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버디로 '양파' 뒤집었다..김주형 2000년대생 첫 PGA 우승

성호준 2022. 8. 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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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덤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한 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린 김주형. PGA투어 비회원이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AP=연합뉴스]

2002년생 프로골퍼 김주형(20)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정상급 선수들 앞에서 확실한 신고식을 했다. 김주형은 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골프장(파 70)에서 벌어진 정규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했다.

비회원 초청선수로 출전 … 상금 17억

김주형은 마지막 날 무려 9언더파를 치면서 합계 20언더파를 기록했다. 선두로 출발한 임성재(24)는 2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공동 2위를 차지했다. 2002년에 태어난 스무 살의 PGA 투어 비회원인 김주형이 5타 차로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합계 20언더파는 윈덤 챔피언십 최저타 우승 기록이다. 우승상금은 131만4000달러(약 17억원).

김주형은 이 대회 1라운드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면서 출발했다. 주말 골퍼들이 흔히 말하는 ‘양 파’를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주형은 “샷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작은 실수로 인한 쿼드러플 보기여서 최선을 다하면 컷 통과는 할 수 있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그는 1번 홀 사고 이후 버디 7개를 잡아 3언더파를 쳤다. 2라운드에서는 64타, 3라운드에서는 68타를 치면서 선두권으로 올라서더니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61타를 기록하면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역전 우승한 김주형. [AFP=연합뉴스]

1라운드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 우승한 선수는 지난 40년 동안 PGA 투어에서는 처음이다. 2003년 이후 PGA 투어에서 첫 홀 쿼드러플 보기 후 언더파를 친 선수는 3명뿐이다. 김주형은 그만큼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4-3-3-3-3-3-3-3-3.

김주형의 4라운드 전반 9홀의 스코어다. 첫 홀에서 파를 한 뒤엔 8개 홀에서 모두 3타를 기록했다. 파4 홀 6개에서 모두 버디, 파5 홀에서는 이글, 파3 홀에서는 파였다. 8개 홀에서 8타를 줄였다.

선두와 2타 차 공동 3위로 시작한 김주형의 순위가 치솟았다. 금방 임성재를 따라잡고 선두가 됐다. 김주형은 10번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15,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20언더파로 4타 차 선두가 됐고, 결국 5타 차로 우승했다.

김주형

김주형은 “이번 주에 퍼트가 잘됐다”며 “지난주와 이번 주 모두 마지막 날 9언더파를 쳤다. 이런 몰아치기 성적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1932년 이후 PGA 투어에서 두 번째로 어린 챔피언이 됐다. 조던 스피스가 19세 때 우승했다. 김주형은 또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만 20세1개월17일의 김주형의 세계랭킹은 21위로 뛰어올랐다. 그 나이에 이렇게 랭킹이 높이 올라간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뿐이다. AP통신은 “김주형은 2010년 PGA 투어에서 62타를 치며 처음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를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윈덤 챔피언십은 플레이오프 진출자를 가리는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다. 김주형은 올 시즌 중반부터 비회원 초청 선수 자격으로 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주 열린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선 마지막 날 63타를 치면서 내년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별명이 곰돌이 … KPGA 최연소 우승도

김주형 주요 경력

17세에 프로골퍼로 데뷔한 김주형은 그동안 아시안 투어에서 활동하다 2020년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국내로 돌아와 K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엔 KPGA와 아시안 투어에서 동시에 상금왕이 됐다. 별명은 푸근한 외모를 가졌다고 해서 ‘곰돌이’다.

올 시즌엔 PGA 투어 진출을 목표로 해외 투어에 나갔다. 아시안 투어에서 2승을 거뒀고, PGA 챔피언십과 US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도 참가했다. 지난 7월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PGA 투어 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해 페덱스 포인트 배점이 높았는데 김주형은 이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이어진 디 오픈에서 컷을 통과하면서 PGA 투어 임시 특별회원이 되는 데 필요한 288점을 넘어섰다. 임시 특별회원은 PGA 투어 무제한 출전이 가능하다.

김주형의 영어 이름은 ‘톰 김’이다. 장난감 기차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토마스 더 트레인(토마스와 친구들)을 좋아해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언론은 김주형에게 ‘버디 트레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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