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만 때리고 또 때렸다..기상청도 처음 본 '폭포비' 정체
8일부터 이틀째 서울 등 수도권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등 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기상청)은 8일부터 9일 오후 8시까지 483㎜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틀도 안 되는 기간 동안 7월 전체 강수량(252.3㎜)의 두 배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경기 광주가 454.5㎜, 여주(산북)가 434㎜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경기 곳곳에도 물폭탄 수준의 비가 내렸다.
이에 기상청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 지역, 강원 일부 지역에 호우 경보를 내렸다.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폭우?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기상청의 자동관측기상장비(AWS)는 8일 오후 9시 5분에 141.5㎜의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공식적으로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의 1시간 강수량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을 기준으로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는 1942년 8월 5일에 기록한 118.6㎜이다. 일 강수량 역시 381.5㎜를 기록해 1920년 8월 2일에 기록한 354.7㎜를 뛰어넘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 시간에 141㎜의 비가 내린 건 오래 근무한 예보관들도 처음 보는 수치로 상상도 하기 힘든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그러나 서울의 공식 강수량을 집계하는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가 아닌 자동관측기상장비의 수치인 만큼 공식적으로 서울의 강수량 기록이 깨진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자동관측기상장비의 강수량은 공식적으로 자료화가 될 수 없고 참고로 보는 수치”라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역대 가장 많이 내렸던 비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역대급 야행성 폭우 왜?
이렇게 장마철보다 더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진 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과정에서 강한 에너지를 가진 정체전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구름대가 남북으로 매우 좁게 발달하면서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돼 한 곳에만 비를 계속 퍼붓는 형태를 보였다. 이로 인해 비구름대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비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실제로 8일 밤 서울 동작구에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퍼붓는 동안 불과 20㎞ 떨어진 도봉구에서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
이번 비가 야행성 폭우로 불릴 정도로 낮보다 밤에 집중된 것도 특징이다. 우 분석관은 이에 대해 “낮 동안에는 땅이 가열되면서 공기가 위로 향하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공기벽에 막혀 수증기 공급이 원활해지지 않지만, 밤이 되면 (공기벽이) 나타나지 않아 수증기가 원활하게 유입된다”며“마치 발전기가 돌아갈 때 기름을 계속해서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까지 350㎜ 폭우 더 온다
1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중남부 내륙·산지, 충청, 경북 북서 내륙, 전북 북부는 100~300㎜를 기록하겠고, 많은 곳은 3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일 밤부터 10일 아침 사이에도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50~100㎜에 이르는 강한 비가 또다시 내릴 것으로 보여 추가 비 피해가 우려된다.
우 분석관은 “이번 비는 야행성 폭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밤에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며“침수와 기물 파손, 제반 붕괴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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