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칩4 동맹' 딜레마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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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3월 한국과 대만 일본에 칩4(Chip4) 동맹 결성을 제안해 왔다.
반도체 4강국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등에서 협력하자는 것이다.
칩4 불참으로 인해 만약 한국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입는다면 중국 정보기술(IT)산업에도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은 중국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반도체산업 지원을 골자로 지난 4일 국회에 발의된 'K칩스법'이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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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3월 한국과 대만 일본에 칩4(Chip4) 동맹 결성을 제안해 왔다. 반도체 4강국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등에서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일본 대만과 달리 우리 입장은 아직 모호하다. 급기야 미국 측이 이달 말 실무회의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입장 정리의 데드라인이 임박한 셈이다.
우리 정부가 동맹 참여를 놓고 입장 표명을 미룰 수밖에 없는 사정은 있다. 칩4 동맹을 대중 견제 목적으로 보는 중국의 반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차적으로는 중국이 핵심 시장이자 생산기지인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 더 나아가서는 대중 의존도가 높은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 제한, 대중문화 금지 조치 등을 잇따라 시행했던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칩4 동맹 참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의 원천기술과 장비 없이는 반도체 라인 하나 증설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외 반도체 핵심 장비의 톱 기업들이 일본과 미국의 오랜 우방인 유럽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영향권을 우회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일시적인 시장 손실은 언젠가는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첨단기술 경쟁에서 한순간의 실기는 영원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칩4 동맹 참여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정부는 그로 인한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과의 사전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은 대중 견제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중국까지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해 중국에 공급할 수 있으려면 미국 등의 첨단 장비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칩4 불참으로 인해 만약 한국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입는다면 중국 정보기술(IT)산업에도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은 중국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로서는 국제사회 협력 차원인 칩4 가입을 마다할 명분도 충분치 않다는 설명 또한 필요하다.
칩4 일원으로서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겠다. 현재 우리 반도체 위상이라면 가입 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칩4는 정부 차원의 논의 채널이며 기업 활동의 제약까지 전제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만에 하나 향후 칩4가 현 수준 이상의 대중국 제한 조치로 이어지게 될 경우 우리 반도체산업 보호를 위해 이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적극 표명해야 한다.
국가 간 기술전쟁이 심화될수록 한국 반도체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 칩4 가입과 같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장기적으로 미·중 양국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반도체산업을 만드는 데 있다. 우리 반도체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해법이다. K반도체를 빼놓고서는 글로벌 첨단산업 생태계를 생각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강한 기술 주도국이 되는 것만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위상을 위협받지 않는 길이다.
반도체산업 지원을 골자로 지난 4일 국회에 발의된 ‘K칩스법’이 그 시작일 것이다. 제2, 제3의 지원책이 뒤이어 반도체 패권국으로의 길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오직 기술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양향자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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