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상가 투자 괜찮을까..썩상으로 새집? 하이리턴·슈퍼 하이리스크

2022. 8. 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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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명성 씨(가명)는 서울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상가 투자를 고민 중이다. 김 씨가 요즘 재건축 상가를 눈여겨보는 이유가 있다.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상가 조합원 부담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 씨는 “임대 수익보다는 시세 차익이나 아파트 분양을 염두하고 지하 1층이나 2층 상가를 살펴보고 있다”며 “노후 상가도 옥석만 잘 가릴 수 있으면 내집마련의 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재건축 추진 단지 내 노후 상가를 매입해 내집마련을 노리는 일명 ‘썩상(썩은 상가)’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예전부터 재건축 예정 지역의 ‘썩상’ 투자는 서울을 비롯해 지방에서도 원정 투자단이 있을 정도로 일부 투자자로부터 인기 있었다.

서울 주요 재건축 예정 단지와 1기 신도시 내 오래된 상가는 매물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 최근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으로 노후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인기는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반 투자자들이 매입하려면 아파트 분양 요건이나 상가 권리 가액 등을 제대로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은마종합상가 전경. (윤관식 기자)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상가 재건축 부담금 줄어들 듯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는 소위 ‘계륵’ 같은 존재다. 재건축 사업에서 문제의 상당수는 상가 조합원과 갈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최근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조금이나마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산정할 때 집값뿐 아니라 상가 가격도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조합원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때 이익 금액을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종료 시점과 개시 시점 주택 가격, 개발비용 등을 토대로 계산한 차액의 최대 50%까지 환수한다. 개시 시점 주택 가격이 낮을수록 시세 차익이 커지기 때문에 재건축 부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때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 가치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면 재건축 부담금 액수가 커진다는 점에서 반발이 심했다.

개정안을 통해 정부는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의 가격을 재건축 부담금 산정 시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했다. 상가 가격은 감정평가로 결정하고, 개시 시점 주택가액 조정 방법과 동일하게 그 평가액에 종료 시점 주택의 공시가격과 실거래 가격의 비율(현실화율)을 반영해 조정한다. 이로 인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던 상가 조합원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산정 시 상가 가치를 포함해줌에 따라 상가 조합원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상가 조합원 반발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재건축 단지 역시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법 시행을 앞두고 이전에는 잘 찾지 않던 단지 내 지하상가를 찾는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며 “그간 상가 측과의 갈등으로 속도가 나지 않던 재건축 단지 사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건축 상가 귀하신 몸 될까

▷하이리턴, 슈퍼 하이리스크?

재건축 상가 투자는 상황에 따라 내집마련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비교적 위험한 투자 방법임에도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활발했던 이유는 비교적 적은 투자 금액으로 핵심 재건축 입지의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미도1차’ 1층 상가 전용 11㎡ 매매 호가는 현재 10억원 전후로 형성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억~3억원 오른 가격이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상가 전용 16㎡ 매물 호가는 23억~24억원이다. 3.3㎡(평)당 거래가가 약 5억원에 달한다. 공통점은 두 단지 모두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조합 설립도 안 된 초기 단계라는 점이다.

방이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예정 단지 내 낡은 상가는 2~3명이 나눠 지분 투자할 경우 10억원 미만으로도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권리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라면서 “2~3년 전만 해도 3.3㎡당 2억원 안팎이었던 매매 가격이 3억원을 훌쩍 넘어섰는데 사겠다는 사람만 있고 팔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분위기를 전한다.

다만 모든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건 아니다. 보유한 상가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의 최소 분양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상가 권리가액은 조합이 정하는 정관을 통해 비례율을 얼마로 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상가 권리가액이 주택 가치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각 조합이 일반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상가 조합원에게도 입주권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C아파트 단지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D씨의 총 권리가액이 10억원, C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바뀌었을 때 59㎡ 분양 가격이 15억 원이라고 하자. D씨의 상가 가치는 아파트 가치 15억원보다 더 낮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해 재건축 상가 투자는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건축 상가 투자의 경우, 사실상 전문 투자자 영역에 가까운 만큼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를 줘서는 안 된다며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 이익을 재분배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 간 갈등이 격화되면 분양 지연은 물론 준공 후 입주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잠실주공2단지 재건축)는 상가 분쟁으로 2008년 아파트 준공 후에도 오랜 기간 수분양자들이 입주하지 못했다.

이런 사태를 미리 경험한 재건축 조합들은 상가와 아파트를 분리해 재건축하는 우회로를 택하기도 한다. 2020년 입주한 ‘과천푸르지오써밋’은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 간 갈등으로 상가는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았다. 같은 해 입주한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는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해 재건축했다. 또 최근에는 지분 쪼개기 투자가 성행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고 조합원 개인 부담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각종 리스크를 고려해도 재건축 상가 투자를 결정했다면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합원 지위 확보 여부와 매수하려고 하는 상가의 권리가액, 산정 비율 등을 토대로 한 아파트 분양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상가의 경우 전문 투기꾼의 영역으로 분류될 만큼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분야”라면서 “조합 정관에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지 않거나 산정 비율 혹은 감정평가액에 따라 아파트 분양권을 받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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