 6000만원을 합해 사실상 17억4000만원짜리"라며 "18억5000만원에 올라와 있는데 1억원을 환급받는 매물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C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은 나이가 많은 오랜 조합원 물건으로 알고 있다"며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사업 무산 가능성이 생기자 가격을 낮춰서라도 집을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비용이 1조원에 달한다는 시공사업단의 추산치가 나오면서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1억원을 훌쩍 넘어설 거란 전망이 가격 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A공인중개사는 "공사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동안 공사 중단에 따라 조합원당 1억~2억원의 추가 분담금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분담금 규모가 매수 희망자의 의사 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달 28일 재건축 조합, 정상화위원회, 시공사업단, 강동구청이 4자 간 합의를 통해 조합이 한발 물러서면서 사업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28일 합의 이후 공사 중단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합원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더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의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프로젝트로 일부 군(郡) 단위 자치단체보다 가구 수가 많아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이라고도 불린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불거지며 지난 4월 15일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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