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랠리 주도주는 車·2차전지, 그리고..

명순영 2022. 8. 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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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는 이런저런 랠리(rally)가 많다. 여름철 주가가 오르는 상황을 ‘서머랠리’라고 한다. 직장인이 휴가를 떠나며 소비가 활발해지고, 기업 이익이 좋아진다는 의미로 이 용어를 쓴다. 실적 발표 시즌, ‘깜짝 실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어닝랠리’라고 부른다. 연말이면 ‘산타랠리’도 언급된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성과급(보너스)이 집중돼 관련 기업 매출이 늘어나서다. 아울러 성과급을 주식에 투자하며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보인다. 이 밖에 ‘안도랠리(우려했던 악재가 해소하며 상승)’ ‘트럼프랠리(트럼프 정책 수혜로 상승)’ 등 다양한 현상에 ‘랠리’를 붙인다.

최근 주식 시장은 ‘베어마켓랠리’로 분류된다. 베어마켓은 약세장을 의미한다. 베어마켓랠리는 증시가 급락한 이후 일시적인 반등세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대비 낙폭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투자자 매수세가 유입돼 기술적 반등장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지금이 투자자에게는 헷갈리는 시기기도 하다. 반짝 상승세로 그칠지, 아니면 ‘장기랠리’로 이어질지부터 알 수 없어서다. 행여 국내 경제가 악화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다면 주식 시장도 약세를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한다면 ‘투자 모드’로 전환해야 상승장에 올라탈 수 있다.

오를 종목도 잘 찾아야 한다. 전체 지수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상승세를 타는 종목은 분명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인으로부터 향후 경제와 증시 전망을 들었다.

▶현 시장은 베어마켓랠리?

▷단기 바닥 확인…V자 상승 ‘글쎄’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단기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탔다는 데 공감한다. 지난 7월 245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8월에도 소폭이나마 상승세가 점쳐진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8월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 상단은 2500~2600선이 대부분이다.

지난 6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코스피도 가파르게 낙폭을 키워 7월 4일 장중 2276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7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하며, 지수가 완만하게 반등했다. 시장에 알려진 악재를 대부분 반영한 만큼 8월 내내 ‘베어마켓랠리’가 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또 다른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고물가와 긴축 부담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가 현재진행형이고 물가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크게 낮출 만큼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렵다”며 “주가 반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단기 저점은 확인했으나 V자 회복이라기보다 박스권이 위로 ‘레벨업’되는 양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베어마켓랠리’ 이상의 상승세를 점쳤다. 현재 가격 수준은 ‘록보텀(rock bottom·최저점)’, 즉 바닥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과 미국 모두 금융 건전성이 괜찮고, 주식 시장에서의 환매 리스크가 낮다고 봤을 때 의미 있는 저점은 지났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진입했나

▷물가 정점 지났다…구조적 침체 NO

경제와 주가는 함께 움직인다. 글로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고물가 속 경기 침체가 닥친다면 주식 시장은 약세를 피하기 어렵다. 국내외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했느냐에 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고 봤다. 다만 금융 위기를 수차례 겪고 다시 상승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경기 침체 우려 못지않게 회복 기대감도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떨어지면 증시가 발 빠르게 호재로 인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아니거니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스태그플래이션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윤지호 센터장은 “경기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경기 하강 사이클에서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조금 더 높은 물가 수준에 그칠 것이라 보는 게 현실적”이라며 “구조적인 침체 위기는 낮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증시 전망과 국내외 변수

▷달러 강세 멈춰야…재고·물가 점검

하반기 증시를 가를 변수는 적지 않다. 일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흐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어서다. 지역 블록화가 심해지면 생산비용이 높아져 기업 이익이 떨어진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을 주요 변수로 짚었다. 코스피가 반등하려면 금리, 유가, 이익 추정치 변화보다 환율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실제 달러 약세 국면에서 코스피는 71% 확률로 올랐다. 월평균 주가 수익률은 2.2%였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상승 확률이 43%로 떨어지고, 월평균 1.3% 손실이 났다.

윤창용 센터장은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얕은 침체가 될지, 깊은 침체가 될지를 판별해야 한다. 그는 ▲고용 시장이 좋아지고 ▲재고 부담이 낮아지고 ▲신용 위험이 높지 않다면, 침체가 깊지 않을 수 있고 주식 시장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고 ▲고물가 장기화에 따라 수요가 급감하거나 ▲금리 인상 흐름에서 과잉 부채 문제가 불거진다면 깊은 침체로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투자 종목과 그 이유

▷5인 모두 자동차 ‘픽’…불안하면 방어주

리서치센터장 의견을 종합하면, 향후 경기 침체가 심해져 주가도 요동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단기 바닥을 확인했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핵심은 베어마켓랠리 국면에서 오를 종목을 골라내는 일이다. 가장 상승세가 점쳐지는 산업은 자동차와 2차전지다. 리서치센터장 5인이 예외 없이 자동차를 ‘톱픽’으로 꼽았다.

유종우 센터장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와 3분기 실적 전망치 상향에서 보듯, 자동차주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현대차 2분기 매출은 35조9999억원, 영업이익은 2조97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규모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이익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8.3%를 기록해 2014년 2분기(9.2%) 이후 가장 높다.

현대차 실적이 날개를 단 데는 이유가 있다. 생산 감소로 전체 판매는 줄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등 값비싼 차량을 많이 판매한 효과가 컸다. 이런 이유를 들어 윤지호·윤창용·황승택 센터장이 현대차를 추천했다.

2차전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재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이 배터리인 만큼 2차전지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 선수다.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실적은 아주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24.4%,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그럼에도 연매출 목표를 19조2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 GM과의 조인트벤처(JV) 1기 본격 가동, 원자재 가격 판가 연동 효과 등으로 상반기 대비 의미 있는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음식료와 통신 등 전통적인 경기 방어주를 꼽는 센터장도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성장주보다는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종목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윤지호 센터장은 향후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개선을 기대하며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을 ‘매수’ 명단에 올렸다. 윤창용 센터장도 전통적인 경기방어주로 KT&G와 KT를 추천했다.

고전하는 바이오주에 주목하기도 한다. 윤창용 센터장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장성이 살아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수혜주도 살펴야 한다. 방산과 원자력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방산 기업은 대규모 수출이 예정돼 있고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 육성과 연계됐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다. LIG넥스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가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정부가 원자력 발전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터라, 한전기술이나 두산에너빌리티도 수혜를 입을 듯 보인다.

황승택 센터장은 코스피 급락 이후 상승세를 탄 과거 경험에서 종목을 발굴했다. 급락 이후 1차 반등은 가장 많이 떨어졌던 종목이 주도한다. 2차 반등은 밸류에이션이 낮은(저평가된) 종목이다. 마지막으로 이익 추정치가 높아진 종목이 3차 반등을 이끈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2022년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정치가 높아지고 ▲12개월 예상 순이익이 오르는 종목을 찾았다. 그랬더니 현대차, 현대모비스, 삼성SDI, 삼성물산, 신한지주가 명단에 올랐다.

유종우 센터장은 미국 주식도 골랐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성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추천받았다. 미국 금리 상승 국면에서 하락했지만 금리 상승 속도가 낮아지며 시장점유율과 경쟁력이 재조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기방어주로는 P&G와 코카콜라가 ‘톱픽’이다.

▶내년 경제와 증시

▷상반기는 ‘구름’…상저하고 예상

내년 경제와 증시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져 주식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

리서치센터장들도 경기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하반기에 들어 증시가 살아나는 ‘상저하고’를 예견했다.

일단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실제 IMF는 전 세계 GDP 성장률을 올해 3.1%에서 2.5%로, 미국은 1.8%에서 1.3%, 유로존은 3.1%에서 1%, 한국은 2.5%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경수 센터장이 ‘저성장’을 전제한 뒤 차별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이는 기업을 찾으라고 주문한 이유다.

윤지호 센터장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좋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진단했다. 재고 소진 사이클이 1~1년 반에 걸쳐 진행된다. 때문에 내년 2~3분기가 가장 안 좋을 수 있다. 다만 구조적인 위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3분기 이후 주가 상승세를 점쳤다.

다만 유종우 센터장은 “올해 대비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어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상저하고’와 새로운 유동성 장세를 예견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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