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우영우가 빚어낸 선한 영향력

류정민 2022. 8. 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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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이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대사다.

우영우는 제목 그대로 '이상한' 드라마다.

우영우는 드라마 본래 제작 의도와 무관하게 시대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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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 천연기념물 견인..어린이 행복, 사회적 물음도
누군가 내 얘기 공감해준다는 '믿음의 전염' 확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이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대사다.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변호사의 이런 얘기에 친구인 최수연(하윤경) 변호사는 눈물을 글썽였다. 동료이자 라이벌 변호사에게서 받은 찬사. 그 순간 경험한 마음의 울림은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각박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진심을 담은 칭찬을 받아본 기억은 언제인가. 자기 성과가 아니라 ‘됨됨이’를 타인에게 인정받은 기억은 있는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간의 온기가 담긴 찬사를 경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메말라버린 대지 위에 뿌연 흙먼지만 흩날리는 쓸쓸한 모습…. 그게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기억 아니겠나.

우영우는 제목 그대로 ‘이상한’ 드라마다. 법무법인(로펌)과 법정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 어렵고 낯선 법률용어가 난무하는 대사. 대중이 쉽게 다가서기 힘든 드라마 토양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청률 고공행진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향한 팬덤 때문일까. 외국에서도 화제라는 ‘우영우 인사법’ 덕분일까.

또 하나 중요한 이유를 꼽는다면 ‘선한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우영우는 드라마 본래 제작 의도와 무관하게 시대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 외롭고 힘겹고 쓸쓸한 이들을 위로해주는 역할. 누군가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있다는 믿음의 전염을 퍼뜨리고 있다.

우영우가 빚어낸 선한 영향력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경남 창원의 500년 된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마을 유산을 지키고자 힘을 쏟았던 주민 노력이 드라마를 넘어 현실에서 구현된 신기한 장면이다.

우영우가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구교환)을 변론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행복과 입시의 그늘에 관한 물음을 우리 사회에 남겼다. 모두가 당연한 듯 걸어왔고, 지금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그 길이 정녕 옳은지에 대한 차분한 물음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 우영우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뒤틀림의 지점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것에 공감하며 나와 너, 우리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장애인, 여성, 노인, 아동, 청년 그리고 소외된 삶의 누군가에 관한….

우영우가 흩뿌리는 선한 영향력은 이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워줬지만,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법과 제도는, 사회 안전망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공정하고 탄탄할까. ‘좋은 법조인’을 지향하는 햇병아리 변호사가 거대 로펌에 맞서 탁월한 논리 하나로 승소하는 일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자폐 장애가 있지만,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천재. 우영우의 비현실적인 스펙은 드라마에서조차 무리수라고 여겨지는 일을 가능하게 하려는 안전판인지도 모른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평범한 지능의 자폐 장애인도 우영우처럼 선한 영향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사회, 그런 세상이라야 우리 아이들이 ‘봄날의 햇살’ 같은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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