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은의 트렌드터치] Reading을 넘어 Leading으로

2022. 8. 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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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은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

쇼핑을 하며 피팅룸에서 착장해 보는 스타일들을 현장에서 자신만의 룩 북으로 촬영하는 재미있는 경험에 더해 합성이 가능한 크로마키 배경이 깔린 스튜디오까지 갖춰 놓고 콘텐트 크리에이터들을 맞이하는 곳이 있다. 나이키가 전 세계 처음으로 홍대 앞에 선보인 ‘나이키 스타일’ 매장이다. 2호 매장이 중국 상하이에 들어설 예정인 ‘나이키 스타일’은 스포츠와 스타일을 결합한 체험형 매장으로 디지털, 젠더리스, 친환경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가장 앞선 스타일 놀이터를 만들었다. 디지털에 영민하고 트렌드에 민첩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여 나이키가 새로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체화되는지를 지켜보고자 한다.

지난 3월 이태원에 들어선 구찌 가옥(GUCCI GAOK)은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구찌의 전 세계 두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6층에 순차적으로 문을 연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미국 베벌리 힐스와 도쿄 긴자에 이은 전 세계 세번째 레스토랑이다. 예약을 위한 광클전쟁에서 승리한 자에게만 입장이 허락될 만큼 핫플레이스다. 특히 핑크색 박스에 담겨 나오는 에밀리아 버거는 시그니처 메뉴로 승리한 자들의 전리품으로 통한다. 구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에 런칭한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국 문화를 존중하며 한국어 ‘가옥’이라는 단어를 스토어 이름으로 사용하는 예외성을 보인데다 개업식에 고사를 지내는 한국의 특성을 반영해 ‘구찌 고사’라는 티저 영상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 ‘최초’‘최대’ 수식어 넘치는 서울
세계 수준의 테스트베드로 등극
민첩하고 기민한 소비자 역동성
세계 주도할 트렌드 메카로

트렌드터치

프랑스의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Diptyque)가 가로수길에 선보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파리 본점을 포함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중인 단독 매장 중 가장 크다. 최초 아니면 최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 진심이다. 피겨 퀸 김연아 선수부터 시작해 자랑스런 아이돌들이 새로 쓴 빌보드 차트며 세계적인 영화제를 석권하는 등 대중문화를 넘어 조성진과 임윤찬 피아니스트로 이어지는 클래식의 K열풍도 거세다. 넷플릭스에서의 위상은 어떠한가. ‘오징어 게임’으로 접수한 후 최근 흥행몰이에 한창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20개국에서 정상을 휩쓸며 전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일본에 비해 늘 후순위 국가였던 한국이 1인당 GDP규모와 문화 선진국의 면모를 인정받으며 가장 핫한 테스트베드로 등극했다. 높은 인구밀도는 유행의 빠른 확산을 돕고 IT강국으로서 정보력도 뛰어나다. 냄비와 뚝배기로 묘사되는 민족적 근성 역시 트렌드 강국의 토양이 되었다. 거기에 뒤늦은 산업화로 고압축 성장을 거치며 쌓은 각종 노하우는 탁월한 재해석 능력으로 발휘된다. 과거 일본 기술에서 배운, 할리우드에서 배운, 유럽축구에서 배운, 어딘가에서 배운 것들은 모두 한국만의 것으로 재탄생해 찬사를 받고 있다.

국내 브랜드 전쟁에 글로벌 브랜드들까지 밀려들어와 대한민국은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자칫 과잉과 과몰입으로 경쟁에 떠밀려 페이스를 잃기 쉽다. 한국시장에 리트머스지를 담그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브랜드들이 읽어내고자 하는 그 흐름을 한국 기업들은 안방 국가로서 더 빠르게 캐치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실험하고자 하는지, 우리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민첩하게 섭렵하고, 늘 그랬듯 우리식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시장을 역공할 수 있어야 테스트마켓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장을 만들 수 있다.

한국시장의 역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트렌드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른 한국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본인도 본인 마음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 데는 너무나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속도의 세상에서는 마음을 읽는 것(reading)보다 이끄는 것(Leading)이 더 중요하다. 읽는데 시간을 다 쓰지 말고 주도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의 장점을 알아보는 데 인색한 것일지 모른다. 타이밍은 주도권 싸움에 치명적이다.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반응을 담아 완성시켜 나가는 일, 주저할 시간이 없다. 유수의 성공인들이 차용하는 “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명언이다. ‘완성이 완벽보다 낫다’는 이 말은 오늘날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한 혁신들을 세상에 선보인 천재들의 충고다.

이향은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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