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논란 일파만파..증시 하락 주범? 공매도 의혹 진실은

배준희 2022. 8. 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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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 엄정 대처를 강조하면서 공매도 논란이 재차 확산 중이다. 하락장에 속이 타들어간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불신이 확산 중이다. 공매도를 둘러싼 쟁점을 들여다본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 주범?

▷영향 미미…인과관계 희박

공매도는 주식을 팔아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 수단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갚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이다. 이를 차입 공매도라 부른다. 계좌에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 주문부터 내고 나중에 되사는 방식은 무차입 공매도다. 국내 시장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다. 비유하자면 무차입 공매도는 현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신용카드 거래, 차입 공매도는 보유 현금으로 물건을 사는 체크카드 거래와 비슷하다. 물건을 사는 행위와 파는 행위(매도 포지션)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차입 공매도로 돈을 버는 방식을 풀어보면 이렇다. A사는 B주식의 현 주가가 너무 높아 떨어질 것으로 보고 공매도하기로 했다. A사는 주당 1만원이던 B주식 1주를 빌리는 대차거래를 하고 계좌에 빌린 주식 1주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뒤 이를 팔았다. 며칠 뒤 A사 예상이 적중해 B주식은 9000원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A사는 다시 B주식 1주를 9000원에 산 뒤 앞서 대차거래해준 금융사에 빌린 주식을 상환했다. A사는 빌려서 판 주식으로 1만원을 벌었고 이를 9000원에 사 상환했으므로 1000원의 시세 차익(수수료 무시)을 봤다.

쟁점은 공매도와 주가 간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다. 하지만 두 변수 사이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지, 주가가 하락해 공매도가 증가하는지 인과관계의 방향성이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실증분석 결과는 공매도가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위적인 공매도 제한 조치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가로막아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이 일관된 분석 결과다. 이관희 서울대 경영대 교수 등이 쓴 논문(2008년, Review of Financial Studies)에서는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아니라, 주가가 상승한 종목에서 공매도가 잦다는 주장을 폈다.

▶직원 실수 어떻게 가능?

▷대차거래 사실상 수기

이번에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 처분을 받은 증권사의 공통된 해명은 ‘직원 실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도화된 IT 인프라를 생각하면 의아한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주장과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차입 공매도는 크게 두 단계를 거친다.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와 빌린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다. 이 두 가지를 차입 공매도라 부른다.

주식 매도는 당연히 전산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주수와 수수료 등을 구체화한다. 예를 들면, 앞서 A사가 B주식을 차입 공매도하려면 또 다른 금융사에 ‘B주식을 1주 팔고 싶은데 빌려줄 수 있는지’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거래를 타진한다. 상호 거래 의사를 확인한 뒤 필요 수량과 얼마에 빌리겠다는 호가 등을 적어 대차거래 계약서를 주고받는다. 대차거래가 구두나 메신저 기록 등으로 확정된 뒤 주식이 입고되면 전산상 ‘차입 공매도’로 별도 표시해 주문을 내야 한다.

정리하면, ‘직원 실수’가 결코 있어서는 안 되지만 벌어질 수 있는 구조인 것은 맞다. 우선, 대차거래 과정이 사실상 수기에 가까운 형태로 이뤄진다. 전산에 차입 공매도 주식과 주수 등을 입력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수십, 수백 개 종목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주문 실수가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차거래를 기반으로 담당 직원이 눈으로 일일이 숫자를 확인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다 보니 실수가 빚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무차입 공매도 횡행?

▷‘회색지대’ 존재하는 것은 사실

일각에서는 국내 자본 시장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횡행할 것이라는 음모론을 편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대량의 매도 주문부터 넣는 방식이다.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것은 주식 시스템의 특징 때문이다. HTS나 MTS로 주식을 매수했더라도 실제 결제는 이틀 뒤에 일어난다. 당장 돈이 없어도 주식부터 산 뒤 매수대금을 나중에 채워 넣는 ‘미수거래’가 가능한 것도 이런 특징 때문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미수거래의 정반대 메커니즘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거래 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작정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하는 것이 호락호락한 구조도 아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는 대차 단계부터 전화 녹취는 물론 메신저도 모두 기록을 남기게 돼 있다”며 “차입 공매도의 경우도 차입 확정 뒤 예탁원을 통해 주식 잔고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전했다. 이런 식으로, 90% 이상의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로 이뤄진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주장이다.

다만, 무차입 공매도의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거래는 제한적으로 내부 컴플라이언스 보고를 거쳐 사실상의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령, 앞서 A사가 삼성전자 주식 2000주를 매도하는 상황을 가정하자. 그런데 2000주의 실제 주인은 A사지만 A사가 2000주를 한 주도 빠짐없이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금융사에 삼성전자 주식을 대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0주 가운데 1000주를 다른 금융사에 빌려줬다면 A사에는 1000주만 실입고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매도를 하려면 전산에서는 대부분 막힌다. 현재 보유 수량보다 매도 주문 수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컴플라이언스 부서 결제를 거쳐 예외적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항변이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 주문 시 사전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매도 거래 전 별도 시스템을 통해 실제 차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경우 주문 속도가 너무 늦어 시장 참여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공매도 규제 방식은 사후적으로 점검해 적발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형태다. 단, 미국은 공식적으로 등록된 금융투자업자의 공매도와 시장 유동성 조성을 위한 공매도, 해당 증권을 분명히 소유한 고객을 대신해 금융투자업자가 시행하는 공매도에 한해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공매도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인 금리 인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공매도 불법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 강화 노력은 꼭 필요한 조치며 공매도 투자에 대한 개인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투자 편의를 높이는 것은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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