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만들기'에 신난 野..다음 타깃은

2022. 8. 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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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지난 8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 오른쪽)과 한 학부모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직무대행 사퇴 선언에) 개입해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이다.”

지난 8월 1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한 말이다. 우 위원장뿐 아니라 요새 야권에서는 여당 내분과 관련한 언급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것이 여당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면 우리 정치의 미래는 매우 밝아지겠지만, 여당에 대한 프레임 만들기의 일환으로 야당이 ‘훈수성 흔들기’를 하는 것이라면 국가적 차원에서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최근 야당의 여권에 대한 프레임 만들기는 상당히 성공적인 듯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하고 있고, 여당 지지율도 대통령 지지율보다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락세인 것을 보면, 야당의 프레임 걸기가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효과적이었던 프레임 중 하나로 먼저 ‘사적 채용’ 프레임을 들 수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청와대 직원 채용에 있어서는 ‘사적 채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를 프레임으로 만들어 여당을 공격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으니, 성공적인 프레임인 셈이다.

과거 정권의 청와대 직원 채용에 있어 거의 예외 없이 ‘관례적’으로 해왔던 충원 방식을, 공격용 프레임으로 만들어 공격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비서관 아내가 나토 정상회의에 ‘기타 수행원’으로 동행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과거 정권의 ‘관례’가 윤석열 정권만의 ‘사적 채용’으로 둔갑할 수 있었다.

최근의 프레임 ‘소재’는 대통령과 여당의 원내대표 간의 사적인 SNS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간 사적 대화 내용이 기자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홍역을 치렀다. 사실 이런 ‘사적 대화’ 내용이 대통령 지지율을 20%대로 끌어내릴 정도의 심각한 내용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 24시간이 전부 공적인 활동이라고 하지만 대통령도 때로는 개인적인 대화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사적 대화에서 윤 대통령이 특정 공적 인물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해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지점에서 야당 프레임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는 사안을 크게 만들고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상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야당의 또 다른 여당 공격용 프레임 소재는 여당의 비대위 구성이다.

요사이 야당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입장에 유난히 동조한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 형성이 자신들의 또 다른 프레임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테다. 현재 야당은 비대위 구성을 두고 ‘윤심’이 이준석 대표를 끌어내리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것도 일종의 프레임 만들기다.

따지고 보면, 이 또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국민의힘이 여당인 이유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여당의 당대표가 아니지만, ‘1호 당원’임은 분명하다. 당 대표는 아니지만, 당의 얼굴이자, 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당 지도부 구성 문제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야당이 이를 ‘심각한 사안’이라 주장하니 어리둥절하다.

여기서 납득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가 나온다.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는 괜찮고,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는 문제인가. 과거 민주당은 친문이 주류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민주당 주류의 명실상부한 수장이었다.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은 권력을 쟁취한 이후, 친문이 주류인 민주당에 굳이 적나라한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의중을 관철시킬 필요가 없었다. 친문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의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대통령이 당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일 수 있던 환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르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당연히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 뿌리가 깊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친윤이라 불리는 집단도, 대선 당시에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황이 이러니, 친윤은 친문처럼 대통령 의중에 정통할 수 없다. 당연히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자신의 뜻을 당내에 ‘구현’시킬 수 없다. 대통령이 당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아니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는 방식의 차이일 뿐, 문제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종합해보면, ‘윤심’이 당무에 개입한다면서 윤석열 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인 타당성을 갖기 힘들다. 결국 이 또한 하나의 프레임 만들기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이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아마도 계속해서 프레임을 만들 것이다. 정치에서 프레임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프레임에 걸려 계속 당하기만 하는 쪽이 더 문제다.

정부·여당은 왜 야당 프레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것일까? ‘프레임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사안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정부·여당은 이 부분에서 실패를 계속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 조정 시도다.

취학연령이 하향 조정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부담’에 대한 대비책이 선행돼야 했다. 이런 것 없이 갑자기 취학연령 하향 조정안을 들고나오니, 대부분 학부모와 교육 단체가 들고일어날 수밖에 없다. 급기야 이제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폐기할 거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준비 안 된 정책을 들고나왔다 물러서는 입장을 취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이전에 과거 정권에서는 해당 문제를 검토하다가 왜 그만뒀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했어야 했고, 이를 토대로 해당 문제에 접근할 때 어떤 반발이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다. 이런 과정 없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라면, 아마추어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런 행태를 미리 막지 못한 대통령 비서진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에게 프레임 좋은 소재만 제공해준 꼴이다.

장관이나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대로 갔다가는, 국가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1호 (2022.08.10~2022.08.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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